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사진=CGV아트하우스) [뷰어스=남우정 기자]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드리고 싶어요”  배우 천우희는 인터뷰 도중 대뜸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 대상은 자신에게 러브콜을 보내줬던 감독과 제작자들에게다. 작년 여러 제안을 받았고 아까운 캐릭터들도 있었지만 천우희는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우상’과 故김주혁의 일을 겪으면서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 “그동안 한계를 맛보긴 했지만 무너지지 않았어요. 이번엔 외적인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故)김주혁 선배 일을 겪고 많이 무너졌어요. 난 영화를 위해서 모든 걸 불태워도 좋다고 맹목적으로 일을 해왔는데 그 일이 일어나고 나니까 다 부질없다고 느껴졌어요. ‘내가 노력해도 많은 사람이 기억해줄까’ 그런 순간이 지배되면서 무너졌어요. 현장의 분위기와 사람에게 기를 받아서 아픈지도 모르다가 혼자 있다가 그런 생각에 빠졌어요. 내가 생각보다 별 것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지니까 자신감이 없어졌죠” 그 사이에 천우희는 차기작을 선택하지 못했다.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시간이 약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니까 해결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요. ‘우상’을 재작년부터 작년 4월까지 찍었는데 그 후에 다른 작품을 선택 못했어요. 정말 할 여력이 안 났거든요. 좋은 작품들을 거절한다는 것이 안타깝고 죄송했지만 못 하겠더라고요. 영화가 끝나고 연기에 아예 멀리 떨어졌어요. 그러다가 연기 때문에 상처받을지언정 연기 때문에 위로를 받는구나 생각이 들었죠. 이제 2년 동안 안고 있던 련화 캐릭터를 떠나보내야 해요” 천우희가 2년 간 안고 있던 캐릭터 련화는 영화 ‘우상’의 주축이다.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 구명회(한석규)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유중식(설경구),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최련화(천우희)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공주’로 천우희의 새 얼굴을 발견해 준 이수진 감독과의 재회작이기도 하다.  “‘한공주’는 내가 잘하는 잘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근데 이번엔 두려움을 가졌죠. 그 때 이수진 감독이 ‘다른 배우가 하면 배 아프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그러면 다른 배우들에게 편하게 다 돌려봐라’고 했어요. 누구나 탐낼 수 있는 역할이지만 어느 누구도 쉽게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가 2016년인데 내가 그 때 ‘곡성’에 나왔어요. 아무래도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이수진 감독은 그것에 대한 우려는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배우도 생각했는데 (설)경구 선배가 ‘천우희’라고 힘을 실어줘서 다시 나에게 왔어요. 그땐 나 또한 해낼 수 있다는 것이라는 의욕이 앞섰고 이미 작업을 해봤기 때문에 기대감이 있었어요” 조선족인 연화는 설정부터 상황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는 인물이다. 오직 생존을 위해 자신이 믿는 그대로 행동한다. 생각 보단 본능이 앞선 인물이라는 게 느껴진다. 편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지만 천우희는 ‘극악무도’하기까지 한 련화에게 연민을 가졌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극악무도할 수 있을까’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근데 련화는 인간으로 가지고 있을법한 권리가 아예 없는 인물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정말 단순하게 아주 평범한 삶을 꿈꾸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셋 중에 가장 의지가 강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은 게 축적되어 오면서 순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연기 하면서도 그냥 무섭게만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느낀 련화는 오히려 마음이 짠해질 정도로 연민이 느껴졌거든요” 외적인 변화도 있다. 련화는 눈썹이 없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게 당연하다. 여기에 천우희는 조선족 캐릭터를 통해 완벽한 사투리를 구사한다. 너무 리얼해서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다.  “밀기 전에 걱정했죠. 눈썹이 자란다고 하지만 안 나는 사람도 있고 예전만큼 돌아오지 않을까봐(웃음) 현장에서 밀어 보니까 나름 느낌 있더라고요. 혼자 촬영이 없는 3주 동안 칩거의 시간은 있었어요. 사투리는 리얼하게 할 것인지 조금은 풀어서 할 것인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연습 하면서 칭찬도 많이 받아서 스스로 흡족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있어서 조금 상처였어요(웃음)” 워낙 강한 캐릭터를 도맡아 했던 천우희이기 때문에 후유증을 앓진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오히려 천우희는 배우와 개인의 삶을 철저하게 다르게 봤다. 개인의 삶에 연기의 감정을 끌고 오지 않으면서 후유증을 겪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우상’은 그런 천우희에게도 여파를 남긴 작품이다. 처음 겪은 감정이었다. 그래서 천우희는 ‘우상’ 전후로 연기 인생이 나뉜다고 털어놨다.  “나에겐 배우의 삶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삶이 중요해요. 감정적으로 연기하지 말고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상’을 찍으면서 당황했어요. 평소 현장에서 흔들리지 않는데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보니까 당혹스러웠어요. ‘우상’은 정말 바닥 끝까지 ㄸ?ㄹ어져 본 느낌이에요. 한계를 본 작품이라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죠. 일할 땐 스스로에게 가혹할 정도로 칼 같은 면이 있거든요. ‘우상’을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게 됐어요” 걱정했던 것과 달리 천우희의 차기작은 정해졌다. 그것도 코미디의 대가인 이병헌 감독의 ‘멜로가 체질’을 통해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조금은 내려놓은 편안한 천우희를 만날 날이 머지 않았다.  “작년에 받았던 작품인데 거절했거든요. 근데 이병헌 감독이 다시 기회를 주셨어요. . 평소 같았으면 이번 작품도 엄청 분석하고 집요하게 파고 들었을텐데 이병헌 감독님이 있는 그대로 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다는 걸, 날 너무 채찍질 하지 말고 보여주자는 생각이에요”

