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마포구 CU홍대상상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라면을 구매한 뒤 매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홍대 축제 거리 인근, 멀리서도 ‘라면’ 글씨가 크게 보이는 편의점이 눈에 띈다. 간판이나 외부 인테리어 등 겉모습은 여느 편의점과 다르지 않아 보였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매장 입구 바로 앞에는 매대에 ‘불닭볶음면’이 잔뜩 쌓여 있다.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온갖 라면이 진열된 매대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라면 매대 앞 컵라면 모양을 한 테이블도 시선을 잡아끈다. 맞은편에는 즉석으로 봉지라면을 조리할 수 있는 조리기가 갖춰져 있어 ‘한강라면’을 즐길 수 있다. 5일 오후 CU홍대상상점 앞에서는 양손 가득 라면을 사들고 매장을 나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CU홍대상상점은 지난 4일 CU가 서울 마포구 홍대에 라면을 테마로 문을 연 ‘라면 특화 편의점’이다. ‘라면 라이브러리’를 콘셉트로 한쪽 벽면 전체에 봉지라면 100여종을 진열했다.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듯 다양한 라면을 한눈에 비교하고 살펴볼 수 있다. 국내 주요 라면에서부터 기존 편의점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라면, 해외 인기 라면까지 구비 돼 구매할 제품을 선택하기 힘들 정도였다. ‘라면 라이브러리’ 맞은편에는 즉석 라면 조리기 3대가 설치돼있다. 구매한 라면을 곧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다. 한강 인근 점포에서만 찾아볼 수 있던 즉석 라면 조리기를 라면 특화 편의점인만큼 준비한 거다. ‘한강라면’을 홍대거리에서 직접 맛볼 수 있다. 홍대 인근은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므로 조리기에는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설명문을 부착했다. 컵라면 모양의 테이블 위에는 영어와 일본어가 함께 적힌 라면 추천 레시피도 구비됐다. 이날 오후 매장을 방문한 고객 중 상당수는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매장 관계자는 “방문 고객 중 한국인과 외국인 비율은 거의 5대5 수준”이라며 “외국인 관광객들은 주로 ‘불닭’이나 ‘신라면’ 같이 매운 라면을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이색 매장 속 ‘즉석라면’으로 한국 식문화 직접 체험 라면 즉석 조리기를 사용해 '한강라면'을 조리하고 맛보는 준코씨 일행. (사진=김성준 기자) “이 제품은 얼마나 매운가요? 아주 많이? 적당히 매운 제품은 없나요?” 싱가포르에서 온 준코(Junko)씨가 매장 직원에게 물었다. 준코씨 일행은 ‘라면 라이브러리’에서 다양한 라면을 살펴보며 신중하게 골랐다. 여러 제품을 살펴보다 결국 매장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매장 직원은 빈 매대에 라면을 채워넣으면서도 능숙하게 제품 특징과 맵기 등을 설명했다. 준코씨 일행이 고른 제품은 ‘진라면 매운맛’. 준코씨는 “추천받은 적당한 맵기의 라면 중 포장지가 보기 좋은 제품을 골랐다”며 제품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라면과 계란을 구매하고 즉석 라면 조리기 앞으로 간 일행은 안내문을 따라 천천히 조리했다. 조리기에서 뜨거운 물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는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라면이 조리되는 사이에도 일행의 스마트폰은 쉴 틈이 없었다. 일행은 조리되는 라면 사진과 함께 매장 곳곳을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기 바빴다. 준코씨는 “이런 매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본 적이 없다”며 “라면 조리가 굉장히 빠르고 맛도 아주 좋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즉석 조리기 사용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다. 준코씨는 “조리 방법을 그림을 보고 따라해야 했는데 안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점심과 저녁 사이 시간인지라 매장 안에서 즉석 라면 조리기를 이용하는 고객은 준코씨 일행뿐이었지만 매장을 둘러보는 외국인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에게 ‘라면 라이브러리’는 단연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이었다.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매장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는 방문객도 상당수였다. ◆고물가 속 ‘가성비 한 끼’ 제공…국내 소비자까지 잡는다 CU홍대상상점 내 '라면 라이브러리'와 컵라면 모양 시식대. 사진=김성준 기자 CU홍대상상점은 CU가 다양한 콘셉트로 선보이고 있는 차별화 점포 중 하나다. 라면 특화 매장의 경우 고물가 여파로 저렴한 가격에 점심을 해결하려는 직장인과 학생 등이 늘면서 라면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했다. 즉석라면 가격은 주요 봉지라면 기준 전용 용기 가격(900원)을 포함해도 2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분식점 라면의 절반 수준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CU는 저렴한 가격과 함께 라면을 ‘즉석’으로 즐기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라면 수요를 확장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소비자가 많이 찾는 홍대 상권의 특성을 살려 CU홍대상상점을 ‘테스트베드’로 운영한다. 보통 편의점에서는 라면 매출의 약 80%를 컵라면이 차지하지만, CU홍대상상점은 ‘라면 특화 편의점’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일반 편의점 대비 약 3배 많은 봉지라면을 구비했다. 다른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라면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새로운 시도인 만큼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추후 다른 특화 매장처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CU 관계자는 “이제 막 매장을 열었기 때문에 특별한 홍보나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았는데도 외국인 인플루언서가 방문해 ‘먹방’을 진행하는 등 입소문을 타고 있다”면서 “아직 라면 특화 매장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CU가 차별화 점포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주류 특화 매장처럼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간다] “외국인도 사로잡은 매운맛”…CU, 홍대 ‘라면 성지’로

