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삼성전자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주력인 반도체시장에서의 장악력이 예전보다 못하고, 휴대폰이나 가전 등에서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여기에 미래에 대한 비전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위기론의 골자다. 이에 뷰어스는 '삼성전자 위기론' 기획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기회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짚어본다. '253%와 13%.' 삼성전자의 위기론, 또는 정체를 보여주는 수치다. 앞의 253%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삼성전자의 매출 성장률이다. 13%는 이후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성장률이다. 과거 연평균 2~3배 이상 성장하던 회사가 최근 10년동안에는 1% 수준으로 성장이 정체된 것이다. 직전년도 대비 매출 성장률의 경우 2004년부터 2013년까지는 단 한번만 매출이 줄었다. 반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는 매출이 줄어든 해가 4차례다. 지난해 메모리 시장의 역대급 한파로 인해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을 감안, 2022년 매출까지 계산할 경우에도 2014년부터 9년간 성장률은 32.16%다. 연평균 3% 초중반 수준으로 역시 과거 수치에는 크게 못 미친다. ◆ "실적 부진은 메모리 업황 때문" 변명이 위기 보여줘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 어느 시점부터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회사 자체 설명 또는 외부 분석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멘트다.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삼성전자 실적도 똑같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황에 좌우되는 회사가 아니었다. 2013년 이전까지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연평균 20% 가까이 성장해 왔다. 그 바탕에는 시장을 선도하거나, 기존 경쟁제품보다 나은 무엇이 있었다. 하드디스크가 유행하던 시절 삼성은 플래시메모리라는 혁신 제품을 선보였다. 무겁고 번거로운 CD플레이어 대신 가볍고 별도 디스크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P3플레이어가 대세가 될 수 있던 것도 플래시메모리 덕분이다. 애플이 아이팟 나노로 시장을 휩쓸 수 있던 것도 삼성 덕분이다. 당시 애플이 삼성과 협력에 간절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플래시 메모리의 발전 단계를 일컫는 법칙은 당시 삼성의 CEO였던 황창규 전 사장의 이름을 딴 '황의 법칙'이다. LCD 시장에서도 선도적인 기술 개발과 적극적인 투자로 화질이나 디자인에서 앞서갔다. 이는 TV 시장에서 우위로 이어졌다. 스마트폰 역시 애플의 아이폰에 선구자 역할은 내줬지만, 큰 화면이 더 매력적일 것이라는 판단을 고집했다. 이는 화면 크기보다 디자인과 '한손 작동'을 내세웠던 애플마저 따라오게 했다. 큰 화면이 대세가 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위기 극복책은 신성장동력 찾아 효과적인 투자해야" 하지만 어느 순간 삼성에게 새로운 먹거리가 사라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존에 기반을 잘 닦아 온 메모리, 스마트폰, 그리고 가전 등으로 인해 그나마 소폭의 성장은 해 왔지만, 10여년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소폭의 성장'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삼성전자 역시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가 지금도 가장 큰 고민이다. 십수년 전부터 이를 위해 고민을 이어오고 있고, 회사의 많은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사업들이 전장,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등이다. 그러나 아직 뚜렷하게 차세대 대표주자, 또는 지금의 정체를 깰만한 사업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전장사업은 하만 인수 이후 하만의 실적 개선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시스템반도체 역시 파운드리 분야에서 글로벌 2위라고는 하지만 1위인 대만의 TSMC와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그나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급성장해 글로벌 선두권에 들어간 것이 성과다. 결국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지금의 정체를 벗어나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투자의 시계가 빨라지고 정확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지 시기상 적절한(또는 정권의 코드에 맞춘) 대규모 투자 약속이 아닌, 진짜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돈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장사업에 힘을 싣기로 했다면 하만 인수에 이어 관련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을 물색해 인수합병(M&A)를 시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시스템반도체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많다. 물론 이는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상존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라는 이름만으로도 업계에서 드러나게 움직이기 힘든 것도 사실인데, 투자 결정의 핵심인 총수가 사법 리스크로 계속 발목이 잡혀 있다는 점이 더 부담"이라며 "아직도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전보다 나아진 점도 있는 만큼 정말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서 적극적이면서도 효율적인 투자를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위기론③] "10년 정체중…성장동력에 효과적 투자해야"

최근 10년간 매출 성장 13% 그쳐
전장·시스템반도체 등 새 먹거리 성과 '아직'…"효율적 투자 필요"

백진엽 기자 승인 2024.04.14 10:30 의견 0

[편집자주] 삼성전자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주력인 반도체시장에서의 장악력이 예전보다 못하고, 휴대폰이나 가전 등에서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여기에 미래에 대한 비전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위기론의 골자다. 이에 뷰어스는 '삼성전자 위기론' 기획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기회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짚어본다.

