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가슴에선 ‘혹시’ 하는 물음표가 떠나지 않습니다. ‘당연한 일’이라던 이들의 말 끝에 ‘그런데 말이야’가 따라 붙습니다.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여겨지던 NH투자증권의 대표이사 교체 여부가 요즘 증권가에 새삼 회자되고 있습니다. (사진=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 특출났던 대우맨, IB 입고 '레전드'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한평생 증권맨으로 살아온 그가 업계 큰 형님으로, 대체불가한 영향력으로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그만의 경쟁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80년대 후반, 그 시절 찬란한 성장기를 구가하던 대우그룹에 입사하면서 증권 바닥에 발을 내디딘 정 대표는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눈에 드는 인재였다고 합니다. 실제 주니어 직원에 불과했던 그가 대우그룹 구조조정 당시 소위 ‘살생부’를 만드는 작업에 일조했단 점만 보더라도 당시 그에 대한 조직내 신뢰를 짐작케 하는데요. 금융투자업계에서 정 대표는 자타공인 ‘IB계의 대부’로 불립니다. 사실 그가 IB맨으로 본격적인 활약을 하기 시작한 건 2005년 우리투자증권 입사 이후입니다. 앞서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시절에는 IB분야보다는 자금과 기획쪽 업무가 주였습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이나 김기형 전 메리츠증권 사장 등 증권가 IB 1세대들이 각 분야에서 30년 이상 한 우물을 파온 것에 비하면 그리 긴 시간이라 할 순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IB업계 ‘레전드’로 불릴 수 있는 것은 정영채 대표 특유의 빠른 판단력,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 IB맨으로 거듭나기 위한 본인의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딜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구조를 만들어내는 감각이 탁월하고 파격적인 데다가 탄탄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어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든다”는 후배들의 평가는 굳이 멀리서 찾지 않더라도 이제 여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파크원’을 통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 '뻔한 퇴장'? 꺼지지 않는 연임 시나리오 그런 그에게 드리워진 옵티머스 펀드의 그늘은 짙고 어두웠습니다. 지난 11월 말 금융당국이 내부 통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정영채 시대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듯했지요. 서울대 동창이기도 한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지난 연말 사임했듯 정 대표도 비슷한 수순을 밟는 것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뻔한 퇴장’을 할 생각은 없는 듯합니다. 먼저 그는 지난 연말 인사를 통해 사업부 대표 3명을 해임함으로써 무뎌지지 않은 ‘칼날’을 안팎에 보여줬습니다. 특히 IB2부문과 OCIO사업부 대표를 공석으로 두면서까지 그가 고위 임원들을 잘라낸 배경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세대 교체’를 위한 일환이었다는 입장입니다. 사법상 걸림돌도 거둬냈습니다. 금융당국의 중징계 효력을 정지시킴으로써 절차상 불가능했던 연임의 문제를 일단 넘어선 것이죠. 지난 2022년 옵티머스 사태로 인해 시끄러웠던 당시 “세상을 살면서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거짓말이나 옵티머스 건에서는 아니다”며 “투자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그 나머지는 할 말이 많다. 세월이 이야기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던 그를 떠올려볼 때 여전히 할 말이 남은 듯합니다. 게다가 경영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라 할 수 있는 실적은 그를 두고 한번 더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2018년 3600억원 수준이던 NH투자증권의 순이익은 2021년 9479억원까지 늘렸고, 2023년 역시 전년대비 89.1% 늘어난 순익(5739억원)을 기록, 경쟁사들에 비해 불황의 늪을 빠르게 벗어나는 저력을 확인시켰습니다. 당국의 징계 발표 후 2개월 여. 정 대표가 교체돼야 할 이유들로 꼽히던 것들이 어느새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머리의 판단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NH투자증권의 대주주인 NH금융지주가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감수하며 정 대표를 사수할 이유가 있느냐는 문제는 잠시 놓쳤던 이성을 흔들어 깨웁니다. 새로운 회장 체제 출범에 맞춰 새로운 인물이 합을 맞출 가능성은 여전히 높습니다. 대다수 증권사가 CEO 세대교체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그의 잔류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배경입니다. 2년 전 “연임에 대해 어떠한 생각도 갖고 있지 않다”던 그는 지금도 “이사회와 대주주가 정하는 것이니 왈가왈부할 수 없다”며 선을 긋습니다. 어쩌면 정 대표의 일련의 행보는 현 CEO로서 누구보다 프로답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모두를 납득시킬 만큼 뛰어난 능력을 무기삼아 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온 정영채 대표. 세간의 여러 시선 속에서도 대내외적으로 흔들림 없이 '마이 웨이'를 걷고 있는 그가 마주한 이번 이야기의 끝은 어떤 결론을 맺게 될 지 관심이 모아지는 요즘입니다.

[박민선의 View+] 그래서, NH증권 정영채 사장은 어떻게 된대?

