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빗썸 앱 캡쳐

새정부가 들어서고 디지털자산(가상자산)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온 듯 보였지만, 가상자산거래소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상자산 관련 우호적인 정책 움직임 속에서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은 각각 당국의 눈치를 맞추느라 고전하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금융위원회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전까지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의 신규 영업 중단을 골자로 한 행정 지도 공문을 가상자산거래소들에 발송했다.

업비트는 행정 지도 공문을 수신한 당일 당사 홈페이지 신규 영업 중단을 공지하는 등 한발 물러섰다. 반면 빗썸은 하루가 지난 20일 오후 현재도 코인 대여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상태다. 빗썸은 내부 회의를 거쳐 서비스 방침을 정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초 빗썸은 4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도록 '랜딩서비스'를 오픈했다가 당국의 우려에 따라 레버리지 비율을 2배로 낮춘 바 있다. 레버리지는 이용자가 자기 자본보다 더 큰 금액을 거래소로부터 대여해 코인을 거래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어 헤지 상품으로 분류된다. 반면 시장 상황에 따라 보유 자산과 대여한 자산 모두를 잃을 수 있는만큼 리스크 또한 크다.

금융위는 지난 6월 중순부터 한 달 여 간 테더(USDT)의 매도량 급증으로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 거래소에서 시세가 이례적으로 하락한 바 있다며 별도의 가이드라인 마련 전까지는 레버리지 관련 신규 영업을 중단하라고 한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선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하락장에서 이용자들이 대응할 수 있는 헤지 상품인만큼, 코인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입장이다. 국내 거래소에서 레버리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코인 투자 규모가 크고 능숙할수록 레버리지가 가능한 해외 거래소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힘줘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과의 신경전은 비단 빗썸만이 겪는 문제는 아니다.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는 최근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조사에서 226억3500만원의 법인세 등 추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또 지난 19일에도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관련해 일반투자자가 전문 종목을 추가 매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투자자 보호 계획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2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더욱이 두나무는 이석우 전 대표이사의 문책 경고 등 제재와 관련해 금융정보분석원(FIU)과의 소송전도 지속 중이다.

두나무, 베트남 밀리터리뱅크(MB은행)와 기술 제휴 양해각서(MOU) 체결/사진=두나무

한편 이 같은 대치와 갈등 국면에서 업비트는 대내외 이미지를 '모범생 모드'로 설정한 듯 보인다. 최근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제휴를 통해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법인고객에게 가상자산 실명계정 서비스를 제공하며 법인계좌 수 100좌를 돌파하는 등 업계 선두주자로서의 무게감을 입증했다. 지난 13일에는 베트남 밀리터리뱅크(MB은행)와 베트남 가상자산 시장 육성을 위한 기술 제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이재명 정부의 친 베트남 기조에도 발을 맞춰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바뀌고 금융당국의 구성도 변화가 있었지만 가상자산거래소를 바라보는 실무단의 관점은 크가 변한 것 같지는 않다"면서 "긴장된 상태에서 몸을 낮추고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