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쁠 정도의 성장세다. 자본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빨라지면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어느덧 300조 시대를 예고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ETF 역시 순자산 90조원을 목전에 두면서 시장 내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최근 뷰어스와 인터뷰를 통해 “현금이 가장 위험한 시대”라며 투자를 통한 '생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가 29일 본사에서 뷰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수년간 6~7% 수준의 증가를 보이던 광의통화(M2)가 새정부 들어서 더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조차 양적긴축(QT)을 12월부터 종료를 앞두고 글로벌 유동성 역시 대대적으로 풀리는 상황이죠.”
김남기 대표는 “당장 하루하루 본다면 현금이 안전하고 주식이 가장 위험해 보이지만, 5년, 10년을 보면 현금의 가치하락이 가장 확실하기 때문에 가장 위험하다”며 “고령화 시대에 투자는 필수를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됐다”고 했다.
■ "ETF로 모두 워렌버핏 될 수 있다...S&P500, 장기투자 문화 만들어"
이런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ETF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게 김 대표 진단이다. 그는 ETF가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21세기 가장 혁신적인 상품으로 꼽히는 이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도 투자로 성공할 수 있는 영역으로 바꿔준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주식을 하려면 기업 분석부터 매매 타이밍 판단 등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대표지수형 ETF에 투자한다면 많은 것을 예측하지 않아도, 워렌버핏 정도의 전문성이 아니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어떤 종목이 좋을지, 어떤 산업이 어떻게 될지, 어떤 기업의 경영진에게 어떤 이슈가 있는지, 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해 평가할 필요 없이 해당 시장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계속 사 모으는 것만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며 “실제 최근 S&P500지수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음에도 개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등락을 거치며 투자자들이 학습한 결과에서 기인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S&P500 ETF라는 상품이 국내 ETF 시장 전체에 미친 영향도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기존 ETF 시장은 레버리지, 인버스를 중심으로 수시로 매매하는 패턴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TIGER S&P500 ETF’ 상장 후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정말 많은 분들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통해 계속 투자하고 있습니다. S&P500 ETF는 ETF의 장기 투자 문화를 만든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TIGER미국테크TOP10’ 역시 ‘팀 타이거’에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상품이다.
그는 “미국 주식 주간 거래가 불가능했던 당시 우리가 직접 글로컬 마켓 메이커들을 섭외하고 국내 유동성 공급자(LP)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상장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며 “미래에셋운용이 ‘미국테크TOP10’을 통해 처음 뚫으면서 글로벌 테마형 ETF가 나올 수 있게 된 계기”라고 회상했다. 현재 ‘TIGER미국테크TOP10’의 순자산은 4조원으로 글로벌 테마형 ETF 가운데 최대 규모다.
사진=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가 29일 본사에서 뷰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 "'TIGER가 하면 이유 있다'는 신뢰받겠다"
미래에셋운용에게 2025년은 순탄치만은 않은 해였다. 연초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에 대한 분배금 축소 논란과 ‘팀 타이거’ 내 핵심 인력 이탈 등으로 혼란이 일면서 조직 내부 재정비부터 하나씩 되짚어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지난 2월 하와이 ‘ETF랠리’ 당시 김 대표가 내세웠던 목표 두가지(조직 내 팀워크 강화 및 투자자 신뢰 구축)가 모두 위기를 맞았던 셈이다.
하지만 그는, 결과적으로 2025년이 “안티 프레질(고통이나 충격을 통해 결과적으로 기존보다 더 단단해지는 것)’한 한해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상반기 이슈들이 있었지만 현재 자금 유입 흐름을 보면 분배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오해가 풀리면서 오히려 더 신뢰가 높아진 것 같다”며 “팀 타이거 역시 재정비하며 ‘2.0’ 버전으로 더 단단한 조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국내 ETF 시장이 300조원을 바라보는 현재, 김 대표는 “ETF가 진정한 국민 재테크 수단이 된 만큼 사명감을 갖고 좋은 상품을 제공할 것”임을 다짐했다.
그는 “외국 투자자들이 국내 ETF 시장을 보면 비이성적(Out of Sense)이란 이야기를 많이 할 정도로 지금 시장은 상식을 벗어난 수준의 경쟁을 하고 있다”며 “TIGER를 투자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로 만들어 가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 대표는 “다수 운용사들의 핵심성과지표(KPI)가 순자산, 점유율 중심으로 돼 있는 것이 무리한 경쟁을 낳는 것 같다”면서 “‘팀 타이거’는 앞으로 ‘킬러 프로덕트(Killer Product)’, 좋은 상품을 통해 질적 성장을 보임으로써 ‘미래에셋운용이 하면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한번 쯤 생각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