'253%와 13%.'

삼성전자의 위기론, 또는 정체를 보여주는 수치다. 앞의 253%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삼성전자의 매출 성장률이다. 13%는 이후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성장률이다.


과거 연평균 2~3배 이상 성장하던 회사가 최근 10년동안에는 1% 수준으로 성장이 정체된 것이다. 직전년도 대비 매출 성장률의 경우 2004년부터 2013년까지는 단 한번만 매출이 줄었다. 반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는 매출이 줄어든 해가 4차례다.

지난해 메모리 시장의 역대급 한파로 인해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을 감안, 2022년 매출까지 계산할 경우에도 2014년부터 9년간 성장률은 32.16%다. 연평균 3% 초중반 수준으로 역시 과거 수치에는 크게 못 미친다.

◆ "실적 부진은 메모리 업황 때문" 변명이 위기 보여줘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 어느 시점부터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회사 자체 설명 또는 외부 분석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멘트다.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삼성전자 실적도 똑같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황에 좌우되는 회사가 아니었다. 2013년 이전까지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연평균 20% 가까이 성장해 왔다. 그 바탕에는 시장을 선도하거나, 기존 경쟁제품보다 나은 무엇이 있었다.

하드디스크가 유행하던 시절 삼성은 플래시메모리라는 혁신 제품을 선보였다. 무겁고 번거로운 CD플레이어 대신 가볍고 별도 디스크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P3플레이어가 대세가 될 수 있던 것도 플래시메모리 덕분이다. 애플이 아이팟 나노로 시장을 휩쓸 수 있던 것도 삼성 덕분이다. 당시 애플이 삼성과 협력에 간절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플래시 메모리의 발전 단계를 일컫는 법칙은 당시 삼성의 CEO였던 황창규 전 사장의 이름을 딴 '황의 법칙'이다.

LCD 시장에서도 선도적인 기술 개발과 적극적인 투자로 화질이나 디자인에서 앞서갔다. 이는 TV 시장에서 우위로 이어졌다. 스마트폰 역시 애플의 아이폰에 선구자 역할은 내줬지만, 큰 화면이 더 매력적일 것이라는 판단을 고집했다. 이는 화면 크기보다 디자인과 '한손 작동'을 내세웠던 애플마저 따라오게 했다. 큰 화면이 대세가 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위기 극복책은 신성장동력 찾아 효과적인 투자해야"

하지만 어느 순간 삼성에게 새로운 먹거리가 사라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존에 기반을 잘 닦아 온 메모리, 스마트폰, 그리고 가전 등으로 인해 그나마 소폭의 성장은 해 왔지만, 10여년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소폭의 성장'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삼성전자 역시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가 지금도 가장 큰 고민이다. 십수년 전부터 이를 위해 고민을 이어오고 있고, 회사의 많은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사업들이 전장,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등이다.

그러나 아직 뚜렷하게 차세대 대표주자, 또는 지금의 정체를 깰만한 사업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전장사업은 하만 인수 이후 하만의 실적 개선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시스템반도체 역시 파운드리 분야에서 글로벌 2위라고는 하지만 1위인 대만의 TSMC와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그나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급성장해 글로벌 선두권에 들어간 것이 성과다.

결국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지금의 정체를 벗어나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투자의 시계가 빨라지고 정확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지 시기상 적절한(또는 정권의 코드에 맞춘) 대규모 투자 약속이 아닌, 진짜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돈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장사업에 힘을 싣기로 했다면 하만 인수에 이어 관련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을 물색해 인수합병(M&A)를 시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시스템반도체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많다. 물론 이는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상존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라는 이름만으로도 업계에서 드러나게 움직이기 힘든 것도 사실인데, 투자 결정의 핵심인 총수가 사법 리스크로 계속 발목이 잡혀 있다는 점이 더 부담"이라며 "아직도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전보다 나아진 점도 있는 만큼 정말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서 적극적이면서도 효율적인 투자를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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