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자료=연합뉴스) 부동산 호황기에 급성장한 국내 프롭테크 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프롭테크 업체의 성장을 견인한 유동성이 메마르면서다. 이에 프롭테크 업체는 재무 건전성 확보와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나가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직방은 지난해 매출 1200억원, 영업손실 3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6% 성장했으나 적자 규모는 2% 늘었다. 직방은 부동산 호황기인 2020년 매출 458억원, 영업이익 38억원을 기록하면서 영업이익률 10%를 넘봤다. 호실적에 힘입어 이듬해에는 공동주택 관리플랫폼 모빌을 인수했고 공격적인 인재채용에 나서면서 사업 확장을 꾀했다. 이에 2021년 급여비용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104억원을 기록했다. 인건비의 증가 등으로 2021년 직방은 영업손실 8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그러나 매출은 558억원으로 21% 가량 증가했다. 프롭테크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가 꾸준했고 부동산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성장성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22년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시장 침체와 함께 투자 수요가 줄면서 성장 전망에 먹구름이 끼었다. 실적도 요동쳤다. 직방의 2022년 매출은 882억원을 기록하면서 덩치는 커졌지만 영업손실은 370억원으로 적자폭이 4배 이상 늘었다. 다른 프롭테크 업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상업용·업무용 부동산 전문 프롭테크 업체 알스퀘어는 지난해 매출이 1462억원, 영업손실 2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20% 이상 줄었고 적자폭은 2배 이상 확대했다. 2021년 매출 972억원에서 영업이익 1억원으로 흑자를 보였으나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기와 더불어 고금리 환경에서 전반적인 투자 자체가 스타트업이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상오피스 플랫폼 소마를 이용 중인 모습. (자료=직방) ■ 프롭테크 성장 해법은 '데이터 활용' 통한 서비스 고도화 프롭테크 산업은 초기 중개 플랫폼을 중심으로 부동산 호황기인 2018년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그해 20개였던 한국프롭테크포럼 회원사는 지난해 8월 249개로 12배 성장했다. 국내 프롭테크는 저금리와 저물가라는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성장했으나 2022년부터 고금리, 고물가 환경 전환으로 시장이 급격하게 축소됐다는 게 건산연의 진단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을 즉석에서 구매하는 '아이바잉(iBuying)' 모델과 같이 프롭테크 산업은 호황기 동안 더 비싼 자산,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해 투자금과 물량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면서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명확한 기대가 형성될 때 수익창출이 가능하며, 시장에서 거래가 원활해 재판매의 어려움이 크지 않아야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택경기 침체기에는 아이바잉과 같은 성장기에 구축한 사업모델이 오히려 손실을 확대시킬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부동산플래닛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기반으로 지난해 연간 부동산 유형별 매매거래 특성을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발생한 부동산 매매거래량은 총 100만6019건으로 전년(110만2854건)과 비교해 8.8% 감소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실거래가를 공개한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부동산 중개 플랫폼 중심의 사업 구조를 지닌 프롭테크 업체가 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 연구위원은 프롭테크 업체가 부동산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비즈니스 모델에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 위원은 "침체기에는 효율성을 추구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분산하는 관리 역량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면서 "수요자들은 자산가격 하락과 임대료 하락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며, 거래 어려움으로 예상치 못하게 보유기간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자금조달과 운영 난이도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와 서비스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다는 게 허 위원의 판단이다. 그는 "전방 업태인 데이터 및 가치평가 서비스를 자산운용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사용자 중심에서 다양한 고객층을 만족시키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전환하는 등 공격적인 고객층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회계사나 공간운영자, 부동산개발업자 등 고객의 특징에 따라 원하는 데이터와 데이터의 심도가 달라짐에 따라 이들에 맞춘 데이터를 구축 하고 공격적인 고객 확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존 프롭테크 업체들도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면서 기존 서비스를 고도화해 침체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알스퀘어는 이호준 전 컬리어스 본부장을 부동산 투자자문본부 본부장 겸 부사장으로 지난달 선임하면서 기존 서비스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이호준 부사장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냉철한 투자 판단이 중요해진 시기"라며 "알스퀘어의 정보를 바탕으로 부동산 매매 시장에서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존 데이터 활용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직방은 스마트홈 시장 1위 삼성SDS 홈IoT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로도 꾸준히 스마트홈 시장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홈IoT 사업부 인수를 바탕으로 한 도어락 등 홈 제품 판매 확대와 더불어 가상 오피스 'SOMA'의 서비스 확장을 꾀하고 있다. 직방 관계자는 "회사는 지난해 재무건전성 확보를 목표로 사업 성장 동력 마련에 주력했다"면서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지킴중개 서비스의 고도화 및 권역 확장과 제휴 중개 비즈니스, 스마트홈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내실있는 성장을 이뤄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기의 프롭테크, 고금리 '직격탄'…서비스 고도화 '숙제'

직방, 외형성장 불구 적자 폭 2년 연속 확대
"부동산 침체기에 리스크 관리 역량 중요"

정지수 기자 승인 2024.04.22 14:30 의견 0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자료=연합뉴스)

부동산 호황기에 급성장한 국내 프롭테크 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프롭테크 업체의 성장을 견인한 유동성이 메마르면서다. 이에 프롭테크 업체는 재무 건전성 확보와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나가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직방은 지난해 매출 1200억원, 영업손실 3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6% 성장했으나 적자 규모는 2% 늘었다.

