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루기가 만만치 않다. 10만전자 외침이 끊이지 않고 외국인의 매수세가 연거푸 이어지고 있음에도 영락없이 쏟아내는 기관들 물량에 주가는 더디기만 하다. 최근 수년간 고비마다 반복됐던 외국인과 기관의 엇갈린 매매 패턴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기관들은 왜 삼성전자 주식을 던질까.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18거래일 연속 삼성전자에 대해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거래된 총 9거래일간 매수한 주식만 3564만2495주. 2조9500억원에 달한다. 기관 반응은 사뭇 다르다. 이달 중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4일이 유일하다. 외국인이 꾸준히 주식을 사들인 9거래일간 외국인이 사들인 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1931만주를 내던졌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올해 초 거래 시작과 함께 기관은 3000억원 규모의 물량을 하루만에 쏟아내면서 8만원대에 근접했던 주가를 끌어내렸고 지난해 9월, 7만전자가 붕괴되던 날도 기관이 던진 물량만 105만주를 웃돈다. 지난 2022년 7월 초 6만원대가 붕괴됐을 때 역시 기관과 연기금의 순매도 1위에는 삼성전자가 올랐었다. ■ 금융투자 순매도 1위 삼성전자 "팔아야 산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매매 현상과 관련해 두가지 원인을 꼽는다. 먼저 국내 기관들의 투자 패턴이 상대적으로 매우 짧다는데 있다. 최근 흐름을 살펴보더라도 기관, 그중에도 단기성 자금의 특징을 가진 증권사 물량들이 쏟아진 것이 확인된다. 기관투자자 수급 주체는 투신, 금융투자, 보험, 은행, 기타금융, 연기금, 사모펀드, 기타법인 등이 포함된다. 특히 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주체는 금융투자, 즉 증권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금융투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총 1조3300억원 이상 팔아치우며 순매도 순위 1위에 올렸다. 삼성전자우 역시 43억2323만원 규모의 물량을 내다 팔았다. 한 증권사 PI부문장은 “금융투자사들은 펀드처럼 6개월, 1년 이상을 보유하기보다는 단기 성과에 대해 집중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최근 7만원대에서 8만원대를 뚫으며 10% 이상 상승한 만큼 단기 차익실현 물량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이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최근 잇따라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 상향 조정 등과 반대되는 현상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주가를 분석하는 리서치센터와 단기 성과를 내야하는 PI 부문은 각 업무 특성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연계증권(ELS)을 포함한 금융상품들에 삼성전자가 상당 규모가 포함돼 있는 만큼 이를 상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물량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초우량주인 삼성전자가 ELS 기초자산으로 편입된 상품이 많은 만큼 이에 따른 변동성은 지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 "되돌리기 힘든 실기 많아...배당할 때 아냐" 더 큰 문제는 장기 관점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 시선에 물음표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관 투자가들은 단기적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본질적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투자자별 수급 그래프를 좀 더 길게 가져가보면 기관의 매도세는 상당 기간 지속돼 왔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20년 5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삼성전자에 대한 기관의 순매도 물량은 무려 28조7847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 가운데 연기금이 던진 주식만 19조원 규모를 웃돈다. 한 사모펀드사 대표는 “수년간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지나는 동안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가장 큰 약점인 경영 부재 리스크를 고스란히 보여줬다”며 “당장은 삼성이 갖는 거대 시스템 안에서 성장이 가능하겠지만 그간 주요한 경영 판단 실패와 핵심 인력 유출에 따른 경쟁력 훼손 등은 현실적으로 되돌리기 힘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이 장기간 바이 앤 홀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과 달리 기관은 반도체 업황 회복 및 실적 개선에 대해 주가가 충분히 반영했다고 판단하면 또다시 물량들을 내놓을 것”이라며 “올해 이익 규모를 감안했을 때 현재 시가총액 500조원 규모가 적정 가치라고 본다”고 평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도 “삼성전자가 사법리스크를 거치면서 내실을 기하는 방향성보단 사내 복지정책 강화를 비롯해 주주환원 등 지나치게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는 결정들을 많이 해왔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율이 78%에 달하는데, 이는 현재 AI산업에서 최대 이익을 거두고 있는 엔비디아가 33%에 불과할 정도로 모든 빅테크들이 기업 투자 등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과 대조적인 모습”이라며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에 대해 자금난이 우려될 상황에 대해 위기감을 갖고 자체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현재 경쟁력만으로 버텨낼 수 있는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주력인 반도체시장에서의 장악력이 예전보다 못하고, 휴대폰이나 가전 등에서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여기에 미래에 대한 비전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위기론의 골자다. 이에 뷰어스는 '삼성전자 위기론' 기획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기회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짚어본다.-편집자주

[삼성전자 위기론④] 누가 10만전자 발목을 잡나 봤더니...

