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나증권) 명백한 경로이탈이다. 한때 ‘삼투신’이 여의도를 호령하던 시절을 지나 업계 3위권을 넘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경쟁대열에서 멀찍이 밀려나 버렸다. 하나증권 이야기다. 이은형 부문장 등판 이후 재반전을 꾀하고는 있지만 벌어들인 돈으로 충당금을 수혈하기에도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어느새 멀어져버린 선두권 경쟁, 잘 나가던 하나증권은 어디에서부터 스텝이 꼬인 걸까. ■ 성장 발판 다진 '2김(김정태·김지완) 시대' 하나금융이 그린 그림은 처음부터 분명했다. 하나은행 고객들을 기반으로 자산관리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해가면서 종합자산관리의 명가로 진화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것. 2006년 말 하나증권의 지휘봉을 잡았던 김정태 전 사장(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판매력 확대를 최고 목표로 삼았다. ‘영업통’으로 불리던 그는 취임 이후 영업조직을 중점적으로 키움으로써 전신인 대한투자증권이 '삼투신' 시절 보였던 펀드 판매의 강점을 십분 활용했다. 이와 함께 증권사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하는 리서치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을 영입하는 등 체계를 갖춰나갔다. 이후 하나IB증권 리테일 부문의 영업을 양수하는 등 회사가 증권사로서 기반을 탄탄히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 전 대표가 취임 1년 3개월 만에 이룬 6배 가까운 순익 증가는 좋은 출발의 신호였다. 뒤를 이은 수장은 김지완 전 사장이다. 부국증권과 현대증권을 거치며 정통 증권맨으로서 입지가 상당했던 김지완 전 사장은 당시 직업이 ‘CEO’라 불릴 정도로 증권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자랑하는 선수였다. 2008년 취임한 김 전 사장은 9위권에 그쳤던 고객자산을 상위 5위권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로 자산 확대에 집중했다. “앞으로 생존을 위해 50조원 이상의 자산은 필수”라던 김 사장은 실제 고객 총자산 성장을 기반으로 취임 2년만인 2010년 하나대투증권을 4위권에 올려놓으며 미션 수행에 성공한다. 곧 3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무리가 아니었던 시절이다. (사진=2016년 김정태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왼)과 이진국 당시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오)) ■ 이진국 시대, 대체투자로 폭발하다 금융지주 자회사들이 흔히 그렇듯 하나대투증권 역시 수장들이 '단명'하는 한계를 이겨내진 못했다. 하지만 2년의 고비를 처음으로 넘긴 인물이 바로 이진국 전 사장. 20년 ‘신한맨’이던 이진국 전 사장은 성균관대 선후배 사이인 당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듯 이 전 사장은 가장 역동적인 숫자로 능력을 입증했다. 2016년 취임 당시 866억원이었던 순익은 3년 만인 2019년 2803억원까지 불어나며 엄청난 성장을 보였다. 하나금융투자가 이처럼 빠르게 성장한 것은 대체투자의 역할이 컸다. 하나금융투자는 줄곧 자산관리 시장을 기반으로 달려왔지만 위축된 증시의 대안처럼 대체 투자 시장이 커지면서 하나금융투자 역시 기업금융(IB) 부문을 확대 개편하며 투자 기회를 찾았던 것이다. 실제 2019년 인수주선 및 자문 수수료는 55% 증가율을 보였을 정도로 핵심 부서로 부상했다. 이 전 사장은 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자본금을 4조원대까지 늘렸고 해외 투자금융과 관련된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는 동시에 투자 채널도 다각화했다. 수천억원대 대형 딜이 잇따르면서 투자금융부문에서 거둬들이는 수수료는 빠르게 커져갔다. 하나금융투자는 단숨에 지주 내 '효자'로 급부상한다. 한자릿수대를 벗어나지 못했던 지주 실적 기여도는 10% 대를 웃돌며 2025년까지 비은행 계열사의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던 김정태 전 회장의 목표가 조기 달성도 가능해 보이던 때다. ■ 짧았던 영광, 필연적 후폭풍 급성장이 불러온 성장통은 필연이었다. 2017년 자본총액 절반도 미치지 않았던 채무보증 한도는 공격적인 영업 여파로 2018년 64.2%, 2019년 말 126.4%까지 불어났다. 자본 확충으로 비율을 낮췄지만 100% 근접한 수준을 더 끌어내리기에 역부족이었다. 특히 하나증권의 매입약정 등 우발채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사모사채 인수확약. 이는 유동화와 관련해 가장 위험한 신용공여 방식 중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 여파로 해외 실사 불가능한 상황에도 공격적 영업 전략으로 인해 미국, 호주, 독일 등에 대규모 투자 진행한 것은 고스란히 역풍으로 돌아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브릿지론과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만 2조원대를 웃돌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3000억원 이상 충당금을 쌓아올렸지만 올해도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사후관리에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하나증권은 143억원의 누적 손손실을 내며 가혹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사진=강성묵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문장) 현재 하나증권은 지난해 이은형 부문장에 이어 강성묵 부문장이 이끌고 있다. 이 부문장이 다방면의 경험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던 한편 강 부문장은 자산관리(WM)와 함께 전통 IB 부문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하나증권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IB부문을 둘로 분리시켰다. 이를 통해 기업공개(IPO)를 포함한 1부문의 전통 IB부문은 키우면서 대체투자를 담당하는 2부문은 5개 본부에서 4개 본부로 줄이며 재정비했다. 2021년 한때 32.9%까지 늘었던 하나금융지주 내 비은행 부문의 실적 기여도는 3분기 기준 12.8%까지 다시 쪼그라든 상황. 특히 하나은행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비은행 계열사들의 부진으로 인해 3위권을 맴도는 지주 입장에서 이러한 현실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은형-강성묵 체제를 통해 다시 ‘2라운드’ 세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하나증권. 이탈했던 경로를 되돌려 성장 가도에 재진입할 수 있을 지 증권업계 관심이 모아진다.

