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가 정식 출시한 전주 비빔 라이스 버거. 사진=김성준 기자 롯데리아는 독창적이고 개성 넘치는 메뉴로 유명한데요. 토종 버거 브랜드인 만큼 ‘불고거 버거’로 대표되는 현지화 메뉴를 꾸준히 선보여 왔습니다. 지난 1999년 처음 선보인 ‘라이스 버거’도 그중 하나죠. 이번엔 ‘라이스 버거’ 후속작인 ‘전주 비빔 라이스버거’를 정식 메뉴로 내놨습니다. ‘전주 비빔 라이스 버거’는 지난해 초 롯데리아가 ‘K-버거 시리즈’ 2탄으로 한정 출시했던 메뉴입니다. 출시 당시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끌었죠. 지난해 5월에는 세계 최대 외식 산업 박람회인 NRA쇼 시식 메뉴로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버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한 듯, 롯데리아가 다시 먹고 싶은 올해의 버거를 뽑는 ‘땡스버거’ 선정 투표 캠페인에서 득표율 35%로 1위를 차지하며 재출시됐습니다. 사실 ‘라이스 버거’는 ‘밥심’을 포기하지 못하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출시와 단종을 반복해 왔는데요. 마니아층의 압도적 호평에도 불구하고 ‘먹는 사람만 먹는 메뉴’로 자리잡은 채 대중 입맛 잡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주 비빔 라이스 버거’는 한 스푼 더 변화를 추구했습니다. 기존 라이스 버거가 볶음밥을 기반으로 했다면, 이번엔 대표 한식인 비빔밥을 구현하기로 한 것이죠. ◆모양은 ‘버거’지만 맛은 ‘한식’ 그대로 전주 비빔 라이스 버거 외관. 사진=김성준 기자 제품 포장지는 소반을 떠올리게 하는 갈색 바탕 포장지에 기와 지붕과 단청 색상 등으로 포인트를 줬습니다. 포장지 디자인에서부터 한식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네요. 첫눈에는 불고기 버거와 비슷한 크기라 작아 보이지만, 실제론 버거가 꽤 높은 편이라 체감되는 크기가 상당합니다. 포장지를 벗기니 은은한 양념 냄새가 솔솔 풍겨옵니다. 비빔밥에서 참기름을 뺀듯한 고추장 냄새에 가까운데, 특별히 향이 진한 편은 아닙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빵 대신 밥을 사용한 번(bun)이더군요. 주먹밥보단 단단하게 뭉쳐진, 약밥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누룽지 정도로 딱딱한 느낌은 아닌데 밥알도 겉보기보다 부드러운 찰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두장의 ‘밥 번’ 사이로는 소고기 패티와 계란후라이 패티, 양상추와 양파 토핑, 고추장 기반 소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밥 번’만 조금 떼어 물으니 삼각김밥 등에서 접하던 익숙한 비빔밥 맛이 느껴집니다. 양념도 조금 덜하고 김 등이 빠져 훨씬 담백한 맛입니다. 자세히 살피니 사이사이 당근 등 채소가 작게 박혀 있으나 잘게 썰려있어 식감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버거를 반으로 자르면 반숙 노른자가 흘러나옵니다. 노른자는 반숙이지만 겉은 바싹 튀겨져 상반된 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고기 패티는 특별한 양념 없이 덤덤한 소고기 그대로의 맛을 구현했더군요. 다소 퍽퍽하게 느껴질 정도로 수분기가 없었습니다.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재료들은 ‘버거’로 한입 베어 물면 소스와 함께 어우러집니다. 다소 심심한 맛은 고추장 소스가, 퍽퍽한 패티는 양상추가 보완해 줬습니다. 담백한 소고기 패티를 씹다 보면 패티보다는 비빔밥에 들어간 고기 고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패티와 소스 맛이 중심을 잡아주는 타 버거와는 달리 어느 재료 하나 과하게 두각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각자의 맛이 조화를 이뤘습니다. 비빔밥을 버거로 모양만 바꾼 느낌입니다. ◆버거 흐트러지는 문제 여전, ‘양날의 검’ 된 비빔밥 맛 번이 쉽게 흐트러져 잡고 먹기엔 불편함이 따른다. 사진=김성준 기자 한식 맛 그대로를 담아 버거 모양으로 온전히 구현한 맛은 확실히 독특한 경험입니다. 버거처럼 각각의 구성 요소가 확실하게 구분돼 있으면서도 한입 베어 물면 비빔밥을 한술 뜬 것 같은 맛은 먹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는데요.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버거임에도 먹기 불편하다는 점, 그리고 한식 맛을 너무 잘 살린 나머지 사이드 메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단 버거를 고정해줘야 하는 번이 너무 쉽게 흐트러져 버거 모양을 유지하려면 버거를 잡을 때도, 베어물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이 같은 불편함은 ‘라이스 버거’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아 왔는데요. 밥알을 뭉쳐 만든 번의 한계 때문인지 이번 ‘전주 비빔 라이스 버거’에서도 크게 나아진 점을 찾을 순 없었습니다. 모양이 무너져 따로 노는 재료를 그릇에 담아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한다면 더는 버거라 부를 수 없겠죠. 비빔밥 맛을 그대로 구현한 점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다가옵니다. 버거는 대부분 감자튀김, 콜라와 세트로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취향이 갈리는 영역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비빔밥 맛과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라고 느껴졌습니다. 버거를 따로, 감자튀김과 콜라를 따로 먹다보면 차라리 단품만 시키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밥을 사용해 만든 만큼 포만감이 상당한 편이라 단품으로 먹어도 괜찮겠지만, ‘라이스 버거’에 어울리는 사이드 메뉴를 함께 세트로 구성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성준의 도시락] 버거 입은 비빔밥…돌아온 롯데리아 '라이스 버거'