CU, 홍대에 첫 ‘라면 특화 매장’ CU홍대상상점 열어…라면 225종 ‘최다’
‘라면 라이브러리’서 사진 찍고 ‘한강라면’ 체험…외국인 관광객 발길 이어져
고물가로 라면 매출 증가세…‘가성비’ 앞세워 봉지라면 중심 수요 확대

김성준 기자 승인 2023.12.08 11:34 의견 0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CU홍대상상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라면을 구매한 뒤 매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홍대 축제 거리 인근, 멀리서도 ‘라면’ 글씨가 크게 보이는 편의점이 눈에 띈다. 간판이나 외부 인테리어 등 겉모습은 여느 편의점과 다르지 않아 보였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매장 입구 바로 앞에는 매대에 ‘불닭볶음면’이 잔뜩 쌓여 있다.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온갖 라면이 진열된 매대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라면 매대 앞 컵라면 모양을 한 테이블도 시선을 잡아끈다. 맞은편에는 즉석으로 봉지라면을 조리할 수 있는 조리기가 갖춰져 있어 ‘한강라면’을 즐길 수 있다.

5일 오후 CU홍대상상점 앞에서는 양손 가득 라면을 사들고 매장을 나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CU홍대상상점은 지난 4일 CU가 서울 마포구 홍대에 라면을 테마로 문을 연 ‘라면 특화 편의점’이다. ‘라면 라이브러리’를 콘셉트로 한쪽 벽면 전체에 봉지라면 100여종을 진열했다.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듯 다양한 라면을 한눈에 비교하고 살펴볼 수 있다. 국내 주요 라면에서부터 기존 편의점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라면, 해외 인기 라면까지 구비 돼 구매할 제품을 선택하기 힘들 정도였다.

‘라면 라이브러리’ 맞은편에는 즉석 라면 조리기 3대가 설치돼있다. 구매한 라면을 곧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다. 한강 인근 점포에서만 찾아볼 수 있던 즉석 라면 조리기를 라면 특화 편의점인만큼 준비한 거다. ‘한강라면’을 홍대거리에서 직접 맛볼 수 있다. 홍대 인근은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므로 조리기에는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설명문을 부착했다. 컵라면 모양의 테이블 위에는 영어와 일본어가 함께 적힌 라면 추천 레시피도 구비됐다. 이날 오후 매장을 방문한 고객 중 상당수는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매장 관계자는 “방문 고객 중 한국인과 외국인 비율은 거의 5대5 수준”이라며 “외국인 관광객들은 주로 ‘불닭’이나 ‘신라면’ 같이 매운 라면을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이색 매장 속 ‘즉석라면’으로 한국 식문화 직접 체험

라면 즉석 조리기를 사용해 '한강라면'을 조리하고 맛보는 준코씨 일행. (사진=김성준 기자)

“이 제품은 얼마나 매운가요? 아주 많이? 적당히 매운 제품은 없나요?”

싱가포르에서 온 준코(Junko)씨가 매장 직원에게 물었다. 준코씨 일행은 ‘라면 라이브러리’에서 다양한 라면을 살펴보며 신중하게 골랐다. 여러 제품을 살펴보다 결국 매장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매장 직원은 빈 매대에 라면을 채워넣으면서도 능숙하게 제품 특징과 맵기 등을 설명했다. 준코씨 일행이 고른 제품은 ‘진라면 매운맛’. 준코씨는 “추천받은 적당한 맵기의 라면 중 포장지가 보기 좋은 제품을 골랐다”며 제품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라면과 계란을 구매하고 즉석 라면 조리기 앞으로 간 일행은 안내문을 따라 천천히 조리했다. 조리기에서 뜨거운 물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는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라면이 조리되는 사이에도 일행의 스마트폰은 쉴 틈이 없었다. 일행은 조리되는 라면 사진과 함께 매장 곳곳을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기 바빴다. 준코씨는 “이런 매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본 적이 없다”며 “라면 조리가 굉장히 빠르고 맛도 아주 좋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즉석 조리기 사용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다. 준코씨는 “조리 방법을 그림을 보고 따라해야 했는데 안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점심과 저녁 사이 시간인지라 매장 안에서 즉석 라면 조리기를 이용하는 고객은 준코씨 일행뿐이었지만 매장을 둘러보는 외국인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에게 ‘라면 라이브러리’는 단연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이었다.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매장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는 방문객도 상당수였다.

◆고물가 속 ‘가성비 한 끼’ 제공…국내 소비자까지 잡는다

CU홍대상상점 내 '라면 라이브러리'와 컵라면 모양 시식대. 사진=김성준 기자

CU홍대상상점은 CU가 다양한 콘셉트로 선보이고 있는 차별화 점포 중 하나다. 라면 특화 매장의 경우 고물가 여파로 저렴한 가격에 점심을 해결하려는 직장인과 학생 등이 늘면서 라면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했다. 즉석라면 가격은 주요 봉지라면 기준 전용 용기 가격(900원)을 포함해도 2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분식점 라면의 절반 수준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CU는 저렴한 가격과 함께 라면을 ‘즉석’으로 즐기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라면 수요를 확장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소비자가 많이 찾는 홍대 상권의 특성을 살려 CU홍대상상점을 ‘테스트베드’로 운영한다. 보통 편의점에서는 라면 매출의 약 80%를 컵라면이 차지하지만, CU홍대상상점은 ‘라면 특화 편의점’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일반 편의점 대비 약 3배 많은 봉지라면을 구비했다. 다른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라면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새로운 시도인 만큼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추후 다른 특화 매장처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CU 관계자는 “이제 막 매장을 열었기 때문에 특별한 홍보나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았는데도 외국인 인플루언서가 방문해 ‘먹방’을 진행하는 등 입소문을 타고 있다”면서 “아직 라면 특화 매장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CU가 차별화 점포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주류 특화 매장처럼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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