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대 부두 전경 (사진=서효림 기자)
■ 세계 7위 항만, 성장세 둔화 속 환적 강세 유지
자동화된 신항이 부산항의 미래를 상징하지만, 항만의 심장은 아직 북항에 있다. 북항컨테이너터미널의 한가운데 신선대감만터미널㈜에는 여전히 하역 장비가 쉼 없이 움직인다. 국적선사들이 지키는 마지막 거점이자 생산성과 안보의 균형을 떠맡은 현장이 바로 이 곳이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처럼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올 항만의 운명이 이곳에 숨 쉰다.
1876년 ‘부산포’로 문을 연 항만의 시간은 길고도 질겼다. 일제강점기의 수탈 항만에서 한국전쟁의 피란 항구로, 그리고 산업화의 출발점으로 부산항은 늘 ‘국가의 뒷심’이었다. 지난해 부산항은 2440만TEU를 처리하며 전 세계 7위, 환적 물동량 기준으로는 싱가포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77%가 이곳을 통한다. 올해 3분기에도 609만TEU를 처리해 전년 대비 0.8%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증가율은 2분기(3.1%)보다 둔화됐다. 미국의 관세 강화에 대비한 조기선적이 마무리된 영향이다. 수출입 물량은 268만80000TEU로 0.1% 감소했지만, 캐나다·칠레 등으로 향하는 환적 물동량이 늘며 전체 증가세를 이어왔다.
■ 신항 7부두, ‘국산 기술 완전 자동화 항만’ 첫 결실
한 세기 반 동안 제국의 수탈과 전쟁, 그리고 산업화의 질주를 모두 견딘 부산항은 이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부산 영도대교를 건너 마주한 북항은 여전히 분주하지만 부산항의 중심은 이제 가덕도 건너편 가덕만에 자리한 신항으로 이동하고 있다.
부산항은 신항 서측 2개 선석(2027년 완공)과 진해 신항 1-1단계 3선석(2030년 완공)을 건설 중이다. 이후 1-2·1-3단계 6선석은 2035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또 단순 창고형이 아닌 조립·가공·포장 등 부가가치형 물류 기능을 갖춘 배후단지 조성도 추진 중이다. 내년 초 입주기업을 선정해 화물 창출형 항만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신항 7부두는 국내 최초의 완전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이다. 하역·이송·야드 적치의 3단계 작업이 모두 무인 전동화돼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무탄소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외산 장비 의존도가 높았지만 7부두부터는 국산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기술 자립을 이뤘다”며 “이 노하우를 진해 신항 등 차세대 항만 개발에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대감만터미널㈜에는 여전히 하역 장비가 쉼 없이 움직인다. (사진=서효림 기자)
■ 북항 재개발, 항만에서 시민의 바다로
북항은 물류 기능을 점차 내려놓고 시민의 바다로 돌아가는 중이다. 낙후된 부두시설을 문화·여가 공간으로 재편하는 15년 장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자성대 부두에서 시작된 컨테이너 부두는 감만으로 이전하며 길이도 1447미터에서 1176미터로 줄었다.
그러나 북항은 단순히 ‘낡은 항만’이 아니다. 신항이 규모가 큰 스마트 컨테이너 터미널이라면 북항은 국내선사들이 뿌리 내린 국적선사 중심의 항만이다. 국내 해운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국적선사 항만이 흔들리면 국내 해운산업의 전략·안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또한, 북항은 부산항 전체의 물류 분산과 장치율 안정 역할을 한다. 항만 관계자에 따르면 장치율이 75%를 넘으면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북항이 없으면 신항의 과밀로 전체 물류 효율이 역곡선을 그릴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온다. 항만운영 구조에서 북항의 기능이 반드시 고려되야 하는 이유다.
■ 돌아올 부산항···국적 선사 자존심 지키는 북항의 기억과 예감
신항이 자동화·지능화의 시대를 열고, 진해 신항이 2030년대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부산항의 원형은 여전히 북항에 있다. 감천항에서는 여전히 한국 전체 수산물 수입의 90%가 드나들고, 신선대·감만 부두에서는 국내 선사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 입출항을 반복한다.
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히트 전 ‘돌아와요 충무항에’로 제목을 바꾸고 발표됐다. 하지만 결국 노래는 부산항으로 돌아왔다. 국적선사, 항만노동자, 지역경제가 함께 살아 있는 산업 생태계인 북항은 줄어든 선석과 물동량 속에서도 여전히 조용히 항만의 기능을 이어가고 있다. 신항의 자동화 시대에도 부산항의 심장은 여전히 북항에서 뛴다.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항만, 그것이 부산항의 운명이고 북항의 예감이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