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의 새 PLCC인 네이버 현대카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현대카드)
“원하는 혜택만 받을 수 있어 자주 사용하고 있어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가 카드 업계를 이끌고 있다. 올해 상반기 PLCC는 20종이 등장했고 하반기에도 다양한 PLCC 출시가 예고돼 있다. 다만 실속만 차리고 떠나는 ‘체리피커’ 양산과 휴면카드 급증, ‘혜자카드’ 실종은 보완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9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출시된 현대카드의 새 PLCC인 네이버 현대카드는 출시 일주일(영업일 기준) 만에 발급 2만5000장을 돌파했다. 네이버 현대카드는 국내 인터넷 업계 1위인 네이버와 PLCC 원조로 꼽히는 현대카드가 손잡고 출시한 야심작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네이버 현대카드가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기존 제휴 카드들이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2~3% 적립해준 반면 네이버 현대카드는 최대 10% 적립 혜택을 제공해서다. 또 네이버 현대카드를 이용하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은 기존 5%에 추가로 5%를 더해 최대 10%의 이용금액 적립 혜택(월 한도 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네이버 PLCC를 통해 당장은 현대카드의 취급액과 회원 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향후에는 네이버의 신사업 진출 등에 맞춰 현대카드 PLCC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1위 신한카드도 위버스샵 입점 아티스트 팬덤을 위한 PLCC를 연내에 내놓는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5일 하이브의 자회사이자 글로벌 팬덤 플랫폼 기업인 위버스컴퍼니와 함께 PLCC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신한카드와 위버스컴퍼니는 이번 협약으로 글로벌 팬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에 입점해 있는 주요 아티스트의 팬들을 위한 특화된 전용카드를 개발해 올 하반기 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신한카드는 메리어트, 이케아, LX하우시스, SK렌터카, 아모레퍼시픽, GS리테일 등 다양한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PLCC 신상품을 출시했다. 국민카드는 커피빈, 위메프와 제휴를 맺고 해당 카드를 내놨다. 삼성카드도 카카오페이에 이어 롯데월드 입장권을 반값으로 살 수 있는 ‘롯데월드’ PLCC 카드를 선보였다. BC카드는 케이뱅크와 협업해 심플카드를 출시했다.
롯데카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손잡고 미디어 전용 신용카드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엔 교보문고 PLCC카드가 나왔다.
올해 카드업계가 내놓은 대표 상품 중 하나가 PLCC다. 전업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이 모두 뛰어들었다. 현재까지 출시된 PLCC만 20종에 달한다. 2015년 현대카드가 이마트와 손잡고 ‘이마트 e카드’로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PLCC를 출시한 이후 최대 규모다. PLCC는 2017년 3종, 2018년 6종, 2019년 7종, 2020년 14종으로 매년 증가해왔다.
이같이 카드사들이 PLCC 힘을 쏟고 있는 것은 비용 절감과 고객 확보 차원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PLCC는 제휴사와 비용, 수익을 분담하기에 카드사 입장에선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다양한 신규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 각종 부작용도 심화
하지만 PLCC를 둘러싼 카드사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각종 부작용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 자칫 발급 초기에 실속만 차리고 사용하지 않는 ‘체리피커’가 늘어났고 그로인한 휴면카드(1년 넘게 결제 이력이 없는 카드)도 급증했다. 실제로 올 2분기 전체 휴면신용카드는 1206만7000장으로 1년 전보다 138만7000장 늘었다.
또 PLCC는 제휴 카드와 달리 기본 혜택이 없다. 결제일 청구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등 일반적인 기본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에 따라 적립된 카드 포인트가 계좌 입금, 카드 이용대금 결제 등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에 따라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더불어 혜자 카드 단종 속도가 가속화되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만 롯데카드 ‘라이킷펀’, 우리카드 ‘카드의정석 위비온플러스’ 등 많은 혜택을 담은 혜자 카드가 자취를 감췄다. 2017~2018년 100개 안팎이던 신용·체크카드 단종 건수가 2019년 이후 매년 200여 개로 늘어났을 만큼 카드사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카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PLCC에 치중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점차 PLCC가 많아질 경우 다양한 혜택을 받기 위해 소비자들이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