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풀기는 끝났다. 내로라하는 프로들의 본선 등판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기회다. 필드에 들어선 증권사 신임 최고경영자(CEO)들의 새로운 플레이는 관중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사다. 이들이 그리고 있는 그림, 특유의 경영 스타일은 앞으로 증권업계 흐름을 얼마나 바꿔놓을까. 뷰어스는 올해 새롭게 취임한 주요 증권사 신임 CEO들의 비전과 경영스타일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했다.-편집자 주 25년 만에 첫 주전 교체. 하필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체면이 구겨진 상황이다보니 락커룸에도 묘한 긴장감이 흘러나온다. 창단 이래 특유의 돌파력과 빠른 공격력을 앞세워 리그 최대 규모로 성장시켜온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전천후 포지션이 가능한 ‘윙백’의 김미섭, 허선호 부회장. 출신부터 전문 영역, 업무 스타일까지 두 선수의 결은 확실히 다르다. 하지만 그간 넘칠 만큼 많았던 검증 과정에서 입증된 실력, 날카로운 판단력을 공통 분모로 한 이들이 오히려 최상의 호흡을 보일 것이라는 게 감독 판단인 듯하다. ■ 김미섭, 글로벌무대서 증명한 ‘장악력’ 김미섭 부회장이 처음 필드에 발을 들인 것은 미래에셋운용에 입단한 1998년. 이후 줄곧 기획부문의 업무를 맡아왔던 김 부회장이 본격적인 활약을 보인 건 2005년 해외법인 대표 선출을 통해 포지션이 변경되면서부터다. 처음부터 김 부회장이 글로벌 사업을 ‘빌드업’ 해가는 데 특화된 선수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그가 필드에서의 소통(영어)에 능통했던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이 많지 않았던 만큼 미래에셋 내에도 잘 훈련된 선수 풀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김 부회장은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해냈다. 모든 업무에 대해 하나씩 파악하고 감독의 전술을 정확히 읽어내 실무를 총괄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공간을 장악해갔다. 싱가포르, 홍콩, 인도, 미국, 브라질까지. 초기에는 영어 한마디 하지 못했던 김 부회장이 박현주 회장의 구상을 하나씩 현장에 실현해낼 수 있었던 것은 지독하리만큼 대단한 그의 노력 덕이다. “모르는 건 알 때까지 쉼없이 담금질하는 100% 노력형입니다. 박 회장님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업무를 맡아왔기 때문에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가장 많이 이해하고 경영에 반영시켜서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고민을 항상 하는 분이죠.” 숱한 시행착오는 당연했다. 하지만 20여년 부단한 도전 끝에 지금까지 김 부회장의 발길이 닿은 글로벌 무대에서 미래에셋은 유의미한 득점 기록을 써왔다. 2022년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 자산 비중은 45%. 미래에셋증권과 운용의 해외법인 순이익을 합산 시 해외 비중은 전체 3분의 1 수준에 육박한다. 최근 미래에셋이 주력하고 있는 인도에서의 득점력 강화는 김 부회장에게 주어진 최대 미션이다. 지난해 말 현지 증권사 ‘쉐어칸’을 인수하며 인도에서 5년 내 ‘탑5’에 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수익성 다각화를 통해 현재 위기 국면을 돌파해야 하는 시점에서 김 부회장의 경기 운영은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뛰어난 장악력으로 각 진영에 깃발을 꽂는 것을 넘어 이제 글로벌 무대에서 본격적인 수익 강화 전략이 필요해진 시점. 김 부회장 투입은 미래에셋의 플레이를 주목하는데 있어 꽤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 ‘헝그리’ 영업맨 허선호 감독의 두번째 초이스 허선호 부회장은 커리어가 곧 그의 경쟁력임을 보여준다. 1995년 조흥증권을 통해 업계에 입문한 뒤 대우증권을 거쳐 오늘날 인수사인 미래에셋증권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기 때문. 대우증권 이직 후 지점 영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그는 본사로 발탁됐다. 이내 금융상품법인영업, 전략기획본부, WM사업부 대표 등 주어지는 포지션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매 경기마다 득점력을 증명했다. 자연스럽게 각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으며 어느새 모든 포지션에 능통한 ‘전천후’ 주전으로 만들어졌다. 평소 차분하고 묵묵한 스타일인 허 부회장의 공격력이 빛을 발하는 곳은 바로 영업 현장이다. 업계 1위였던 대우증권, 그중에도 금융상품법인영업부는 핵심 중 핵심이었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일상이지만 허 부회장은 새로운 고객을 꾸준히 만들어가고 상대 니즈를 파악해냄으로써 한번 만난 고객은 내 사람으로 만드는 능력을 발휘한다. 그럼에도 그가 기획본부장으로 발탁됐을 때 내부에서조차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영업맨 출신이 기획 헤드를 맡은 건 대우증권 역사 상 없던 파격 인사였기 때문. “대다수 영업맨들처럼 현실에 치중하기보다는 그자리에서도 계속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탐구해내는 능력은 허 부회장이 보였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지금까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건 강한 승부욕, 그리고 특유의 ‘헝그리 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들보다 더 뛰어야 한다는, 놓칠 수 없는 긴장감이 원동력이 됐을 겁니다.” 결국 기획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2016년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합병(M&A)하면서 또 한번의 미션을 받는다. 두 조직의 안정적 결합을 위해 혁신추진단 부사장으로서 통합 과정의 최전선에 나서게 된 것이다. 특히 리테일의 경우 M&A 후 인력 구조조정의 부담이 가장 큰 부분 중 하나인 만큼 불만도 잡음도 일기 쉽지만 힘든 기색 한번 없이 양측의 타협점을 도출해 안정화되도록 공을 세웠다는 게 당시 고위 관계자들의 평이다. (사진=미래에셋증권)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성적은 리그 7위까지 떨어졌다. 한 마디로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4분기에만 1598억원의 분기 손실을 기록하며 연간 기준 순이익 감소폭이 75%를 넘었다. 높았던 해외투자 비중이 고스란히 리스크로 이어지면서 체면치레조차 어려워진 상황. 모처럼 찾아온 기회에 경쟁팀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득점 찬스를 노리며 압박 중이다. 늘 그렇듯 상황이 만만치 않기에 김미섭-허선호 ‘투톱’의 어깨는 한층 더 무겁다. 그동안 숱한 경기를 통해 공격과 수비 전환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온 이들이 적절한 균형감을 발휘하며 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모든 시선이 미래에셋의 양날개를 향하고 있다.

