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풀기는 끝났다. 내로라하는 프로들의 본선 등판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기회다. 필드에 들어선 증권사 신임 최고경영자(CEO)들의 새로운 플레이는 관중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사다. 이들이 그리고 있는 그림, 특유의 경영 스타일은 앞으로 증권업계 흐름을 얼마나 바꿔놓을까. 뷰어스는 올해 새롭게 취임한 주요 증권사 신임 CEO들의 비전과 경영스타일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했다.-편집자 주 ‘박종문’ 세글자에 경기장이 술렁인다. 구단 내에서는 이미 ‘야신’로 불리는 수문장이다. 그럼에도 여의도 리그 첫 등판인 만큼 그 역시 긴장감만큼은 숨길 수 없다. 관중도, 상대팀도, 심지어 팀내에서도 그라운드에 들어선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내정자). 이번 이적 직전까지 삼성생명에 몸을 담고 있었지만 사실 그는 그룹 내에서 ‘일류화’ 출신으로 더 많이 불린다. 2017년 구단 내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의 금융일류화추진팀은 해체됐지만 뒤이어 금융경쟁력제고테스크포스(TF)가 그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인 박 대표가 ‘정현호의 사람’이라는 건 구단 내 공공연한 비밀. 안팎에선 그룹 내 주요 현안 논의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이끄는 정현호 단장과 더불어 한 축을 이끌었던 박 대표의 무게감은 상당한 것으로 가늠한다. 그런 그를 여의도 리그에 배치하며 수문장으로 세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 KB 누른 저력, 그룹내 '증권' 주목? TF내에서도 총책을 맡았던 박 대표가 그룹 내 금융계열사 간 모든 방향을 설정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 누구보다 뛰어난 선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삼성금융사간 시너지 창출을 위해 출시한 통합 앱 ‘모니모’는 박 대표가 주도해 만들어낸 변화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앞서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을 이끌며 그룹 내 지분을 포함한 자산을 직접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이에 박 대표의 등판은 구단 내에서 '증권'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해석도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여의도 매각설의 단골 손님이던 삼성증권이 수익 안정화를 이루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증권은 리그에서 2위까지 치고 올라서며 1년 전보다 두 계단 상승했다. 이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구사한 경쟁팀들이 ‘후폭풍’을 맞은 반면 삼성은 보수적인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되레 상대평가에서 우위를 점한 영향도 컸다. “구단주 역시 금융 계열사 중 증권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높아진 듯한 분위기입니다. 보험, 카드에 비해 성장성이 높을 수 있다는 부분이 확인되면서 금융계열사 중에서도 키워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는 상황이지요.” 실제 삼성구단 금융 계열사인 삼성금융네트웍스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 은행권 금융지주사인 KB금융을 앞섰다. 은행 계열사의 수익성이 없는 상황에도 KB금융을 눌렀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성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삼성증권의 돌파력이 더해지면서 환상의 플레이를 그려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 “단디해라” 박종문의 지키는 전략 최근 삼성증권이 꾸준히 리그 내에서 월등한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강점인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흔들림 없이 안정감을 유지해온 덕이 컸지만 여의도가 사활을 걸고 뛰어들었던 기업금융(IB) 부문을 키운 효과도 있었다. 실제 삼성증권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IB 부문을 확대 개편하며 이전 대비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이에 2023년 상반기 영업이익 기준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물론 삼성 특유의 수비 전략을 통해 대다수 경쟁사들과 달리 실점 위기는 넘겼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불안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박 대표의 등판은 다시 조직의 리스크를 점검하고 굳히기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류화’ 출신이라는 자체가 곧 수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룹 내에서 다양한 리스크를 예방하고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존재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공격과는 정반대의 고민을 해야 하는 곳이니까요.” 실제 부산 출신인 그는 “단디해라”는 말을 자주 쓴다고 한다. 업무에 있어서 철저하게 리스크를 점검하고 예상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가 오랜 기간 실점 위기를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케 하는 말이다. 박 대표의 한 지인은 “박 대표의 경우 사적인 활동이 거의 없는 걸로 안다”며 “대학 동기나 동문 모임에도 나오지 않고 회사, 집, 공적인 미팅만 하는 등 자기관리가 굉장히 철저한 사람”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그가 여의도 리그 출전 경험이 전무하다는 건 변수다. “금융 전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지만 일류화 출신들 대부분이 짜여진 시스템에 따라 보고받은 것을 기반으로 관리하는 업무에 익숙하다보니 영업을 비롯해 다양한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일부의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삼성 특유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경기를 운영하면서 거미손 박 대표가 철저한 수문장 역할을 한다면 리그 내에서 최상위권을 굳히는 데 있어 좋은 호흡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는 높다. 여의도 리그 첫 도전에 나선 그가 침착하고도 정확한 위치 선정으로 ‘슈퍼 세이브’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전설의 골키퍼 레프 야신을 떠올리게 하는 박종문의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됐다.