외국인 사면 기관이 팔고...단기 차익실현 물량 불가피
"사법리스크 정면 노출...외부시선 의식 말고 내실 집중"

박민선 기자 승인 2024.04.15 15:16 의견 0

힘겨루기가 만만치 않다. 10만전자 외침이 끊이지 않고 외국인의 매수세가 연거푸 이어지고 있음에도 영락없이 쏟아내는 기관들 물량에 주가는 더디기만 하다. 최근 수년간 고비마다 반복됐던 외국인과 기관의 엇갈린 매매 패턴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기관들은 왜 삼성전자 주식을 던질까.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18거래일 연속 삼성전자에 대해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거래된 총 9거래일간 매수한 주식만 3564만2495주. 2조9500억원에 달한다.

기관 반응은 사뭇 다르다. 이달 중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4일이 유일하다. 외국인이 꾸준히 주식을 사들인 9거래일간 외국인이 사들인 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1931만주를 내던졌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올해 초 거래 시작과 함께 기관은 3000억원 규모의 물량을 하루만에 쏟아내면서 8만원대에 근접했던 주가를 끌어내렸고 지난해 9월, 7만전자가 붕괴되던 날도 기관이 던진 물량만 105만주를 웃돈다. 지난 2022년 7월 초 6만원대가 붕괴됐을 때 역시 기관과 연기금의 순매도 1위에는 삼성전자가 올랐었다.

■ 금융투자 순매도 1위 삼성전자 "팔아야 산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매매 현상과 관련해 두가지 원인을 꼽는다. 먼저 국내 기관들의 투자 패턴이 상대적으로 매우 짧다는데 있다. 최근 흐름을 살펴보더라도 기관, 그중에도 단기성 자금의 특징을 가진 증권사 물량들이 쏟아진 것이 확인된다.

기관투자자 수급 주체는 투신, 금융투자, 보험, 은행, 기타금융, 연기금, 사모펀드, 기타법인 등이 포함된다. 특히 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주체는 금융투자, 즉 증권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금융투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총 1조3300억원 이상 팔아치우며 순매도 순위 1위에 올렸다. 삼성전자우 역시 43억2323만원 규모의 물량을 내다 팔았다.

한 증권사 PI부문장은 “금융투자사들은 펀드처럼 6개월, 1년 이상을 보유하기보다는 단기 성과에 대해 집중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최근 7만원대에서 8만원대를 뚫으며 10% 이상 상승한 만큼 단기 차익실현 물량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이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최근 잇따라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 상향 조정 등과 반대되는 현상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주가를 분석하는 리서치센터와 단기 성과를 내야하는 PI 부문은 각 업무 특성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연계증권(ELS)을 포함한 금융상품들에 삼성전자가 상당 규모가 포함돼 있는 만큼 이를 상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물량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초우량주인 삼성전자가 ELS 기초자산으로 편입된 상품이 많은 만큼 이에 따른 변동성은 지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 "되돌리기 힘든 실기 많아...배당할 때 아냐"

더 큰 문제는 장기 관점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 시선에 물음표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관 투자가들은 단기적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본질적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투자자별 수급 그래프를 좀 더 길게 가져가보면 기관의 매도세는 상당 기간 지속돼 왔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20년 5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삼성전자에 대한 기관의 순매도 물량은 무려 28조7847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 가운데 연기금이 던진 주식만 19조원 규모를 웃돈다.

한 사모펀드사 대표는 “수년간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지나는 동안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가장 큰 약점인 경영 부재 리스크를 고스란히 보여줬다”며 “당장은 삼성이 갖는 거대 시스템 안에서 성장이 가능하겠지만 그간 주요한 경영 판단 실패와 핵심 인력 유출에 따른 경쟁력 훼손 등은 현실적으로 되돌리기 힘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이 장기간 바이 앤 홀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과 달리 기관은 반도체 업황 회복 및 실적 개선에 대해 주가가 충분히 반영했다고 판단하면 또다시 물량들을 내놓을 것”이라며 “올해 이익 규모를 감안했을 때 현재 시가총액 500조원 규모가 적정 가치라고 본다”고 평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도 “삼성전자가 사법리스크를 거치면서 내실을 기하는 방향성보단 사내 복지정책 강화를 비롯해 주주환원 등 지나치게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는 결정들을 많이 해왔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율이 78%에 달하는데, 이는 현재 AI산업에서 최대 이익을 거두고 있는 엔비디아가 33%에 불과할 정도로 모든 빅테크들이 기업 투자 등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과 대조적인 모습”이라며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에 대해 자금난이 우려될 상황에 대해 위기감을 갖고 자체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현재 경쟁력만으로 버텨낼 수 있는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주력인 반도체시장에서의 장악력이 예전보다 못하고, 휴대폰이나 가전 등에서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여기에 미래에 대한 비전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위기론의 골자다. 이에 뷰어스는 '삼성전자 위기론' 기획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기회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짚어본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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