[남우정의 마주보기] 천우희가 ‘우상’ 이후 차기작 선택 못한 이유

남우정 기자 승인 2019.03.21 10:20 | 최종 수정 2138.06.08 00:00 의견 0
천우희(사진=CGV아트하우스)
천우희(사진=CGV아트하우스)

[뷰어스=남우정 기자]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드리고 싶어요” 

배우 천우희는 인터뷰 도중 대뜸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 대상은 자신에게 러브콜을 보내줬던 감독과 제작자들에게다. 작년 여러 제안을 받았고 아까운 캐릭터들도 있었지만 천우희는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우상’과 故김주혁의 일을 겪으면서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

“그동안 한계를 맛보긴 했지만 무너지지 않았어요. 이번엔 외적인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故)김주혁 선배 일을 겪고 많이 무너졌어요. 난 영화를 위해서 모든 걸 불태워도 좋다고 맹목적으로 일을 해왔는데 그 일이 일어나고 나니까 다 부질없다고 느껴졌어요. ‘내가 노력해도 많은 사람이 기억해줄까’ 그런 순간이 지배되면서 무너졌어요. 현장의 분위기와 사람에게 기를 받아서 아픈지도 모르다가 혼자 있다가 그런 생각에 빠졌어요. 내가 생각보다 별 것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지니까 자신감이 없어졌죠”

그 사이에 천우희는 차기작을 선택하지 못했다.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시간이 약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니까 해결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요. ‘우상’을 재작년부터 작년 4월까지 찍었는데 그 후에 다른 작품을 선택 못했어요. 정말 할 여력이 안 났거든요. 좋은 작품들을 거절한다는 것이 안타깝고 죄송했지만 못 하겠더라고요. 영화가 끝나고 연기에 아예 멀리 떨어졌어요. 그러다가 연기 때문에 상처받을지언정 연기 때문에 위로를 받는구나 생각이 들었죠. 이제 2년 동안 안고 있던 련화 캐릭터를 떠나보내야 해요”

천우희가 2년 간 안고 있던 캐릭터 련화는 영화 ‘우상’의 주축이다.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 구명회(한석규)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유중식(설경구),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최련화(천우희)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공주’로 천우희의 새 얼굴을 발견해 준 이수진 감독과의 재회작이기도 하다. 

