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사진=NEW)
[뷰어스=남우정 기자] “다가가기 어렵다? 벽 그렇게 높지 않아요”
현빈은 작품이 아니고서야 만나기 쉬운 배우가 아니다. 작품 외에는 노출되는 기회가 적다보니 ‘다가가기 어렵다’는 오해를 들을 만도 하다. 그 아쉬움을 현빈은 최근 작품으로 채워주고 있다. 9월 개봉한 ‘협상’에 이어 한 달 만에 영화 ‘창궐’로 돌아왔고 현재 촬영하고 있는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까지 기다리고 있다.
한 달 전 잔혹한 악인으로 분했던 현빈은 한 달 만에 철없는 조선시대 왕자 이청으로 돌아왔다. ‘창궐’은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의 혈투를 그린 작품. 무엇보다 ‘공작’으로 700만 관객을 동원한 현빈과 김성훈 감독의 재회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친분이 개입된 것 같진 않아요. 다만 김성훈 감독에 대한 성향은 개입됐죠. 오락 영화고 유쾌한 분이라서 이 작품에 성향이 맞는 것 같아요. 일단 시나리오도 재미있게 봤고요. 사실 친분관계로 일을 하는 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마음이 들었을 때야 시너지가 발휘되는데 시나리오가 좋지 않은데 친분관계로 하기엔 힘들죠. ‘창궐’은 다른 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서 선택한 것이에요. 새로운 소재에 긴장감도 있어서 좋았어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창궐’엔 현대의 좀비와 흡사한 야귀가 등장한다. 관절을 꺾고 피를 흘리며 사람들을 공격하는 야귀의 비주얼은 공포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청과 야귀떼의 싸움을 보기 드문 명장면이다.
“촬영 전 테스트를 봤었는데 영화를 보고 조금 놀랐어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세더라고요. 디테일해지고요. 보시는 분들이 캐치할 지는 모르겠지만 야귀도 변이 과정이 있거든요. 분장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분장 시간이 늘어나요. 거기에 CG까지 더해졌어요. 모든 부부에서 공을 많이 들였어요”
야귀떼와의 대결 뿐만 아니라 ‘창궐’에서 현빈은 자신이 가진 액션 DNA를 모두 끌어다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보여준다. 보는 이들은 통쾌하지만 배우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현빈 역시 힘들었다고 혀를 내둘렀지만 액션 연기의 매력을 전했다.
“고생을 많이 했고 정말 힘들었어요. 야귀 콘셉트가 그렇지만 끝도 없이 나오고 더 많아지니까. 다수를 상대로 액션을 찍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합을 이어가다 문제가 생기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해요. 그래도 액션신을 순차적으로 찍었는데 초반 액션을 찍을 때보다 검술도 많이 늘었고 야귀와의 호흡도 잘 맞아져 있더라고요. 액션 연기 재미있어요. 있고. 촬영할 땐 힘들지만 볼거리가 바로 현장에서 보여서 좋아요. 근데 내가 실제로 액션한 것보단 영화에선 짧게 나오더라고요. 난 더 한 것 같은데(웃음)”
현빈의 액션을 볼 수 있고 조선시대 좀비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미남 스타인 장동건, 현빈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창궐’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다. 실제로도 절친인 두 사람이 연기 호흡을 맞춘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함께 연기를 하면서 현빈은 장동건의 무게감에 찬사를 보냈다.
“장동건 선배는 친한 사람이랑 마주보고 연기한다는 게 연기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하더라고요. 오히려 난 기대가 컸어요. 선배가 연기하는 걸 보고 자랐고 배우로 만났잖아요. 궁금증과 기대가 컸어요. 현대물로 만났으면 사석에서 만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은데 배경이 조선시대잖아요. 분장한 상태로 카메라 앞에 서니 문제는 없었어요. 장동건 선배는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무게감이 달라요. 물론 이 현장 안에서의 모습을 말할 수밖에 없어요. 김자준 역할 자체도 그렇지만 도포를 입고 나왔을 때 포스가 놀라웠죠. 정말 꽉 채워진 느낌이에요. 연기할 때 눈빛이 달라지더라고요”
최근 현빈이 선택한 작품은 대중적으로 사랑 받을 수 있는 상업영화가 많았다. ‘역린’ ‘공조’ ‘꾼’에 이어 최근 ‘협상’까지 그 라인을 이어가고 있다. 현빈은 대중들이 원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이 도전을 할 수 있는 작품을 찾아가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작품,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 완전히 나눠져 있진 않지만 오락적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 두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영화라면 틀린 게 아니에요. 그래서 이런 작품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안에서 나도 만족하지 못하는 요소들이 있다면 당연히 안했겠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하게 됐어요”
이번 영화 ‘창궐’ 역시 마찬가지다. 현빈에게 ‘창궐’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하기보단 2시간 동안 오락영화로서 충실한 작품임을 강조했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인 이청의 액션을 관객들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처음에 받았을 때 고민을 했어요. 바로 선택한 게 아니에요. 만화같은 요소가 많아서 어떻게 표현해야될지 생각이 안 났어요. 그래도 하기로 결정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달라지고 채워지는 느낌도 있어요. 막연한 것에 대한 도전으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