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민박 캡처   2030 밀레니엄 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용어가 있다. 바로 소확행(小確行)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이 용어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랑겔한스섬의 오후’ 등 자신의 수필집에서 쓰면서 알려졌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약 20여년 전에 사용했던 이 용어에 젊은 층이 왜 열광하는지 이유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뷰어스=남우정 기자] #31살 직장인 송나연(가명) 씨의 소확행은 카페투어다. 새로 생기는 카페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음료의 맛과 개성도 챙겨야 되지만 사진을 찍기 때문에 카페 분위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카페에서 사진을 즐겨 찍는데 요즘엔 필터를 통해서 직접 보정하는 맛에 빠졌다. 앱으로 유료 필터를 구매하기도 한다. 적은 가격이지만 효과는 엄청나 사진에 더욱 빠지게 됐다.  #28살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 살고 있는 김수정(가명)씨는 최근에 온라인에서 핫한 에어프라이어를 구입했다. 자취생에겐 한번에 많은 양의 기름을 사용해야 하는 튀김 요리는 사치지만 에어프라이어는 기름을 쓰지 않고도 쉽게 조리가 가능하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고 혼자 먹을 양만 요리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 얼마 전 JTBC 예능 ‘효리네민박2’에서 윤아가 갖고 등장한 와플 기계도 위시리스트에 올려놨다. 사용법도 간단해 보이고 저 기계만 있으면 집에서도 카페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소확행 열풍 속 소비의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 가격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소비를 원하고 그럴 때 지갑을 연다. 싼 가격에 비해 높은 성능을 찾았던 가성비와는 전혀 딴판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기분 전환을 위한 소비가 이어진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서 각종 브랜드와 유통업체들의 마케팅도 변화하고 있다.  여행을 소확행으로 꼽는 소비자들이 많자 여행업체들은 소확행을 이용한 마케팅을 벌인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2050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명 관광지보다는 소소한 일상 속 여행을 더 선호(52.2%)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보니 여행사는 혼자 여행하는 혼여족을 위한 자유여행, 주말을 활용할 수 있는 단거리 여행과 조용한 소도시 중시의 여행상품을 내놓고 있다.  키덜트족이 늘어나면서 캐릭터 산업도 확장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 중심엔 캐릭터 스토어가 등장하고 있고 그 안에는 어린 아이는 물론 성이들이 가득하다. 이들은 상품 구매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기분 전환을 한다. 놓칠 수 없는 소비자이다 보니 대형 마트엔 키덜트족을 공략할만한 장난감 전문점이 자리하게 됐다.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달라진 제품들도 눈에 띈다. 소확행으로 혼술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편의점은 수입맥주가 넘쳐나고 저렴한 행사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고가에 큰 사이즈로 혼술족에겐 그림의 떡이었던 위스키도 용량과 가격을 줄여 진입장벽을 낮췄다. 혼자 와인을 마시기에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을 위해 등장한 팩와인은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일각에선 소확행을 노린 마케팅과 유통시장의 변화가 결국 소비를 부추긴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젊은 층들은 이런 소확행을 자신 혼자 즐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SNS를 통해 주변에 알리는데 이를 인스타그래머블을 위한 소비로 보기도 한다. 인스타그래머블은 인스타그램과 ‘할 수 있는’이라는 의미를 가진 able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만한 것을 뜻한다. 주객이 전도됐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소확행은 단순한 소비행태로만 볼 수 없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TV 등의 미디어를 통해서 소확행의 소비 행태만 노출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실제로 소비를 하지 않고도 소확행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준영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소확행은 여러 가지 측면이 있겠지만 요즘에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아이템도 있고 여행같이 경험, 체험 소비도 있다. 단순히 소비를 부추긴다고 보긴 어렵다. 소확행이라는 키워드를 이용하는 것뿐 비합리적이거나 소비자를 기만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행태는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표현하는 미닝아웃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흔히 사회적 신념과 윤리를 담은 제품을 의식적으로 소비하는 것으로 인조 모피, 친환경 소재의 제품을 이용하거나 위안부 문제 의식이 담긴 굿즈를 구매하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소확행, 가심비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지만 ‘김생민의 영수증’ 같은 프로그램이 유행하면서 짠테크를 선호하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다. 전혀 다른 소비 패턴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이준영 교수는 “어차피 소비의 양극화라고 한다. 짠테크 같이 가성비 중심으로 소비하는 건 일반적인 트렌드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선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것들이 작은 사치, 스몰 럭셔리라고 하는데 자기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사치 중심의 소비를 하는 면이 공존한다. 가성비와 가심비는 공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서 성취지향으로 살아왔다. 그게 거창한 행복이었다면 앞으론 생활 속에서 소소한 행복이나 가정, 집에서 추구할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더 나타날 수 있다. 거창한 행복보다 소박한 행복 담론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확행을 찾아서]④ 행복을 위한 소비?…그 오해와 전망

