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풀기는 끝났다. 내로라하는 프로들의 본선 등판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기회다. 필드에 들어선 증권사 신임 최고경영자(CEO)들의 새로운 플레이는 관중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사다. 이들이 그리고 있는 그림, 특유의 경영 스타일은 앞으로 증권업계 흐름을 얼마나 바꿔놓을까. 뷰어스는 올해 새롭게 취임한 주요 증권사 신임 CEO들의 비전과 경영스타일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했다.-편집자 주 ■ 온화한 카리스마 엄주성 '등판' 창단 이래 최대 위기다. 순식간에 엉망이 된 경기에서 결국 주장이 부상을 입고 이탈했다. 자칫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 상황에 감독은 급박하게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타이밍이 다소 이른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게임 흐름을 다잡고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지체할 시간이 없다. 긴장이 고조된 경기장. 교체 선수는 팀내 최고의 균형감과 조직 장악력을 보유한 ‘중원의 사령관’ 엄주성 대표다. ‘탑다운’도, ‘바텀업’도 아닌 그는 누군가보다 앞서지도, 그렇다고 뒤서지도 않는다. 팀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호흡하는 온화한 카리스마는 그가 갖는 최고의 강점이다. 키움증권 창립 멤버는 아니다. 하지만 일찌감치 경기를 풀어내는 능력을 인정받아 사내에서 누구보다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엄 대표는 2007년 대우증권에서 키움으로 이적한 이후 자기자본투자(PI)팀을 이끌며 전문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PI부서를 책임진 15년 동안 마이너스 성과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위기가 닥쳤던 2018년 단 한 해뿐이다. 자기자본을 활용해 수많은 투자풀을 이용하는 만큼 업무 특성상 자칫 큰 폭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지만 엄 대표는 그만의 원칙을 고수하며 14년간 꾸준히 득점을 해왔다. ■ 주도면밀한 업무 판단력...높은 조직내 신뢰도 엄 대표가 이 같이 꾸준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던 배경은 주관적인 감이나 자기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한 원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기업 실적을 포함해 투자 관련 정보들을 정확히 계량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주도면밀하게 업무를 추진하는 게 엄 대표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투자 관련 판단이 상당히 빠릅니다. 자산이 늘어나는 상황에 엑시트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목표한 수준의 성과를 달성하면 과감하게 결정합니다. 혜안이 있고 업무 스타일이 매우 깔끔한 분입니다.” “시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빠르게 캐치합니다. 다양한 투자 대상을 검토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한발 앞서 살피기 때문에 트랜드를 정확히 읽고 선제적으로 방향을 잡는 데 탁월합니다.” 엄 대표가 중원에서 단단한 조직력을 끌고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힘은 바로 그의 성품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듣고 진심을 다해 대하니 냉혹한 여의도 바닥에서도 ‘불호’가 없는 보기 드문 인물 중 한 명이다. “지쳐보이는 후배들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어깨 마사지라도 한번 해주는 선배”이기에 대다수 동료들이 엄 대표의 취임을 내 일처럼 기뻐했다는 ‘미담’도 자연스럽다. ■ 브로커리지 강자에게 필요한 변화들 다만, 키움증권이 현재 처한 상황을 감안했을 때 긴급 투입된 엄 대표가 지고 가야 할 부담은 상당히 크다. 신뢰를 먹고 사는 금융회사로서 지난해 잇따라 벌어진 각종 이슈들은 20여년 이어져온 ‘팬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당장 창사 이래 거침없이 뻗어올랐던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점유율은 경쟁팀들의 맹추격에 20%대까지 낮아졌다. 최근 ‘영웅문S’의 월간 활성이용자수(MAU)가 전년대비 4% 가깝게 줄어든 반면 KB증권은 두자릿수대 성장을 보이며 맹추격 중이다. 토스와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쟁팀들이 언제 어떠한 ‘반격’에 나설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리테일 수익 비중이 절반 이상인 키움증권에게 결코 녹록치 않은 환경이다. 엄 대표는 “개인의 금융 자산 전반을 커버하는 금융투자 종합 플랫폼으로 포지셔닝이 돼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온라인 증권사로서 판도를 뒤집었던 키움인 만큼 AI플랫폼 시대가 됐을 때 누군가에게 선제골을 내주는 순간 전세가 뒤집힐 수도 있음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 그다. 여기에 실추된 이미지 회복을 위한 각고의 노력 역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금까지 남다른 리더십으로 단단한 조직력을 구축해온 엄 대표. 팀원들의 강점을 누구보다 정확히 읽고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플레이를 만들어갔던 그이기에 올 시즌 키움의 경기력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투입과 동시에 팀원들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그가 보내주는 사인과 퍼포먼스를 기대하고 있다. 위기의 순간, 어느 때보다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한 지금 엄 대표는 날카로운 스루패스와 키움의 팀워크를 통해 팀을 구해낼 수 있을까.