“‘한공주’는 내가 잘하는 잘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근데 이번엔 두려움을 가졌죠. 그 때 이수진 감독이 ‘다른 배우가 하면 배 아프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그러면 다른 배우들에게 편하게 다 돌려봐라’고 했어요. 누구나 탐낼 수 있는 역할이지만 어느 누구도 쉽게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가 2016년인데 내가 그 때 ‘곡성’에 나왔어요. 아무래도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이수진 감독은 그것에 대한 우려는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배우도 생각했는데 (설)경구 선배가 ‘천우희’라고 힘을 실어줘서 다시 나에게 왔어요. 그땐 나 또한 해낼 수 있다는 것이라는 의욕이 앞섰고 이미 작업을 해봤기 때문에 기대감이 있었어요”

조선족인 연화는 설정부터 상황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는 인물이다. 오직 생존을 위해 자신이 믿는 그대로 행동한다. 생각 보단 본능이 앞선 인물이라는 게 느껴진다. 편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지만 천우희는 ‘극악무도’하기까지 한 련화에게 연민을 가졌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극악무도할 수 있을까’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근데 련화는 인간으로 가지고 있을법한 권리가 아예 없는 인물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정말 단순하게 아주 평범한 삶을 꿈꾸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셋 중에 가장 의지가 강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은 게 축적되어 오면서 순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연기 하면서도 그냥 무섭게만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느낀 련화는 오히려 마음이 짠해질 정도로 연민이 느껴졌거든요”

외적인 변화도 있다. 련화는 눈썹이 없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게 당연하다. 여기에 천우희는 조선족 캐릭터를 통해 완벽한 사투리를 구사한다. 너무 리얼해서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다. 

“밀기 전에 걱정했죠. 눈썹이 자란다고 하지만 안 나는 사람도 있고 예전만큼 돌아오지 않을까봐(웃음) 현장에서 밀어 보니까 나름 느낌 있더라고요. 혼자 촬영이 없는 3주 동안 칩거의 시간은 있었어요. 사투리는 리얼하게 할 것인지 조금은 풀어서 할 것인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연습 하면서 칭찬도 많이 받아서 스스로 흡족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있어서 조금 상처였어요(웃음)”

워낙 강한 캐릭터를 도맡아 했던 천우희이기 때문에 후유증을 앓진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오히려 천우희는 배우와 개인의 삶을 철저하게 다르게 봤다. 개인의 삶에 연기의 감정을 끌고 오지 않으면서 후유증을 겪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우상’은 그런 천우희에게도 여파를 남긴 작품이다. 처음 겪은 감정이었다. 그래서 천우희는 ‘우상’ 전후로 연기 인생이 나뉜다고 털어놨다. 

“나에겐 배우의 삶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삶이 중요해요. 감정적으로 연기하지 말고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상’을 찍으면서 당황했어요. 평소 현장에서 흔들리지 않는데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보니까 당혹스러웠어요. ‘우상’은 정말 바닥 끝까지 ㄸ?ㄹ어져 본 느낌이에요. 한계를 본 작품이라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죠. 일할 땐 스스로에게 가혹할 정도로 칼 같은 면이 있거든요. ‘우상’을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게 됐어요”

걱정했던 것과 달리 천우희의 차기작은 정해졌다. 그것도 코미디의 대가인 이병헌 감독의 ‘멜로가 체질’을 통해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조금은 내려놓은 편안한 천우희를 만날 날이 머지 않았다. 

“작년에 받았던 작품인데 거절했거든요. 근데 이병헌 감독이 다시 기회를 주셨어요. . 평소 같았으면 이번 작품도 엄청 분석하고 집요하게 파고 들었을텐데 이병헌 감독님이 있는 그대로 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다는 걸, 날 너무 채찍질 하지 말고 보여주자는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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