[I'm CEO] 막강 '윙백'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박민선 기자 승인 2024.02.19 10:43 | 최종 수정 2024.02.19 11:08 의견 0

몸풀기는 끝났다. 내로라하는 프로들의 본선 등판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기회다. 필드에 들어선 증권사 신임 최고경영자(CEO)들의 새로운 플레이는 관중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사다. 이들이 그리고 있는 그림, 특유의 경영 스타일은 앞으로 증권업계 흐름을 얼마나 바꿔놓을까. 뷰어스는 올해 새롭게 취임한 주요 증권사 신임 CEO들의 비전과 경영스타일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했다.-편집자 주

25년 만에 첫 주전 교체. 하필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체면이 구겨진 상황이다보니 락커룸에도 묘한 긴장감이 흘러나온다. 창단 이래 특유의 돌파력과 빠른 공격력을 앞세워 리그 최대 규모로 성장시켜온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전천후 포지션이 가능한 ‘윙백’의 김미섭, 허선호 부회장.

출신부터 전문 영역, 업무 스타일까지 두 선수의 결은 확실히 다르다. 하지만 그간 넘칠 만큼 많았던 검증 과정에서 입증된 실력, 날카로운 판단력을 공통 분모로 한 이들이 오히려 최상의 호흡을 보일 것이라는 게 감독 판단인 듯하다.

■ 김미섭, 글로벌무대서 증명한 ‘장악력’


김미섭 부회장이 처음 필드에 발을 들인 것은 미래에셋운용에 입단한 1998년. 이후 줄곧 기획부문의 업무를 맡아왔던 김 부회장이 본격적인 활약을 보인 건 2005년 해외법인 대표 선출을 통해 포지션이 변경되면서부터다.

처음부터 김 부회장이 글로벌 사업을 ‘빌드업’ 해가는 데 특화된 선수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그가 필드에서의 소통(영어)에 능통했던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이 많지 않았던 만큼 미래에셋 내에도 잘 훈련된 선수 풀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김 부회장은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해냈다. 모든 업무에 대해 하나씩 파악하고 감독의 전술을 정확히 읽어내 실무를 총괄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공간을 장악해갔다. 싱가포르, 홍콩, 인도, 미국, 브라질까지. 초기에는 영어 한마디 하지 못했던 김 부회장이 박현주 회장의 구상을 하나씩 현장에 실현해낼 수 있었던 것은 지독하리만큼 대단한 그의 노력 덕이다.