롯데리아, ‘전주 비빔 라이스 버거’ 재출시
비빔 라이스번·소고기패티·반숙란 딥프라이로 ‘비빔밥’ 구현
‘먹는 재미’ 살렸지만…번 흐트러짐·사이드 메뉴 조화 ‘호불호’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1.08 17:46 의견 0
롯데리아가 정식 출시한 전주 비빔 라이스 버거. 사진=김성준 기자

롯데리아는 독창적이고 개성 넘치는 메뉴로 유명한데요. 토종 버거 브랜드인 만큼 ‘불고거 버거’로 대표되는 현지화 메뉴를 꾸준히 선보여 왔습니다. 지난 1999년 처음 선보인 ‘라이스 버거’도 그중 하나죠. 이번엔 ‘라이스 버거’ 후속작인 ‘전주 비빔 라이스버거’를 정식 메뉴로 내놨습니다.

‘전주 비빔 라이스 버거’는 지난해 초 롯데리아가 ‘K-버거 시리즈’ 2탄으로 한정 출시했던 메뉴입니다. 출시 당시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끌었죠. 지난해 5월에는 세계 최대 외식 산업 박람회인 NRA쇼 시식 메뉴로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버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한 듯, 롯데리아가 다시 먹고 싶은 올해의 버거를 뽑는 ‘땡스버거’ 선정 투표 캠페인에서 득표율 35%로 1위를 차지하며 재출시됐습니다.

사실 ‘라이스 버거’는 ‘밥심’을 포기하지 못하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출시와 단종을 반복해 왔는데요. 마니아층의 압도적 호평에도 불구하고 ‘먹는 사람만 먹는 메뉴’로 자리잡은 채 대중 입맛 잡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주 비빔 라이스 버거’는 한 스푼 더 변화를 추구했습니다. 기존 라이스 버거가 볶음밥을 기반으로 했다면, 이번엔 대표 한식인 비빔밥을 구현하기로 한 것이죠.

