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장 같은 학교에서 12년 동안 커 온 아이들에게 졸업한 다음에 창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닭으로 키우고 독수리처럼 날라고 하는 격이다.”   (사진=픽사베이) 예능과 지식이 결합된 tvN ‘알쓸신잡’ 시리즈를 꽤 재미나게 본 기억이 난다. 개인의 취향이긴 하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유현준 교수가 출연해 해주는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식탁이 차가운 유리가 아니어야 가족이 모일 수 있다는 말이나 잘못된 아파트의 구조와 옛 한옥의 기둥이 권력을 상징한다는 깨알 같은 지식들이 무척 재미있어서였다. 그래서 찾아본 그의 책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는 더욱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집부터 학교, 회사까지 건축물의 형태와 구조가 우리를 어떻게 가두고 우리의 자유와 사유를 어떻게 앗아가는지 낱낱이 알려준다. 더욱이 이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는 건축 얘기만이 아니라 세상의 다양한 현상과 프레임이 우리가 사는 건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반대로 우리가 익숙하다 느끼는 건물의 모습은 우리를 어떻게 옥죄고 있는지 설명한다. 특히 아이들의 삶이 기성 건물과 어른들이 정해놓은 틀 속에서 어떻게 우그러져 가는지 조목조목 따지는 대목에서는 절로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다. 아주 단순하게, 지금 당신의 머리 위를 쳐다보면 네모난 천장이 존재하고 있다. 왜 하루종일 당신의 머리 위에 네모난 천장이 있어야 하는지까지도 유현준 교수는 지식과 역사와 현상을 버무려 재미나게 설명해준다. “아이들은 ‘시간’만 있으면 ‘공간’을 찾아서 ‘장소’로 만든다. 아이들은 천재 건축가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다. 시간이 없으니 공간을 찾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우리 주변에는 점점 의미 있는 장소가 사라지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자. 그래야 아이들에게 이 도시가 더 좋은 공간이 될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요즘 아이들은 2.4미터 높이의 아파트와 허리를 구부려야 할 만큼 낮은 1.5미터 높이의 봉고차와 2.6미터 높이의 교실과 2.5미터 높이의 상가 학원 천장에 짓눌려 산다. 우리는 창의적인 아이들을 기형적인 공간을 통해서 점점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이 왜 창의적이지 않지?”하면서 아이들을 창의력 학원에 보내고 창의력 학습지를 풀게 한다.” “만약 우리가 사는 도시가 아름답지 않다면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많은 사람의 건축적 이해와 가치관의 수준이 반영된 것이다. 좋은 도시에 살고 싶은가? 나부터 좋은 가치관을 갖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문장공감] "창의적인 아이들을 기형적인 공간에서 망가뜨리고 있다“

유현준 ‘어디서 살 것인가’

문다영 기자 승인 2020.01.31 13:17 의견 0

“양계장 같은 학교에서 12년 동안 커 온 아이들에게 졸업한 다음에 창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닭으로 키우고 독수리처럼 날라고 하는 격이다.”

 
(사진=픽사베이)


예능과 지식이 결합된 tvN ‘알쓸신잡’ 시리즈를 꽤 재미나게 본 기억이 난다. 개인의 취향이긴 하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유현준 교수가 출연해 해주는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식탁이 차가운 유리가 아니어야 가족이 모일 수 있다는 말이나 잘못된 아파트의 구조와 옛 한옥의 기둥이 권력을 상징한다는 깨알 같은 지식들이 무척 재미있어서였다.

그래서 찾아본 그의 책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는 더욱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집부터 학교, 회사까지 건축물의 형태와 구조가 우리를 어떻게 가두고 우리의 자유와 사유를 어떻게 앗아가는지 낱낱이 알려준다. 더욱이 이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는 건축 얘기만이 아니라 세상의 다양한 현상과 프레임이 우리가 사는 건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반대로 우리가 익숙하다 느끼는 건물의 모습은 우리를 어떻게 옥죄고 있는지 설명한다.

특히 아이들의 삶이 기성 건물과 어른들이 정해놓은 틀 속에서 어떻게 우그러져 가는지 조목조목 따지는 대목에서는 절로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다. 아주 단순하게, 지금 당신의 머리 위를 쳐다보면 네모난 천장이 존재하고 있다. 왜 하루종일 당신의 머리 위에 네모난 천장이 있어야 하는지까지도 유현준 교수는 지식과 역사와 현상을 버무려 재미나게 설명해준다.

“아이들은 ‘시간’만 있으면 ‘공간’을 찾아서 ‘장소’로 만든다. 아이들은 천재 건축가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다. 시간이 없으니 공간을 찾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우리 주변에는 점점 의미 있는 장소가 사라지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자. 그래야 아이들에게 이 도시가 더 좋은 공간이 될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요즘 아이들은 2.4미터 높이의 아파트와 허리를 구부려야 할 만큼 낮은 1.5미터 높이의 봉고차와 2.6미터 높이의 교실과 2.5미터 높이의 상가 학원 천장에 짓눌려 산다. 우리는 창의적인 아이들을 기형적인 공간을 통해서 점점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이 왜 창의적이지 않지?”하면서 아이들을 창의력 학원에 보내고 창의력 학습지를 풀게 한다.”

“만약 우리가 사는 도시가 아름답지 않다면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많은 사람의 건축적 이해와 가치관의 수준이 반영된 것이다. 좋은 도시에 살고 싶은가? 나부터 좋은 가치관을 갖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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