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각사 우아한형제들, 쿠팡)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경쟁 앱에 입점하지 않는 프랜차이즈에 우대 혜택을 제공하면서 '단독입점' 경쟁에 포문을 열었다. 점유율 격차를 좁혀오는 ‘쿠팡이츠’를 견제하기 위해 기존 혜택 경쟁을 넘어선 새로운 차별화 전략을 내놓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는 최근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입점 조건에 따른 수수료율 차등 적용 등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배민 경쟁 배달앱인 쿠팡이츠에 입점하지 않는 교촌치킨 점포에 대해 배민에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점주가 배민과 쿠팡이츠에 동시 입점을 원할 때는 별도 제한을 두지 않는 대신 기존 수수료율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번 협력 방안은 우아한형제들에서 먼저 교촌에프앤비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촌에프앤비는 해당 내용을 전체 교촌치킨 가맹점주들에게 공지한 뒤 약 90% 이상 가맹점주에게 동의를 얻었다고 전했다. 교촌에프앤비는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배민에서 제시한 조건을 기준으로 대부분 점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불편한 부분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여러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아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한 내용은 없고 논의를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현재 교촌 측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공식 발표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하게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쿠팡이츠 급성장에 배민 ‘새 판 짜기’

배민이 ‘단독입점’ 전략에 나선 것은 쿠팡이츠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쿠팡이츠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1044만명으로 전년동월대비 56.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배민 MAU는 2174만명에서 2175만명으로 현상유지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쿠팡 ‘와우 멤버십’ 사용자의 경우 추가 결제 없이도 무료배달 서비스 등 쿠팡이츠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성장 원동력으로 꼽고 있다.

배민도 무료배달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을 선보이며 쿠팡이츠에 맞불을 놨지만 이는 배민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26.6% 성장한 4조322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8.4% 감소한 640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5.7%포인트 떨어졌다. 배달기사에게 지급되는 인건비 등이 포함된 외주용역비는 2023년 1조2902억원에서 지난해 2조2370억원으로 73%나 급증했다. 배민이 무료배달 서비스를 지난해 3월 말 도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외주용역비 지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배민으로선 쿠팡이츠를 견제해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출혈 경쟁을 펼치기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무료배달이 보편화되면서 다수 소비자가 2개 이상 배달앱을 병용해 사용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플랫폼을 비교해 할인 혜택이 가장 큰 곳을 찾아 주문하기 때문에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해선 꾸준한 프로모션을 펼쳐야 한다. 이미 관련 비용 지출이 큰 만큼 소비자 혜택을 경쟁적으로 늘리기 보다는 충성고객을 보유한 '단독입점' 프랜차이즈를 통해 이용자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소비자에게 혜택이 된 무료배달과 달리 ‘단독입점’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배민이 업계 1위 업체인 만큼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단독입점'을 확대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고려한듯 배민도 요기요나 땡겨요 등 타 베달앱 입점에 대해선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민과 교촌 간 협의가 실제 협약으로 이어진다면 소비자보다는 가맹점주들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되는 구조로 이를 미끼로 한 ‘프랜차이즈 모시기’가 될 것”이라며 “배민이 업계 1위라곤 하지만 쿠팡 전체와 비교하면 체급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만큼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대응책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