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설경구(사진=나도아내가있었으면좋겠다, 생일 포스터) [뷰어스=남우정 기자] 전도연, 설경구의 클래스는 여전했다. 십여년 전 함께 일했던 동료를 동등한 위치에서 다시 만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시간 동안 자신의 길을 잘 닦아왔다는 성실함을 증명하는 일이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손 꼽히는 설경구와 전도연이 영화 ‘생일’로  재회했다.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담은 ‘생일’은 조용하지만 입소문을 통해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극 중 아들을 잃은 부부로 열연한 설경구와 전도연은 이미 17년 전 한 영화에서 만난 적이 있다. 2001년 개봉했던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일명 ‘썸’타는 사이를 연기했다. 당시에도 핫한 배우였던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전도연 설경구(사진=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스틸컷) ■ 결혼 전 ‘나도 아내가 생겼으면 좋겠다’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짝사랑에 애태우는 한 여자 원주(전도연)가 먼 길을 돌고 돌아 사랑에 성공하게 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원주가 짝사랑하는 상대는 바로 성실한 은행 직원 봉수(설경구)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인어공주’ ‘해어화’ 등을 연출한 박흥식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다. 당시 이 영화는 서울에서만 28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전도연과 박흥식 감독은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자연기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원주의 짝사랑을 풋풋하면서도 싱그럽게 표현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작위적 설정과 클리셰가 보이긴 하지만 드라마틱한 상황보단 담담한 일상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특히 전도연의 짝사랑 연기는 같은 여자가 봐도 사랑스러웠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수수한 원주는 실제 전도연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박하사탕’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설경구는 고지식하고 어수룩한 은행원으로 변신했다. 원주의 짝사랑을 받지만 무신경했던 그가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게 된다. 풋풋한 설경구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며 숨겨져 있던 보조개도 발견할 수 있다. 전도연 설경구(사진=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스틸컷) ■ 결혼 후 ‘생일’ 17년 전 ‘썸’을 탔던 전도연과 설경구는 시간이 지나 ‘생일’에선 부부로 만났다. 그것도 두 아이를 낳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경험한 부부로 말이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도연과 설경구는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낸 엄마 순남과 아빠 정일 역을 맡았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유가족의 이야기를 잔잔하고 담담하게 그려냈다.  한 때 ‘썸’을 탔던 사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일’ 속 전도연과 설경구의 관계는 냉랭하다. 그 이유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 수호(윤찬영) 때문이다. 순남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곁에 있어주지 않은 정일이 원망스러운 상태고 정일은 미안함에 순남에게 가까이 가지도 못한다. 상황을 피하기만 하던 두 사람인 아들의 생일을 계기로 점차 마음을 열고 다가가게 된다.  ‘생일’ 속 전도연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속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건조하고 푸석한 얼굴에 초점 없는 눈, 모든 걸 놓은 듯한 순남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쓰리다. 특히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는 모습에선 눈물을 참을 수 없다. 설경구 역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정일의 감정을 절제하며 표현했다.  17년 사이, 두 사람이 연기한 캐릭터는 극과 극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두 사람의 연기력이다. 드라마틱한 사연과 상황도 없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캐릭터의 힘으로 끌고 가는 영화다. 이는 전도연과 설경구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설경구와 전도연은 17년 동안 쌓은 내공을 ‘생일’에서 제대로 폭발시켰다. 그 자체로도 쉽지 않은 캐릭터인데 관객들의 공감까지 얻어내야 했다. 그 무게가 상당하지만 설경구, 전도연은 이마저도 해냈다.

[맞대결] 전도연과 설경구, 17년이 지났지만 변하지 않은 것

남우정 기자 승인 2019.04.11 08:19 | 최종 수정 2138.07.20 00:00 의견 0
전도연 설경구(사진=나도아내가있었으면좋겠다, 생일 포스터)
전도연 설경구(사진=나도아내가있었으면좋겠다, 생일 포스터)

[뷰어스=남우정 기자] 전도연, 설경구의 클래스는 여전했다.

십여년 전 함께 일했던 동료를 동등한 위치에서 다시 만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시간 동안 자신의 길을 잘 닦아왔다는 성실함을 증명하는 일이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손 꼽히는 설경구와 전도연이 영화 ‘생일’로  재회했다.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담은 ‘생일’은 조용하지만 입소문을 통해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극 중 아들을 잃은 부부로 열연한 설경구와 전도연은 이미 17년 전 한 영화에서 만난 적이 있다. 2001년 개봉했던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일명 ‘썸’타는 사이를 연기했다. 당시에도 핫한 배우였던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전도연 설경구(사진=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스틸컷)
전도연 설경구(사진=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스틸컷)

■ 결혼 전 ‘나도 아내가 생겼으면 좋겠다’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짝사랑에 애태우는 한 여자 원주(전도연)가 먼 길을 돌고 돌아 사랑에 성공하게 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원주가 짝사랑하는 상대는 바로 성실한 은행 직원 봉수(설경구)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인어공주’ ‘해어화’ 등을 연출한 박흥식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다. 당시 이 영화는 서울에서만 28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전도연과 박흥식 감독은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자연기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원주의 짝사랑을 풋풋하면서도 싱그럽게 표현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작위적 설정과 클리셰가 보이긴 하지만 드라마틱한 상황보단 담담한 일상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특히 전도연의 짝사랑 연기는 같은 여자가 봐도 사랑스러웠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수수한 원주는 실제 전도연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박하사탕’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설경구는 고지식하고 어수룩한 은행원으로 변신했다. 원주의 짝사랑을 받지만 무신경했던 그가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게 된다. 풋풋한 설경구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며 숨겨져 있던 보조개도 발견할 수 있다.

전도연 설경구(사진=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스틸컷)
전도연 설경구(사진=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스틸컷)

■ 결혼 후 ‘생일’

17년 전 ‘썸’을 탔던 전도연과 설경구는 시간이 지나 ‘생일’에선 부부로 만났다. 그것도 두 아이를 낳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경험한 부부로 말이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도연과 설경구는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낸 엄마 순남과 아빠 정일 역을 맡았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유가족의 이야기를 잔잔하고 담담하게 그려냈다. 

한 때 ‘썸’을 탔던 사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일’ 속 전도연과 설경구의 관계는 냉랭하다. 그 이유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 수호(윤찬영) 때문이다. 순남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곁에 있어주지 않은 정일이 원망스러운 상태고 정일은 미안함에 순남에게 가까이 가지도 못한다. 상황을 피하기만 하던 두 사람인 아들의 생일을 계기로 점차 마음을 열고 다가가게 된다. 

‘생일’ 속 전도연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속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건조하고 푸석한 얼굴에 초점 없는 눈, 모든 걸 놓은 듯한 순남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쓰리다. 특히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는 모습에선 눈물을 참을 수 없다. 설경구 역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정일의 감정을 절제하며 표현했다. 

17년 사이, 두 사람이 연기한 캐릭터는 극과 극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두 사람의 연기력이다. 드라마틱한 사연과 상황도 없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캐릭터의 힘으로 끌고 가는 영화다. 이는 전도연과 설경구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설경구와 전도연은 17년 동안 쌓은 내공을 ‘생일’에서 제대로 폭발시켰다. 그 자체로도 쉽지 않은 캐릭터인데 관객들의 공감까지 얻어내야 했다. 그 무게가 상당하지만 설경구, 전도연은 이마저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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