[I’m CEO] ‘거미손’ 수문장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

박민선 기자 승인 2024.03.04 14:43 | 최종 수정 2024.03.04 15:27 의견 0

몸풀기는 끝났다. 내로라하는 프로들의 본선 등판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기회다. 필드에 들어선 증권사 신임 최고경영자(CEO)들의 새로운 플레이는 관중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사다. 이들이 그리고 있는 그림, 특유의 경영 스타일은 앞으로 증권업계 흐름을 얼마나 바꿔놓을까. 뷰어스는 올해 새롭게 취임한 주요 증권사 신임 CEO들의 비전과 경영스타일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했다.-편집자 주

‘박종문’ 세글자에 경기장이 술렁인다. 구단 내에서는 이미 ‘야신’로 불리는 수문장이다. 그럼에도 여의도 리그 첫 등판인 만큼 그 역시 긴장감만큼은 숨길 수 없다. 관중도, 상대팀도, 심지어 팀내에서도 그라운드에 들어선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내정자). 이번 이적 직전까지 삼성생명에 몸을 담고 있었지만 사실 그는 그룹 내에서 ‘일류화’ 출신으로 더 많이 불린다. 2017년 구단 내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의 금융일류화추진팀은 해체됐지만 뒤이어 금융경쟁력제고테스크포스(TF)가 그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인 박 대표가 ‘정현호의 사람’이라는 건 구단 내 공공연한 비밀. 안팎에선 그룹 내 주요 현안 논의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이끄는 정현호 단장과 더불어 한 축을 이끌었던 박 대표의 무게감은 상당한 것으로 가늠한다. 그런 그를 여의도 리그에 배치하며 수문장으로 세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 KB 누른 저력, 그룹내 '증권' 주목?

TF내에서도 총책을 맡았던 박 대표가 그룹 내 금융계열사 간 모든 방향을 설정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 누구보다 뛰어난 선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삼성금융사간 시너지 창출을 위해 출시한 통합 앱 ‘모니모’는 박 대표가 주도해 만들어낸 변화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앞서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을 이끌며 그룹 내 지분을 포함한 자산을 직접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이에 박 대표의 등판은 구단 내에서 '증권'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해석도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여의도 매각설의 단골 손님이던 삼성증권이 수익 안정화를 이루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증권은 리그에서 2위까지 치고 올라서며 1년 전보다 두 계단 상승했다. 이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구사한 경쟁팀들이 ‘후폭풍’을 맞은 반면 삼성은 보수적인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되레 상대평가에서 우위를 점한 영향도 컸다.

“구단주 역시 금융 계열사 중 증권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높아진 듯한 분위기입니다. 보험, 카드에 비해 성장성이 높을 수 있다는 부분이 확인되면서 금융계열사 중에서도 키워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는 상황이지요.”

실제 삼성구단 금융 계열사인 삼성금융네트웍스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 은행권 금융지주사인 KB금융을 앞섰다. 은행 계열사의 수익성이 없는 상황에도 KB금융을 눌렀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성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삼성증권의 돌파력이 더해지면서 환상의 플레이를 그려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 “단디해라” 박종문의 지키는 전략

최근 삼성증권이 꾸준히 리그 내에서 월등한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강점인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흔들림 없이 안정감을 유지해온 덕이 컸지만 여의도가 사활을 걸고 뛰어들었던 기업금융(IB) 부문을 키운 효과도 있었다.

실제 삼성증권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IB 부문을 확대 개편하며 이전 대비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이에 2023년 상반기 영업이익 기준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물론 삼성 특유의 수비 전략을 통해 대다수 경쟁사들과 달리 실점 위기는 넘겼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불안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박 대표의 등판은 다시 조직의 리스크를 점검하고 굳히기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류화’ 출신이라는 자체가 곧 수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룹 내에서 다양한 리스크를 예방하고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존재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공격과는 정반대의 고민을 해야 하는 곳이니까요.”

실제 부산 출신인 그는 “단디해라”는 말을 자주 쓴다고 한다. 업무에 있어서 철저하게 리스크를 점검하고 예상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가 오랜 기간 실점 위기를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케 하는 말이다. 박 대표의 한 지인은 “박 대표의 경우 사적인 활동이 거의 없는 걸로 안다”며 “대학 동기나 동문 모임에도 나오지 않고 회사, 집, 공적인 미팅만 하는 등 자기관리가 굉장히 철저한 사람”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그가 여의도 리그 출전 경험이 전무하다는 건 변수다. “금융 전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지만 일류화 출신들 대부분이 짜여진 시스템에 따라 보고받은 것을 기반으로 관리하는 업무에 익숙하다보니 영업을 비롯해 다양한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일부의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삼성 특유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경기를 운영하면서 거미손 박 대표가 철저한 수문장 역할을 한다면 리그 내에서 최상위권을 굳히는 데 있어 좋은 호흡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는 높다.

여의도 리그 첫 도전에 나선 그가 침착하고도 정확한 위치 선정으로 ‘슈퍼 세이브’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전설의 골키퍼 레프 야신을 떠올리게 하는 박종문의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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