[I’m CEO] ‘중원의 사령관’ 엄주성 키움증권 사장

'변수' 속출한 2023년, 해결사로 나선 엄주성 대표
단단한 조직력 최대 강점으로 위기 타파 가능할까

박민선 기자 승인 2024.02.05 15:05 | 최종 수정 2024.02.06 11:31 의견 4

몸풀기는 끝났다. 내로라하는 프로들의 본선 등판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기회다. 필드에 들어선 증권사 신임 최고경영자(CEO)들의 새로운 플레이는 관중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사다. 이들이 그리고 있는 그림, 특유의 경영 스타일은 앞으로 증권업계 흐름을 얼마나 바꿔놓을까. 뷰어스는 올해 새롭게 취임한 주요 증권사 신임 CEO들의 비전과 경영스타일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했다.-편집자 주

■ 온화한 카리스마 엄주성 '등판'


창단 이래 최대 위기다. 순식간에 엉망이 된 경기에서 결국 주장이 부상을 입고 이탈했다. 자칫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 상황에 감독은 급박하게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타이밍이 다소 이른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게임 흐름을 다잡고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지체할 시간이 없다.

긴장이 고조된 경기장. 교체 선수는 팀내 최고의 균형감과 조직 장악력을 보유한 ‘중원의 사령관’ 엄주성 대표다. ‘탑다운’도, ‘바텀업’도 아닌 그는 누군가보다 앞서지도, 그렇다고 뒤서지도 않는다. 팀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호흡하는 온화한 카리스마는 그가 갖는 최고의 강점이다.

키움증권 창립 멤버는 아니다. 하지만 일찌감치 경기를 풀어내는 능력을 인정받아 사내에서 누구보다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엄 대표는 2007년 대우증권에서 키움으로 이적한 이후 자기자본투자(PI)팀을 이끌며 전문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PI부서를 책임진 15년 동안 마이너스 성과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위기가 닥쳤던 2018년 단 한 해뿐이다. 자기자본을 활용해 수많은 투자풀을 이용하는 만큼 업무 특성상 자칫 큰 폭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지만 엄 대표는 그만의 원칙을 고수하며 14년간 꾸준히 득점을 해왔다.

■ 주도면밀한 업무 판단력...높은 조직내 신뢰도

엄 대표가 이 같이 꾸준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던 배경은 주관적인 감이나 자기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한 원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기업 실적을 포함해 투자 관련 정보들을 정확히 계량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주도면밀하게 업무를 추진하는 게 엄 대표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투자 관련 판단이 상당히 빠릅니다. 자산이 늘어나는 상황에 엑시트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목표한 수준의 성과를 달성하면 과감하게 결정합니다. 혜안이 있고 업무 스타일이 매우 깔끔한 분입니다.”

“시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빠르게 캐치합니다. 다양한 투자 대상을 검토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한발 앞서 살피기 때문에 트랜드를 정확히 읽고 선제적으로 방향을 잡는 데 탁월합니다.”

엄 대표가 중원에서 단단한 조직력을 끌고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힘은 바로 그의 성품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듣고 진심을 다해 대하니 냉혹한 여의도 바닥에서도 ‘불호’가 없는 보기 드문 인물 중 한 명이다.

“지쳐보이는 후배들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어깨 마사지라도 한번 해주는 선배”이기에 대다수 동료들이 엄 대표의 취임을 내 일처럼 기뻐했다는 ‘미담’도 자연스럽다.

■ 브로커리지 강자에게 필요한 변화들

다만, 키움증권이 현재 처한 상황을 감안했을 때 긴급 투입된 엄 대표가 지고 가야 할 부담은 상당히 크다. 신뢰를 먹고 사는 금융회사로서 지난해 잇따라 벌어진 각종 이슈들은 20여년 이어져온 ‘팬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당장 창사 이래 거침없이 뻗어올랐던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점유율은 경쟁팀들의 맹추격에 20%대까지 낮아졌다. 최근 ‘영웅문S’의 월간 활성이용자수(MAU)가 전년대비 4% 가깝게 줄어든 반면 KB증권은 두자릿수대 성장을 보이며 맹추격 중이다. 토스와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쟁팀들이 언제 어떠한 ‘반격’에 나설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리테일 수익 비중이 절반 이상인 키움증권에게 결코 녹록치 않은 환경이다.

엄 대표는 “개인의 금융 자산 전반을 커버하는 금융투자 종합 플랫폼으로 포지셔닝이 돼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온라인 증권사로서 판도를 뒤집었던 키움인 만큼 AI플랫폼 시대가 됐을 때 누군가에게 선제골을 내주는 순간 전세가 뒤집힐 수도 있음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 그다.

여기에 실추된 이미지 회복을 위한 각고의 노력 역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금까지 남다른 리더십으로 단단한 조직력을 구축해온 엄 대표. 팀원들의 강점을 누구보다 정확히 읽고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플레이를 만들어갔던 그이기에 올 시즌 키움의 경기력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투입과 동시에 팀원들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그가 보내주는 사인과 퍼포먼스를 기대하고 있다. 위기의 순간, 어느 때보다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한 지금 엄 대표는 날카로운 스루패스와 키움의 팀워크를 통해 팀을 구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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