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진열된 유제품들. (사진=김성준 기자)

최근 유당을 제거한 ‘락토프리 우유’가 빠르게 대중화되며 '배앓이 없는 우유'가 일상 속 선택지로 자리잡고 있다. 정체된 흰우유 시장과 달리 락토프리 우유는 꾸준히 성장하며 유제품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 중이다.

27일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락토프리 우유 시장은 약 876억원 규모로 2019년 이후 연평균 8% 이상 성장 중이다. 유당불내증 인구가 많은 국내 특성과 함께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체질 맞춤형 식품’ 수요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락토프리 우유’가 더 이상 ‘특수용’이 아닌 ‘일상형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유당불내증은 체내 락타아제라는 효소가 부족해 유당(젖당)을 분해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소화장애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한국인 절반 이상이 크고 작은 형태 유당불내증을 겪으며 복부 팽만, 복통, 설사 등 증상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는 질환이라기보다 개인 체질적 특성에 가까운 현상으로 본인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면 우유 섭취에 큰 제약은 없다.

‘락토프리 우유’는 바로 이러한 수요를 반영한 제품이다. 유당분해효소(락타아제)를 활용해 유당을 미리 분해한 형태다. 소화 부담을 줄이면서도 칼슘, 단백질, 비타민 등 주요 영양 성분은 일반 우유와 거의 동일하게 유지된다. 오히려 유당이 포도당과 갈락토스로 분해된 상태이기 때문에 소화 흡수가 더 원활하다는 분석도 있다. 맛에서도 일반 우유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유당 분해 과정에서 당도가 평균 0.2~0.4 브릭스(Brix) 정도 소폭 증가하지만, 이는 풍미나 질감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오히려 “더 깔끔하고 부드럽다”, “텁텁함이 덜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세계적으로도 락토프리 우유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TRBC(The Business Research Company)는 전세계 락토프리 유제품 시장 규모가 2024년 약 159억달러에서 2032년 407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FT(파이낸셜타임스)는 2025년 5월 기준 최근 1년간 미국 락토프리 유제품 시장이 전년 대비 15.5% 성장하며 전체 유제품 회복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유업계도 이같은 흐름에 맞춰 전략적 제품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기 락토프리 우유에 국한됐던 제품군은 발효유, 가공유, 요거트 등으로 확장되며 맛·형태·영양 설계 등 차별화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남양유업은 유당 제거 시 우유 풍미와 영양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자체 공정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2018년 ‘맛있는우유GT 고소한 락토프리’를 시작으로 락토프리 우유 시장에 진출한 이후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최근에는 발효유 브랜드 ‘불가리스’ 등 발효유 제품으로 락토프리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주요 유업체도 다양한 락토프리 제품을 판매 중이다. 매일유업은 막여과기술을 사용해 미세한 필터로 유당을 제거하는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선보이고 있다. 저지방 제품, 단백질 강화 제품, 멸균 제품 등으로 제품군도 다양화했다. 이 밖에 서울우유 ‘내 속이 편안한 우유’를, hy는 ‘내추럴플랜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판매 중이다.

유병욱 순천향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유당불내증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유당분해효소 활성이 줄며 나타나는 소화장애로 자신의 체질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관리법”이라며 “무조건 우유를 포기하기보다는 락토프리 우유나 발효유 등 다양한 대체 제품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소비자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