“모르는 건 알 때까지 쉼없이 담금질하는 100% 노력형입니다. 박 회장님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업무를 맡아왔기 때문에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가장 많이 이해하고 경영에 반영시켜서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고민을 항상 하는 분이죠.”

숱한 시행착오는 당연했다. 하지만 20여년 부단한 도전 끝에 지금까지 김 부회장의 발길이 닿은 글로벌 무대에서 미래에셋은 유의미한 득점 기록을 써왔다. 2022년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 자산 비중은 45%. 미래에셋증권과 운용의 해외법인 순이익을 합산 시 해외 비중은 전체 3분의 1 수준에 육박한다.

최근 미래에셋이 주력하고 있는 인도에서의 득점력 강화는 김 부회장에게 주어진 최대 미션이다. 지난해 말 현지 증권사 ‘쉐어칸’을 인수하며 인도에서 5년 내 ‘탑5’에 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수익성 다각화를 통해 현재 위기 국면을 돌파해야 하는 시점에서 김 부회장의 경기 운영은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뛰어난 장악력으로 각 진영에 깃발을 꽂는 것을 넘어 이제 글로벌 무대에서 본격적인 수익 강화 전략이 필요해진 시점. 김 부회장 투입은 미래에셋의 플레이를 주목하는데 있어 꽤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 ‘헝그리’ 영업맨 허선호


감독의 두번째 초이스 허선호 부회장은 커리어가 곧 그의 경쟁력임을 보여준다. 1995년 조흥증권을 통해 업계에 입문한 뒤 대우증권을 거쳐 오늘날 인수사인 미래에셋증권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기 때문.

대우증권 이직 후 지점 영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그는 본사로 발탁됐다. 이내 금융상품법인영업, 전략기획본부, WM사업부 대표 등 주어지는 포지션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매 경기마다 득점력을 증명했다. 자연스럽게 각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으며 어느새 모든 포지션에 능통한 ‘전천후’ 주전으로 만들어졌다.

평소 차분하고 묵묵한 스타일인 허 부회장의 공격력이 빛을 발하는 곳은 바로 영업 현장이다. 업계 1위였던 대우증권, 그중에도 금융상품법인영업부는 핵심 중 핵심이었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일상이지만 허 부회장은 새로운 고객을 꾸준히 만들어가고 상대 니즈를 파악해냄으로써 한번 만난 고객은 내 사람으로 만드는 능력을 발휘한다.

그럼에도 그가 기획본부장으로 발탁됐을 때 내부에서조차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영업맨 출신이 기획 헤드를 맡은 건 대우증권 역사 상 없던 파격 인사였기 때문.

“대다수 영업맨들처럼 현실에 치중하기보다는 그자리에서도 계속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탐구해내는 능력은 허 부회장이 보였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지금까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건 강한 승부욕, 그리고 특유의 ‘헝그리 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들보다 더 뛰어야 한다는, 놓칠 수 없는 긴장감이 원동력이 됐을 겁니다.”

결국 기획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2016년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합병(M&A)하면서 또 한번의 미션을 받는다. 두 조직의 안정적 결합을 위해 혁신추진단 부사장으로서 통합 과정의 최전선에 나서게 된 것이다.

특히 리테일의 경우 M&A 후 인력 구조조정의 부담이 가장 큰 부분 중 하나인 만큼 불만도 잡음도 일기 쉽지만 힘든 기색 한번 없이 양측의 타협점을 도출해 안정화되도록 공을 세웠다는 게 당시 고위 관계자들의 평이다.

(사진=미래에셋증권)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성적은 리그 7위까지 떨어졌다. 한 마디로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4분기에만 1598억원의 분기 손실을 기록하며 연간 기준 순이익 감소폭이 75%를 넘었다. 높았던 해외투자 비중이 고스란히 리스크로 이어지면서 체면치레조차 어려워진 상황. 모처럼 찾아온 기회에 경쟁팀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득점 찬스를 노리며 압박 중이다.

늘 그렇듯 상황이 만만치 않기에 김미섭-허선호 ‘투톱’의 어깨는 한층 더 무겁다. 그동안 숱한 경기를 통해 공격과 수비 전환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온 이들이 적절한 균형감을 발휘하며 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모든 시선이 미래에셋의 양날개를 향하고 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