하나증권이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뷰파인더]

종합자산관리 명가 꿈꾼 하나금융...CEO로 읽는 하나증권 ‘흥망성쇠’

박민선 기자 승인 2024.01.16 15:08 | 최종 수정 2024.01.30 15:45 의견 0
(사진=하나증권)


명백한 경로이탈이다. 한때 ‘삼투신’이 여의도를 호령하던 시절을 지나 업계 3위권을 넘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경쟁대열에서 멀찍이 밀려나 버렸다. 하나증권 이야기다. 이은형 부문장 등판 이후 재반전을 꾀하고는 있지만 벌어들인 돈으로 충당금을 수혈하기에도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어느새 멀어져버린 선두권 경쟁, 잘 나가던 하나증권은 어디에서부터 스텝이 꼬인 걸까.

■ 성장 발판 다진 '2김(김정태·김지완) 시대'

하나금융이 그린 그림은 처음부터 분명했다. 하나은행 고객들을 기반으로 자산관리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해가면서 종합자산관리의 명가로 진화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것.

2006년 말 하나증권의 지휘봉을 잡았던 김정태 전 사장(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판매력 확대를 최고 목표로 삼았다. ‘영업통’으로 불리던 그는 취임 이후 영업조직을 중점적으로 키움으로써 전신인 대한투자증권이 '삼투신' 시절 보였던 펀드 판매의 강점을 십분 활용했다.

이와 함께 증권사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하는 리서치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을 영입하는 등 체계를 갖춰나갔다. 이후 하나IB증권 리테일 부문의 영업을 양수하는 등 회사가 증권사로서 기반을 탄탄히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 전 대표가 취임 1년 3개월 만에 이룬 6배 가까운 순익 증가는 좋은 출발의 신호였다.

뒤를 이은 수장은 김지완 전 사장이다. 부국증권과 현대증권을 거치며 정통 증권맨으로서 입지가 상당했던 김지완 전 사장은 당시 직업이 ‘CEO’라 불릴 정도로 증권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자랑하는 선수였다.