◆모양은 ‘버거’지만 맛은 ‘한식’ 그대로

전주 비빔 라이스 버거 외관. 사진=김성준 기자

제품 포장지는 소반을 떠올리게 하는 갈색 바탕 포장지에 기와 지붕과 단청 색상 등으로 포인트를 줬습니다. 포장지 디자인에서부터 한식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네요. 첫눈에는 불고기 버거와 비슷한 크기라 작아 보이지만, 실제론 버거가 꽤 높은 편이라 체감되는 크기가 상당합니다.

포장지를 벗기니 은은한 양념 냄새가 솔솔 풍겨옵니다. 비빔밥에서 참기름을 뺀듯한 고추장 냄새에 가까운데, 특별히 향이 진한 편은 아닙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빵 대신 밥을 사용한 번(bun)이더군요. 주먹밥보단 단단하게 뭉쳐진, 약밥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누룽지 정도로 딱딱한 느낌은 아닌데 밥알도 겉보기보다 부드러운 찰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두장의 ‘밥 번’ 사이로는 소고기 패티와 계란후라이 패티, 양상추와 양파 토핑, 고추장 기반 소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밥 번’만 조금 떼어 물으니 삼각김밥 등에서 접하던 익숙한 비빔밥 맛이 느껴집니다. 양념도 조금 덜하고 김 등이 빠져 훨씬 담백한 맛입니다. 자세히 살피니 사이사이 당근 등 채소가 작게 박혀 있으나 잘게 썰려있어 식감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버거를 반으로 자르면 반숙 노른자가 흘러나옵니다. 노른자는 반숙이지만 겉은 바싹 튀겨져 상반된 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고기 패티는 특별한 양념 없이 덤덤한 소고기 그대로의 맛을 구현했더군요. 다소 퍽퍽하게 느껴질 정도로 수분기가 없었습니다.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재료들은 ‘버거’로 한입 베어 물면 소스와 함께 어우러집니다. 다소 심심한 맛은 고추장 소스가, 퍽퍽한 패티는 양상추가 보완해 줬습니다. 담백한 소고기 패티를 씹다 보면 패티보다는 비빔밥에 들어간 고기 고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패티와 소스 맛이 중심을 잡아주는 타 버거와는 달리 어느 재료 하나 과하게 두각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각자의 맛이 조화를 이뤘습니다. 비빔밥을 버거로 모양만 바꾼 느낌입니다.

◆버거 흐트러지는 문제 여전, ‘양날의 검’ 된 비빔밥 맛

번이 쉽게 흐트러져 잡고 먹기엔 불편함이 따른다. 사진=김성준 기자

한식 맛 그대로를 담아 버거 모양으로 온전히 구현한 맛은 확실히 독특한 경험입니다. 버거처럼 각각의 구성 요소가 확실하게 구분돼 있으면서도 한입 베어 물면 비빔밥을 한술 뜬 것 같은 맛은 먹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는데요.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버거임에도 먹기 불편하다는 점, 그리고 한식 맛을 너무 잘 살린 나머지 사이드 메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단 버거를 고정해줘야 하는 번이 너무 쉽게 흐트러져 버거 모양을 유지하려면 버거를 잡을 때도, 베어물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이 같은 불편함은 ‘라이스 버거’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아 왔는데요. 밥알을 뭉쳐 만든 번의 한계 때문인지 이번 ‘전주 비빔 라이스 버거’에서도 크게 나아진 점을 찾을 순 없었습니다. 모양이 무너져 따로 노는 재료를 그릇에 담아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한다면 더는 버거라 부를 수 없겠죠.

비빔밥 맛을 그대로 구현한 점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다가옵니다. 버거는 대부분 감자튀김, 콜라와 세트로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취향이 갈리는 영역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비빔밥 맛과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라고 느껴졌습니다. 버거를 따로, 감자튀김과 콜라를 따로 먹다보면 차라리 단품만 시키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밥을 사용해 만든 만큼 포만감이 상당한 편이라 단품으로 먹어도 괜찮겠지만, ‘라이스 버거’에 어울리는 사이드 메뉴를 함께 세트로 구성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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