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 울산GPS전경 (사진=SK가스)
트럼프 시대를 맞은 국내 액화석유가스(LPG) 업계가 주목받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던 시기에 나온 ‘드릴 베이비 드릴’ 정책은 공급량 증가 사이클과 가격 하락을 기대하게 한다. SK디스커버리의 핵심 수익원으로 새 사업 확장에 주력하면서도 주주 친화 정책을 이어가야 할 책임이 있는 SK가스의 어깨가 무겁다.
■ 한정적 사업 구조 뛰어넘는 신사업 러시
올해 40주년을 신사업 원년으로 정한 SK가스는 2030년까지 세전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세운 바 있다. 앞서 다년간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공 들인 이유는 전체 매출의 99%가 LPG 판매가 차지하는 ‘한정된 사업구조’ 때문이다.
SK가스는 자회사 울산GPS를 통해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부곡·용연지구 일대에 복합발전소를 구축했다. 작년 말 상업 가동을 시작한 울산GPS는 LNG와 LPG를 모두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 기가와트(GW)급 가스복합발전소다. 주 연료인 LNG가격이 높을 때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LPG를 사용할 수 있어 가격 변동성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SK가스는 이를 향후 수소 혼소, 전소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LNG 밸류체인의 또 다른 한 축인 KET(Korea Energy Terminal)는 SK가스와 한국석유공사가 합작해 건설한 울산 최초의 LNG 터미널이자 국내 유일의 석유·LNG 복합 터미널로 총 64만5000킬로리터(㎘)의 LNG를 저장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해상에서 LNG 추진선에 연료를 공급하는 LNG 벙커링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4일 윤병석 SK가스 대표가 울산 북항 사업장에서 열린 KET 준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SK가스)
■ 울산GPS, KET, ESS 사업 확장 위한 투자···재무부담
SK가스는 해외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까지 단계적 확장을 위해 SK이터닉스와 함께 미국 현지에 그리드플렉스를 설립했다. 이들과 현지 기업의 합작사 SA그리드솔루션스는 현재 미국 텍사스에서 200MW 규모의 ESS 설비 상업가동을 위해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사업의 성과는 LPG 공급자에서 LNG 사업자로 탈바꿈함과 동시에 재무구조 개선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복합발전소 투자와 KET 이용계약 관련 리스부채는 SK가스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복합발전소 총사업비 1조4120억원 가운데 3600억원은 SK가스가 출자하고 약 75%는 외부에서 조달됐다. 지난해 부채는 전년 대비 35% 늘어난 4조7139억원, 부채비율은 36% 포인트 증가한 171%로 나타났다.
■ 마르지 않는 디스커버리의 곳간···포기할 수 없는 성장과 배당
매출액은 7조959억원으로 전년 대비(6조9922억원) 1.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4% (3035억원→2871억원) 당기순이익은 3162억원에서 1777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SK가스는 2024년 결산 기준 주당 8000원의 현금 배당을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SK가스는 배당을 통해 지주사 SK디스커버리의 한해 매출을 책임지고 있다. SK디스커버리의 별도매출 621억원 가운데 86%인 533억원은 SK가스에서 나왔다. SK디스커버리는 SK가스 지분율 72.2%인 최대주주다. 최창원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 보통주 765만128주(41.69%)와 우선주 5782주(0.43%)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당 1700원(우선주 1750원)의 현금 배당을 지급한다. 최 부회장이 수령할 배당금은 최소 130억원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SK가스의 전략적 변화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시기적으로 적절하다. 기존 LPG 사업의 성장성 한계를 극복하고, 신사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는 시도다. 또한 배당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명확하다. 신사업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과 정책 변화 등 다양한 변수가 기대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