서울의 한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경기가 '삼중고'에 빠졌다. 공사비 인상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후폭풍으로 공급자 움직임이 위축된 가운데 전세사기 사태로 전세시장도 평탄하지 않은 흐름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주택 시장 전반을 짓누르는 형국이다. 서민주거 안정 및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선제적 제도 개편 필요성과 함께 PF사태 연착륙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시공능력평가 순위 105위 건설업체인 새천년종합건설이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법정관리 신청 이후 6일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정식으로 회생 절차를 시작하기 전 당사자의 자산 동결을 의미한다. 법원 허가 없이 가압류나 채권 회수가 금지된다. 회사도 자체적으로 자산 처분이 불가능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선원건설과 송학건설, 중원건설 등 건설사 7곳이 법정관리 신청 후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규모가 작지 않은 건설업체의 부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PF위기에 따른 자금난에 공사비 인상으로 공사 진행도 쉽지가 않은데 분양 성적도 좋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PF위기가 키운 건설업계 '돈맥경화'…"개발사업 구조 개선 필요" 2022년 말부터 촉발된 레고랜드 사태로 중견 건설사들의 지난해 자금난이 올해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재작년 하반기부터 심화된 채권시장 신용경색으로 부동산PF위기가 올해 초 최고조되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경기 호황기 중 과도하게 개발사업들이 추진됨에 따라 관련된 부실채권 규모는 예상 외로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원회가 직접적인 감독권한을 보유한 6개 금융권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34조3000억원"이라면서 "그러나 새마을금고 등 포함되지 않은 업권에서 실행된 PF대출잔액과 유동화된 금액을 모두 포함한다면 실제 부동산 PF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00조원이 넘는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건설사들은 금융기관의 PF공급 축소 과정에서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급증과 높아진 공사비로 개발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신규 자금조달은 물론 이미 받은 대출금의 차환 여건도 나빠진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건설동향브리핑 947호'를 통해 "경·공매 토지 및 미분양에 대한 매입 기반 확충으로 브릿지론 단계에서 사업의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하거나 준공을 마쳐 손실 인식 지연이 불가피한 사업장들에 대한 지원책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추진 중인 사업장들은 수익성 개선을 통해 손실 인식 시점 분산과 시장 참여자들 협의로 손실 분담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개발사업과 부동산PF의 구조개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그는 "지금 개발사업구조는 단기 분양목적의 민간개발사업에 PF 방식을 활용하는데 부동산 경기 변동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참여자 간 위험분담구조 개선을 통해 사업 안정성을 높이고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업하는 등 개발사업에 대한 관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PF위기에 공사비 인상까지…건설사 자금난에 주택공급 축소 PF위기와 공사비 인상에 따른 건설사의 자금난은 주택공급 및 정비사업 환경 악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에 주택공급 축소는 사실상 예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은 전년 대비 각각 25.5%, 45.4% 줄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1·10 대책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의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통합정비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산배분이나 주도권 다툼 등과 관련한 상당한 갈등으로 현장에 널리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반드시 통합정비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 특별정비구역 지정기준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선적인 정비가 필요하고 적정 수준 공공성을 확보하며 사업 추진 준비가 된 곳을 중심으로 특별정비구역 및 선도지구로 지정해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연구위원은 이 외에도 ▲분담금 조달 위한 금융구조 도입 및 맞춤형 리모델링 활성화 ▲업무·상업지역 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보완 ▲1기 신도시 외 노후주거지 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 등을 제언했다. 계속해서 정비사업에서 분담금과 사업비의 원활한 조달을 위한 금융구조 도입 및 사업구조 개편 필요성도 거론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주택연금형 정비사업 도입 ▲지분매각 및 우선매수청구권 부여 ▲리츠방식 정비사업 활성화 ▲외부 민간기관 출자 허용 ▲국·공유지 출자방식 도입 등을 강조했다. 대전·경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연 '다가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전세사기까지 덮친 부동산 시장…정상화 위해 제도 개편 시급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위기로 주택 공급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수요층에서도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전세사기는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전환을 촉진해 주거비 부담을 가중하는 등 시장 정상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임대차 시장의 잔존한 제도적 허점 보완을 위한 인프라 및 제도개선의 필요성과 임대차 주거안정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 합리화를 주장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전세사기 문제가 여전히 지속돼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전세권 등기 비용 인하로 전세권 등기 활성화 유도를 통해 임차인의 광범위한 대항력 향상 도모 및 비아파트 시장의 정보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도입한 전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임대차 시장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 영향 분석을 선제적으로 수행한 뒤 제도 도입의 여부나 대상,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미분양 주택의 급격하게 증가와 주택 거래량 침체로 시장 정상화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3755가구로 전월 대비 2.0%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이 10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뒤 2개월 연속 늘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준공 후 미분양주택을 등록임대주택으로 일정 기간 활용 시 양도세를 감면하고 소형주택 상품의 주택 수 산입 제외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시장 불확실성을 막기 위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끝으로 "탄력적인 비아파트 시장 운영을 위해 공동주택과 마찬가지로 비아파트 상품이 리모델링의 유리한 구조를 채택할 경우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면서 "경기 침체기에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HUG 미분양대출 보증 대상에서 해당 주택을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공사비 상승·PF위기·전세사기, '삼중고'

지난달 건설사 7곳, 포괄적 금지명령…침체 심화?
시평 105위 새천년종합건설도 법정관리 들어가
개발사업 구조와 정비사업 제도 개선 필요성 대두
"부동산업계 전세시장 안정 및 미분양 해소 필요"