박민선 기자 승인 2024.02.07 09:43 | 최종 수정 2024.02.28 21:26 의견 0

머리로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가슴에선 ‘혹시’ 하는 물음표가 떠나지 않습니다. ‘당연한 일’이라던 이들의 말 끝에 ‘그런데 말이야’가 따라 붙습니다.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여겨지던 NH투자증권의 대표이사 교체 여부가 요즘 증권가에 새삼 회자되고 있습니다.

(사진=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 특출났던 대우맨, IB 입고 '레전드'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한평생 증권맨으로 살아온 그가 업계 큰 형님으로, 대체불가한 영향력으로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그만의 경쟁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80년대 후반, 그 시절 찬란한 성장기를 구가하던 대우그룹에 입사하면서 증권 바닥에 발을 내디딘 정 대표는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눈에 드는 인재였다고 합니다. 실제 주니어 직원에 불과했던 그가 대우그룹 구조조정 당시 소위 ‘살생부’를 만드는 작업에 일조했단 점만 보더라도 당시 그에 대한 조직내 신뢰를 짐작케 하는데요.

금융투자업계에서 정 대표는 자타공인 ‘IB계의 대부’로 불립니다. 사실 그가 IB맨으로 본격적인 활약을 하기 시작한 건 2005년 우리투자증권 입사 이후입니다. 앞서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시절에는 IB분야보다는 자금과 기획쪽 업무가 주였습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이나 김기형 전 메리츠증권 사장 등 증권가 IB 1세대들이 각 분야에서 30년 이상 한 우물을 파온 것에 비하면 그리 긴 시간이라 할 순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IB업계 ‘레전드’로 불릴 수 있는 것은 정영채 대표 특유의 빠른 판단력,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 IB맨으로 거듭나기 위한 본인의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딜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구조를 만들어내는 감각이 탁월하고 파격적인 데다가 탄탄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어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든다”는 후배들의 평가는 굳이 멀리서 찾지 않더라도 이제 여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파크원’을 통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 '뻔한 퇴장'? 꺼지지 않는 연임 시나리오

그런 그에게 드리워진 옵티머스 펀드의 그늘은 짙고 어두웠습니다. 지난 11월 말 금융당국이 내부 통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정영채 시대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듯했지요. 서울대 동창이기도 한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지난 연말 사임했듯 정 대표도 비슷한 수순을 밟는 것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뻔한 퇴장’을 할 생각은 없는 듯합니다. 먼저 그는 지난 연말 인사를 통해 사업부 대표 3명을 해임함으로써 무뎌지지 않은 ‘칼날’을 안팎에 보여줬습니다. 특히 IB2부문과 OCIO사업부 대표를 공석으로 두면서까지 그가 고위 임원들을 잘라낸 배경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세대 교체’를 위한 일환이었다는 입장입니다.

사법상 걸림돌도 거둬냈습니다. 금융당국의 중징계 효력을 정지시킴으로써 절차상 불가능했던 연임의 문제를 일단 넘어선 것이죠. 지난 2022년 옵티머스 사태로 인해 시끄러웠던 당시 “세상을 살면서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거짓말이나 옵티머스 건에서는 아니다”며 “투자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그 나머지는 할 말이 많다. 세월이 이야기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던 그를 떠올려볼 때 여전히 할 말이 남은 듯합니다.

게다가 경영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라 할 수 있는 실적은 그를 두고 한번 더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2018년 3600억원 수준이던 NH투자증권의 순이익은 2021년 9479억원까지 늘렸고, 2023년 역시 전년대비 89.1% 늘어난 순익(5739억원)을 기록, 경쟁사들에 비해 불황의 늪을 빠르게 벗어나는 저력을 확인시켰습니다.

당국의 징계 발표 후 2개월 여. 정 대표가 교체돼야 할 이유들로 꼽히던 것들이 어느새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머리의 판단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NH투자증권의 대주주인 NH금융지주가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감수하며 정 대표를 사수할 이유가 있느냐는 문제는 잠시 놓쳤던 이성을 흔들어 깨웁니다. 새로운 회장 체제 출범에 맞춰 새로운 인물이 합을 맞출 가능성은 여전히 높습니다. 대다수 증권사가 CEO 세대교체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그의 잔류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배경입니다.

2년 전 “연임에 대해 어떠한 생각도 갖고 있지 않다”던 그는 지금도 “이사회와 대주주가 정하는 것이니 왈가왈부할 수 없다”며 선을 긋습니다.

어쩌면 정 대표의 일련의 행보는 현 CEO로서 누구보다 프로답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모두를 납득시킬 만큼 뛰어난 능력을 무기삼아 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온 정영채 대표. 세간의 여러 시선 속에서도 대내외적으로 흔들림 없이 '마이 웨이'를 걷고 있는 그가 마주한 이번 이야기의 끝은 어떤 결론을 맺게 될 지 관심이 모아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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