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 3분기 실적(자료=우리금융)


우리금융그룹이 보험사 인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29일 오후 실적발표에서 올해 3분기 1조244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37.6%, 전분기대비 33.1% 각각 증가한 규모다.

3분기 순익이 급증한 배경에는 동양·ABL생명 인수가 있다. 지난 7월 1일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3분기에 무려 5810억원의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했다. 두 보험사의 장부가액보다 훨씬 싼 값에 인수한 데 따른 회계상 이익이다.

증권가에서는 염가매수차익 규모가 4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이 잡히면서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으로 이어졌다.

우리금융은 일회성 이벤트 이익을 건전성 관리에 적극 활용했다. 3분기 충당금 적립규모는 5740억원으로, 전년동기(4780억원)에 비해 20.0%(960억원) 증가했다. 1분기 630억원, 2분기 860억원이었던 일회성 충당금 적립 규모를 1520억원으로 확 늘린 결과다. 부동산PF 사태 이후 골치를 앓아왔던 책임준공형 신탁 관련 손실 등을 이번 기회에 털어냈다.

일회성 이벤트 효과를 제외한 경상 순이익은 약 9000억원으로, 전년동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환율 급등, 연체율 상승 등 올해 3분기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수준으로 볼만하다.

특히 수익 다변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 의존도가 높았던 과거와 달리 3분기에는 동양생명 140억원, ABL생명 388억원 등 보험 분야에서 528억원의 이익이 발생했다. 캐피탈(480억원)과 카드(300억원)도 힘을 보태면서 비이자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2.6%나 증가했다.

우리금융은 “방카슈랑스 판매에서 동양·ABL 비중이 3개월 간 약 13%포인트 상승해 22.5%를 기록했다”며 “보험 자회사 편입은 자본비율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종합금융그룹 체계를 완성한 것으로,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와 그룹사 간 시너지 확대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대신증권 박혜진 애널리스트는 “보험사 인수로 연간 1500억원 수준의 이익 기여는 가능할 전망”이라며 “내년의 경우 비은행계열사 이익 증가 2000억원 내외, 배당성향 5% 상승, 감액배당에 대한 비과세 혜택까지 향유할 수 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키움, 한투, NH 등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대부분 우리금융의 3분기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우호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다만, 일각에선 금리 하락 등 향후 보험사 경영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긍정적 시각에 매몰돼선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양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지난해 말 155.5%에서 올해 1분기 127.2%로 급락, 금융당국의 권고치(130%)를 하회한 바 있다. 2분기와 3분기에는 170%대로 회복됐지만 시장금리가 요동칠 경우 다시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당국은 킥스 비율을 150%에서 130%로 낮추는 대신 기본자본 규제의 신규 도입 등 재무 건전성 강화를 예고한 상태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그룹 차원에서 증자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동양생명의 경우 보유 지분율이 75%에 불과해 완전 자회사 편입을 위해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고 ABL생명과의 합병 이슈도 존재한다”며 “추가 비용 외에도 생명보험 시장에서 두 보험사의 경쟁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금리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역으로 우리금융의 이익을 갉아먹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3분기 비이자이익(자료=우리금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