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서울 종로구 연지동 사옥(왼쪽), 카카오와 네이버 본사(오른쪽 위,아래). (사진=각 사)

"오전에 갑자기 노트북 챙겨서 빨리 귀가하라 했다."

현대그룹 연지동 본사까지 폭탄테러 협박이 번지고있다. 카카오·네이버·삼성전자 등 IT 기업과 지난달 더현대서울·롯데백화점까지 '허위 폭발물 협박'이 도심 전역을 뒤흔들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기업 본사와 대형 쇼핑몰이 반복해서 문을 닫고 수천명이 대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오전에 갑자기 노트북 챙겨 귀가하라"…현대그룹, 연지동 빌딩 전면 통제

19일 경찰과 현대그룹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빌딩에 폭탄테러 협박이 접수됐고 현재 그룹 전 계열사 임직원에게 전면 귀가 조치가 내려졌다.

현대그룹은 오전 11시30분께 임직원 긴급 안내 문자를 보내 귀가 조치를 지시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임직원 안전 조치로 오늘 연지동 근무자들에게 즉시 재택근무로 전환하라고 지시가 있었고 노트북 등 개인 물품을 갖고 귀가하라고 지시해서 나오게 됐다"며 "현재 경찰 등이 관련해서 건물 내외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건물은 곧바로 출입 통제가 이뤄졌고 경찰과 소방, 폭발물 처리반이 건물 내부와 인근을 수색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구체적인 협박 내용과 방식은 수사 중이라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최근 다른 대기업 사례와 유사한 양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 전날엔 카카오·네이버·삼성…IT 본사도 '폭발물 협박'

하루 전에는 카카오, 네이버, 삼성전자 등 IT 기업들도 잇따라 폭발물 협박이 접수됐다.

카카오는 "판교 사옥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성 글이 고객센터를 통해 들어오자 판교 본사 근무 인력과 인근 상가 이용객 등 약 5000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경찰과 소방이 건물을 수색했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회사는 해당일 업무를 중단하고 전 직원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에도 판교 사옥과 제주 본사를 향한 유사 협박이 이어지면서 야근 중이던 직원들이 잇따라 퇴근 조치를 받는 등 정상 근무가 어려운 상황이 반복됐다. 카카오는 본사 출입 통제를 강화하고 보안 인력을 증원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네이버도 성남 분당 본사에 폭발물 설치 협박 신고가 접수돼 경찰, 소방과 함께 건물 내부를 수색하고 일부 직원을 재택근무로 돌렸다. 하지만 실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같은 시기 카카오 고객센터 게시판에는 '삼성전자 수원 본사를 폭파하고 이재용 회장을 사제 총기로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글까지 올라와 삼성전자도 협박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경찰은 수원 사업장에 출동해 CCTV 등을 확인한 뒤 폭발물 설치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전면 대피 대신 순찰과 경계 강화를 선택했다.

■ 지난달엔 더현대·롯데백화점…도심 상권까지 흔든 허위 협박

지난달에는 백화점을 겨냥한 폭파 협박이 있었다. 11월 초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을 대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폭발물을 설치했다', '도망쳐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경찰과 폭발물 처리반이 매장과 주차장 등을 한 시간 넘게 수색했지만 폭발물은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롯데백화점 등 전국 주요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공연장 등에도 비슷한 폭파 예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되면서 주말마다 손님과 직원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반복됐다.

폭발물 협박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 기본적으로 형법상 협박죄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 올해 3월부터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공중협박죄 적용도 가능하다. 공중협박죄는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공연히 협박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이에 따라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상습범은 그 형을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처벌 수위를 두고는 '솜방망이'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사례 중에서 보면 서울 영등포 거리에서 부탄가스와 전선 등으로 만든 사제폭탄을 들고 다니며 점화하려 한 20대 남성이 공중협박 혐의로 기소됐는데, 당시 법원이 벌금 600만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폭탄 허위, 과장 협박으로 경찰과 소방 수십명이 출동하는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벌금형에 그치자 유사 범죄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