정지수 기자 승인 2024.03.11 11:10 의견 0
서울의 한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경기가 '삼중고'에 빠졌다. 공사비 인상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후폭풍으로 공급자 움직임이 위축된 가운데 전세사기 사태로 전세시장도 평탄하지 않은 흐름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주택 시장 전반을 짓누르는 형국이다. 서민주거 안정 및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선제적 제도 개편 필요성과 함께 PF사태 연착륙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시공능력평가 순위 105위 건설업체인 새천년종합건설이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법정관리 신청 이후 6일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정식으로 회생 절차를 시작하기 전 당사자의 자산 동결을 의미한다. 법원 허가 없이 가압류나 채권 회수가 금지된다. 회사도 자체적으로 자산 처분이 불가능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선원건설과 송학건설, 중원건설 등 건설사 7곳이 법정관리 신청 후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규모가 작지 않은 건설업체의 부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PF위기에 따른 자금난에 공사비 인상으로 공사 진행도 쉽지가 않은데 분양 성적도 좋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PF위기가 키운 건설업계 '돈맥경화'…"개발사업 구조 개선 필요"

2022년 말부터 촉발된 레고랜드 사태로 중견 건설사들의 지난해 자금난이 올해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재작년 하반기부터 심화된 채권시장 신용경색으로 부동산PF위기가 올해 초 최고조되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경기 호황기 중 과도하게 개발사업들이 추진됨에 따라 관련된 부실채권 규모는 예상 외로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원회가 직접적인 감독권한을 보유한 6개 금융권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34조3000억원"이라면서 "그러나 새마을금고 등 포함되지 않은 업권에서 실행된 PF대출잔액과 유동화된 금액을 모두 포함한다면 실제 부동산 PF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00조원이 넘는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건설사들은 금융기관의 PF공급 축소 과정에서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급증과 높아진 공사비로 개발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신규 자금조달은 물론 이미 받은 대출금의 차환 여건도 나빠진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건설동향브리핑 947호'를 통해 "경·공매 토지 및 미분양에 대한 매입 기반 확충으로 브릿지론 단계에서 사업의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하거나 준공을 마쳐 손실 인식 지연이 불가피한 사업장들에 대한 지원책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추진 중인 사업장들은 수익성 개선을 통해 손실 인식 시점 분산과 시장 참여자들 협의로 손실 분담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개발사업과 부동산PF의 구조개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그는 "지금 개발사업구조는 단기 분양목적의 민간개발사업에 PF 방식을 활용하는데 부동산 경기 변동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참여자 간 위험분담구조 개선을 통해 사업 안정성을 높이고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업하는 등 개발사업에 대한 관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PF위기에 공사비 인상까지…건설사 자금난에 주택공급 축소

PF위기와 공사비 인상에 따른 건설사의 자금난은 주택공급 및 정비사업 환경 악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에 주택공급 축소는 사실상 예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은 전년 대비 각각 25.5%, 45.4% 줄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1·10 대책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의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통합정비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산배분이나 주도권 다툼 등과 관련한 상당한 갈등으로 현장에 널리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반드시 통합정비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 특별정비구역 지정기준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선적인 정비가 필요하고 적정 수준 공공성을 확보하며 사업 추진 준비가 된 곳을 중심으로 특별정비구역 및 선도지구로 지정해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연구위원은 이 외에도 ▲분담금 조달 위한 금융구조 도입 및 맞춤형 리모델링 활성화 ▲업무·상업지역 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보완 ▲1기 신도시 외 노후주거지 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 등을 제언했다.

계속해서 정비사업에서 분담금과 사업비의 원활한 조달을 위한 금융구조 도입 및 사업구조 개편 필요성도 거론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주택연금형 정비사업 도입 ▲지분매각 및 우선매수청구권 부여 ▲리츠방식 정비사업 활성화 ▲외부 민간기관 출자 허용 ▲국·공유지 출자방식 도입 등을 강조했다.

대전·경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연 '다가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전세사기까지 덮친 부동산 시장…정상화 위해 제도 개편 시급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위기로 주택 공급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수요층에서도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전세사기는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전환을 촉진해 주거비 부담을 가중하는 등 시장 정상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임대차 시장의 잔존한 제도적 허점 보완을 위한 인프라 및 제도개선의 필요성과 임대차 주거안정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 합리화를 주장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전세사기 문제가 여전히 지속돼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전세권 등기 비용 인하로 전세권 등기 활성화 유도를 통해 임차인의 광범위한 대항력 향상 도모 및 비아파트 시장의 정보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도입한 전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임대차 시장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 영향 분석을 선제적으로 수행한 뒤 제도 도입의 여부나 대상,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미분양 주택의 급격하게 증가와 주택 거래량 침체로 시장 정상화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3755가구로 전월 대비 2.0%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이 10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뒤 2개월 연속 늘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준공 후 미분양주택을 등록임대주택으로 일정 기간 활용 시 양도세를 감면하고 소형주택 상품의 주택 수 산입 제외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시장 불확실성을 막기 위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끝으로 "탄력적인 비아파트 시장 운영을 위해 공동주택과 마찬가지로 비아파트 상품이 리모델링의 유리한 구조를 채택할 경우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면서 "경기 침체기에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HUG 미분양대출 보증 대상에서 해당 주택을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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