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스타벅스 코리아 아카데미센터에서 진행된 카페라떼 아트 만들기를

시연한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내미림 기자)

스타벅스가 다시 한 번 한국 전용 원두를 꺼냈습니다. 이름은 ‘별빛 블렌드’. 지난 2021년 ‘별다방 블렌드’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한정 블렌드죠. 별빛 블렌드는 해외 법인이 아닌 스타벅스 코리아 MD팀이 주도 기획했고 글로벌 커피 개발팀과 1년6개월간 공동 개발한 프로젝트입니다. 글로벌 브랜드가 특정 국가만을 위해 원두를 따로 개발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효율과 브랜드 맛의 일관성을 이유로 세계 표준 레시피를 유지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죠.

실제로 일리(Illy), 커피빈 등 주요 브랜드는 국가 전용 원두를 운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스타벅스가 2021년 ‘별다방 블렌드’에 이어 또 한 번 한국 전용 블렌드를 선보인 것은 전략적 의미가 담긴 이례적 시도로 해석됩니다. 원두 이름에 국가나 산지가 아닌 한국어를 사용한 경우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요. ‘별빛’이라는 이름에는 한국 고객 정서에 맞춘 감성과 스타벅스가 가장 강한 시장 중 하나인 한국에서만 가능한 전략이 있다는 회사측 설명입니다.

■설명을 거부한 커피, 경험으로 증명한 블렌드의 힘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스타벅스 코리아 아카데미센터에서 진행된 ‘미디어 대상 별다방 클래스’에서 첫번째 세션 커피 테이스팅 블라인드 취향 찾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내미림 기자)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스타벅스 코리아 아카데미 센터에서 열린 ‘별다방 클래스’를 통해 스타벅스 코리아 '별빛 블렌드'를 처음 맛봤습니다. 행사장은 과한 연출이나 장식 없이 커피 도구만 정돈된 채 배치돼 있었습니다. 이날 프로그램의 핵심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새롭게 선보인 ‘별빛 블렌드’를 이해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첫 순서 역시 제품 소개보다 별빛 블렌드가 어떤 구조로 설계된 커피인지 경험을 통해 확인하도록 구성됐습니다.

테이블에는 A·B·C·D로 표기된 네 잔의 커피가 놓였습니다. 원산지 정보나 이름은 사라졌고 참가자들은 향과 맛만으로 차이를 구분해야 했습니다. 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별빛 블렌드가 포함돼 있었고 진행자는 해당 원두가 어떤 비교 우위를 갖는지 직접 느껴보라고 주문했습니다. 다시 말해 스타벅스는 별빛 블렌드를 설명으로 설득하지 않고 체감으로 증명하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김윤하 제21대 스타벅스 앰버서더가 일일 강사를 맡았습니다. 앰버서더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스타벅스에서 근무하는 파트너(바리스타)를 대상으로 다양한 시험을 거쳐 국가별 1명의 커피 전문가에게만 주어지는 커피대사(앰버서더)입니다. 커피에 대한 애정과 열정 그리고 깊은 지식이 동반되야만 가능한 타이틀입니다.

김윤하 스타벅스 엠버서더는 “이름이나 산지를 알고 마시면 판단이 달라진다”며 “편견 없이 ‘내가 좋아하는 커피’ 기준을 스스로 찾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별빛 블렌드는 향보다 구조와 균형을 우선 설계한 블렌드였습니다. 분쇄 직후 퍼지는 첫 향은 은은한 코코아와 고소한 견과류 계열이었지만 향 단계에서 과한 개성을 드러내지 않더군요. 브루잉으로 마셨을 때의 인상은 깔끔함이었고 에스프레소에서는 산미를 낮춘 탄탄한 바디감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가장 설계 의도가 드러난 것은 라떼를 통해서였습니다. 우유가 더해지자 별빛 블렌드는 본모습을 드러냈고 코코아 결이 부드럽게 퍼지며 고소함과 묵직함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로 긴 여운이 남았습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이번 블렌드는 뜨거운 음료보다 아이스 라떼에서 최적점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커피 시장에서 라떼 비중이 가장 높은 음용 패턴을 고려한 설계였죠.

별빛 블렌드의 라떼 설계를 위한 기술…두 가지 가공법의 균형 구조

이 블렌드는 콜롬비아 단일 원산지 원두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방식이 독특합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가공법(워시드 혹은 내추럴)을 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별빛 블렌드는 워시드 + 내추럴 가공을 혼합했습니다. 워시드는 깔끔함과 산뜻한 산미를 내추럴은 무게감과 단맛을 줍니다. 이 둘이 만나 산미는 억제하면서 바디감과 깔끔한 결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라떼에 최적화된 커피'라는 설계 목표가 그대로 반영된 선택입니다.

김 엠버서더는 “별빛 블렌드는 한국의 일몰과 일출을 모티브로 했다”며 대비되는 두 성질이 하나로 어울리는 구조를 표현했습니다.

스타벅스가 다시 한국 전용 원두를 출시한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 커피 시장은 취향 세분화와 원두 이해 기반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결과입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매장에서 향을 비교하며 원두를 선택하는 소비가 늘었고 블루보틀·센터커피 등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기준을 높였습니다. 따라서 스타벅스는 별빛 블렌드를 통해 ‘감성 마케팅’이 아닌 ‘설계와 품질’로 경쟁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입니다.

실제 별빛 블렌드는 강렬한 개성을 드러내는 커피가 아니였습니다. 대신 지속적으로 마실 수 있는 커피로 다가왔습니다. 첫 잔보다 두 번째 잔이 더 자연스럽고 하루보다 일주일 뒤 다시 찾게 되는 맛이었기 때문인데요. 요즘 커피 시장에서 보기 힘든 ‘꾸준함’이라는 미덕을 설계한 블렌드로 전해졌습니다. 스타벅스는 별빛 블렌드 출시와 함께 전국 매장에서 테이스팅 이벤트 ‘커피 모먼트’를 진행하며 고객 경험을 확장하겠단 계획입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국내 고객 경험 중심 전략의 연장선”이라며 "고객의 커피 취향이 세분화됨에 따라 앞으로도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커피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