직방은 부동산 호황기인 2020년 매출 458억원, 영업이익 38억원을 기록하면서 영업이익률 10%를 넘봤다. 호실적에 힘입어 이듬해에는 공동주택 관리플랫폼 모빌을 인수했고 공격적인 인재채용에 나서면서 사업 확장을 꾀했다. 이에 2021년 급여비용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104억원을 기록했다.

인건비의 증가 등으로 2021년 직방은 영업손실 8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그러나 매출은 558억원으로 21% 가량 증가했다. 프롭테크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가 꾸준했고 부동산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성장성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22년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시장 침체와 함께 투자 수요가 줄면서 성장 전망에 먹구름이 끼었다. 실적도 요동쳤다. 직방의 2022년 매출은 882억원을 기록하면서 덩치는 커졌지만 영업손실은 370억원으로 적자폭이 4배 이상 늘었다.

다른 프롭테크 업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상업용·업무용 부동산 전문 프롭테크 업체 알스퀘어는 지난해 매출이 1462억원, 영업손실 2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20% 이상 줄었고 적자폭은 2배 이상 확대했다. 2021년 매출 972억원에서 영업이익 1억원으로 흑자를 보였으나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기와 더불어 고금리 환경에서 전반적인 투자 자체가 스타트업이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상오피스 플랫폼 소마를 이용 중인 모습. (자료=직방)

■ 프롭테크 성장 해법은 '데이터 활용' 통한 서비스 고도화

프롭테크 산업은 초기 중개 플랫폼을 중심으로 부동산 호황기인 2018년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그해 20개였던 한국프롭테크포럼 회원사는 지난해 8월 249개로 12배 성장했다.

국내 프롭테크는 저금리와 저물가라는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성장했으나 2022년부터 고금리, 고물가 환경 전환으로 시장이 급격하게 축소됐다는 게 건산연의 진단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을 즉석에서 구매하는 '아이바잉(iBuying)' 모델과 같이 프롭테크 산업은 호황기 동안 더 비싼 자산,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해 투자금과 물량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면서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명확한 기대가 형성될 때 수익창출이 가능하며, 시장에서 거래가 원활해 재판매의 어려움이 크지 않아야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택경기 침체기에는 아이바잉과 같은 성장기에 구축한 사업모델이 오히려 손실을 확대시킬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부동산플래닛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기반으로 지난해 연간 부동산 유형별 매매거래 특성을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발생한 부동산 매매거래량은 총 100만6019건으로 전년(110만2854건)과 비교해 8.8% 감소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실거래가를 공개한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부동산 중개 플랫폼 중심의 사업 구조를 지닌 프롭테크 업체가 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 연구위원은 프롭테크 업체가 부동산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비즈니스 모델에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 위원은 "침체기에는 효율성을 추구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분산하는 관리 역량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면서 "수요자들은 자산가격 하락과 임대료 하락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며, 거래 어려움으로 예상치 못하게 보유기간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자금조달과 운영 난이도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와 서비스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다는 게 허 위원의 판단이다.

그는 "전방 업태인 데이터 및 가치평가 서비스를 자산운용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사용자 중심에서 다양한 고객층을 만족시키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전환하는 등 공격적인 고객층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회계사나 공간운영자, 부동산개발업자 등 고객의 특징에 따라 원하는 데이터와 데이터의 심도가 달라짐에 따라 이들에 맞춘 데이터를 구축 하고 공격적인 고객 확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존 프롭테크 업체들도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면서 기존 서비스를 고도화해 침체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알스퀘어는 이호준 전 컬리어스 본부장을 부동산 투자자문본부 본부장 겸 부사장으로 지난달 선임하면서 기존 서비스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이호준 부사장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냉철한 투자 판단이 중요해진 시기"라며 "알스퀘어의 정보를 바탕으로 부동산 매매 시장에서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존 데이터 활용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직방은 스마트홈 시장 1위 삼성SDS 홈IoT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로도 꾸준히 스마트홈 시장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홈IoT 사업부 인수를 바탕으로 한 도어락 등 홈 제품 판매 확대와 더불어 가상 오피스 'SOMA'의 서비스 확장을 꾀하고 있다.

직방 관계자는 "회사는 지난해 재무건전성 확보를 목표로 사업 성장 동력 마련에 주력했다"면서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지킴중개 서비스의 고도화 및 권역 확장과 제휴 중개 비즈니스, 스마트홈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내실있는 성장을 이뤄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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