남우정 기자 승인 2018.03.30 18:15 | 최종 수정 2136.06.26 00:00 의견 0
효리네민박 캡처
효리네민박 캡처

 

2030 밀레니엄 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용어가 있다. 바로 소확행(小確行)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이 용어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랑겔한스섬의 오후’ 등 자신의 수필집에서 쓰면서 알려졌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약 20여년 전에 사용했던 이 용어에 젊은 층이 왜 열광하는지 이유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뷰어스=남우정 기자] #31살 직장인 송나연(가명) 씨의 소확행은 카페투어다. 새로 생기는 카페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음료의 맛과 개성도 챙겨야 되지만 사진을 찍기 때문에 카페 분위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카페에서 사진을 즐겨 찍는데 요즘엔 필터를 통해서 직접 보정하는 맛에 빠졌다. 앱으로 유료 필터를 구매하기도 한다. 적은 가격이지만 효과는 엄청나 사진에 더욱 빠지게 됐다. 

#28살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 살고 있는 김수정(가명)씨는 최근에 온라인에서 핫한 에어프라이어를 구입했다. 자취생에겐 한번에 많은 양의 기름을 사용해야 하는 튀김 요리는 사치지만 에어프라이어는 기름을 쓰지 않고도 쉽게 조리가 가능하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고 혼자 먹을 양만 요리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 얼마 전 JTBC 예능 ‘효리네민박2’에서 윤아가 갖고 등장한 와플 기계도 위시리스트에 올려놨다. 사용법도 간단해 보이고 저 기계만 있으면 집에서도 카페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소확행 열풍 속 소비의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 가격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소비를 원하고 그럴 때 지갑을 연다. 싼 가격에 비해 높은 성능을 찾았던 가성비와는 전혀 딴판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기분 전환을 위한 소비가 이어진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서 각종 브랜드와 유통업체들의 마케팅도 변화하고 있다. 

여행을 소확행으로 꼽는 소비자들이 많자 여행업체들은 소확행을 이용한 마케팅을 벌인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2050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명 관광지보다는 소소한 일상 속 여행을 더 선호(52.2%)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보니 여행사는 혼자 여행하는 혼여족을 위한 자유여행, 주말을 활용할 수 있는 단거리 여행과 조용한 소도시 중시의 여행상품을 내놓고 있다. 

키덜트족이 늘어나면서 캐릭터 산업도 확장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 중심엔 캐릭터 스토어가 등장하고 있고 그 안에는 어린 아이는 물론 성이들이 가득하다. 이들은 상품 구매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기분 전환을 한다. 놓칠 수 없는 소비자이다 보니 대형 마트엔 키덜트족을 공략할만한 장난감 전문점이 자리하게 됐다.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달라진 제품들도 눈에 띈다. 소확행으로 혼술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편의점은 수입맥주가 넘쳐나고 저렴한 행사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고가에 큰 사이즈로 혼술족에겐 그림의 떡이었던 위스키도 용량과 가격을 줄여 진입장벽을 낮췄다. 혼자 와인을 마시기에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을 위해 등장한 팩와인은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일각에선 소확행을 노린 마케팅과 유통시장의 변화가 결국 소비를 부추긴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젊은 층들은 이런 소확행을 자신 혼자 즐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SNS를 통해 주변에 알리는데 이를 인스타그래머블을 위한 소비로 보기도 한다. 인스타그래머블은 인스타그램과 ‘할 수 있는’이라는 의미를 가진 able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만한 것을 뜻한다. 주객이 전도됐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소확행은 단순한 소비행태로만 볼 수 없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TV 등의 미디어를 통해서 소확행의 소비 행태만 노출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실제로 소비를 하지 않고도 소확행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준영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소확행은 여러 가지 측면이 있겠지만 요즘에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아이템도 있고 여행같이 경험, 체험 소비도 있다. 단순히 소비를 부추긴다고 보긴 어렵다. 소확행이라는 키워드를 이용하는 것뿐 비합리적이거나 소비자를 기만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행태는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표현하는 미닝아웃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흔히 사회적 신념과 윤리를 담은 제품을 의식적으로 소비하는 것으로 인조 모피, 친환경 소재의 제품을 이용하거나 위안부 문제 의식이 담긴 굿즈를 구매하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소확행, 가심비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지만 ‘김생민의 영수증’ 같은 프로그램이 유행하면서 짠테크를 선호하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다. 전혀 다른 소비 패턴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이준영 교수는 “어차피 소비의 양극화라고 한다. 짠테크 같이 가성비 중심으로 소비하는 건 일반적인 트렌드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선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것들이 작은 사치, 스몰 럭셔리라고 하는데 자기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사치 중심의 소비를 하는 면이 공존한다. 가성비와 가심비는 공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서 성취지향으로 살아왔다. 그게 거창한 행복이었다면 앞으론 생활 속에서 소소한 행복이나 가정, 집에서 추구할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이 더 나타날 수 있다. 거창한 행복보다 소박한 행복 담론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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