2008년 취임한 김 전 사장은 9위권에 그쳤던 고객자산을 상위 5위권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로 자산 확대에 집중했다. “앞으로 생존을 위해 50조원 이상의 자산은 필수”라던 김 사장은 실제 고객 총자산 성장을 기반으로 취임 2년만인 2010년 하나대투증권을 4위권에 올려놓으며 미션 수행에 성공한다. 곧 3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무리가 아니었던 시절이다.

(사진=2016년 김정태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왼)과 이진국 당시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오))


■ 이진국 시대, 대체투자로 폭발하다

금융지주 자회사들이 흔히 그렇듯 하나대투증권 역시 수장들이 '단명'하는 한계를 이겨내진 못했다. 하지만 2년의 고비를 처음으로 넘긴 인물이 바로 이진국 전 사장.

20년 ‘신한맨’이던 이진국 전 사장은 성균관대 선후배 사이인 당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듯 이 전 사장은 가장 역동적인 숫자로 능력을 입증했다. 2016년 취임 당시 866억원이었던 순익은 3년 만인 2019년 2803억원까지 불어나며 엄청난 성장을 보였다.

하나금융투자가 이처럼 빠르게 성장한 것은 대체투자의 역할이 컸다. 하나금융투자는 줄곧 자산관리 시장을 기반으로 달려왔지만 위축된 증시의 대안처럼 대체 투자 시장이 커지면서 하나금융투자 역시 기업금융(IB) 부문을 확대 개편하며 투자 기회를 찾았던 것이다. 실제 2019년 인수주선 및 자문 수수료는 55% 증가율을 보였을 정도로 핵심 부서로 부상했다.

이 전 사장은 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자본금을 4조원대까지 늘렸고 해외 투자금융과 관련된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는 동시에 투자 채널도 다각화했다. 수천억원대 대형 딜이 잇따르면서 투자금융부문에서 거둬들이는 수수료는 빠르게 커져갔다.

하나금융투자는 단숨에 지주 내 '효자'로 급부상한다. 한자릿수대를 벗어나지 못했던 지주 실적 기여도는 10% 대를 웃돌며 2025년까지 비은행 계열사의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던 김정태 전 회장의 목표가 조기 달성도 가능해 보이던 때다.

■ 짧았던 영광, 필연적 후폭풍

급성장이 불러온 성장통은 필연이었다. 2017년 자본총액 절반도 미치지 않았던 채무보증 한도는 공격적인 영업 여파로 2018년 64.2%, 2019년 말 126.4%까지 불어났다. 자본 확충으로 비율을 낮췄지만 100% 근접한 수준을 더 끌어내리기에 역부족이었다.

특히 하나증권의 매입약정 등 우발채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사모사채 인수확약. 이는 유동화와 관련해 가장 위험한 신용공여 방식 중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 여파로 해외 실사 불가능한 상황에도 공격적 영업 전략으로 인해 미국, 호주, 독일 등에 대규모 투자 진행한 것은 고스란히 역풍으로 돌아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브릿지론과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만 2조원대를 웃돌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3000억원 이상 충당금을 쌓아올렸지만 올해도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사후관리에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하나증권은 143억원의 누적 손손실을 내며 가혹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사진=강성묵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문장)

현재 하나증권은 지난해 이은형 부문장에 이어 강성묵 부문장이 이끌고 있다. 이 부문장이 다방면의 경험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던 한편 강 부문장은 자산관리(WM)와 함께 전통 IB 부문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하나증권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IB부문을 둘로 분리시켰다. 이를 통해 기업공개(IPO)를 포함한 1부문의 전통 IB부문은 키우면서 대체투자를 담당하는 2부문은 5개 본부에서 4개 본부로 줄이며 재정비했다.

2021년 한때 32.9%까지 늘었던 하나금융지주 내 비은행 부문의 실적 기여도는 3분기 기준 12.8%까지 다시 쪼그라든 상황. 특히 하나은행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비은행 계열사들의 부진으로 인해 3위권을 맴도는 지주 입장에서 이러한 현실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은형-강성묵 체제를 통해 다시 ‘2라운드’ 세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하나증권. 이탈했던 경로를 되돌려 성장 가도에 재진입할 수 있을 지 증권업계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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