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보려 왔어요. 연봉도 높고 유명한 곳인만큼 주변에서도 다들 가고 싶어하네요."
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만난 특성화고 학생 이모(18세)양의 말이다. 32도까지 오른 무더운 날씨임에도 박람회가 열리는 DDP 아트홀은 참가자들 발걸음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번 박람회는 8월 20~21일 이틀간 DDP 아트홀 1·2관에서 열렸다. 금융기관 76개사와 핀테크·IT 4개사를 포함해 총 80개의 기업이 참여, 역대 최대 규모로 마련됐다.
'2025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입구 모습. (사진=문재혁 기자)
■ 발 디딜 틈 없는 현장…정장부터 군복까지 다양한 참가자 모습
박람회는 입구부터 많은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명찰을 받아 안으로 들어서자 회장 안은 바짝 긴장한 표정의 구직자들로 가득차 있었다. 구직자들은 벽에 기대거나 계단에 걸터앉아 미리 준비한 멘트를 읽으며 답변을 준비하거나 먼저 면접을 경험한 지인과 경험을 나누는 모습이다.
각 기업 부스에서는 구직자와 면접관이 마주보고 앉은채 면접을 진행했다. 은행들은 주로 현장면접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면접자에 향후 공채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약속했다. 금융공기업들은 1:1 모의면접을 진행하고 관련 피드백을 제공했다.
오전에 면접을 한 대학생 한모(23세)씨는 "경험에 관해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 질문이 나와 대답을 잘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오늘 면접을 토대로 다음 기회때 더 세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참가자들의 복장은 정장부터 캐주얼, 교복, 군복까지 다양했다. 국방전직교육원의 전직 지원에 힘입어 단체로 참가한 군인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경험 차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참가한 고등학생들도 여럿 보였다.
국방전직교육원 부스 앞에 모인 군인들. (사진=문재혁 기자)
구직 청원휴가를 내고 박람회에 참가한 군인 정모(21세)씨는 "전역 후 취직할 곳을 알아보기 위해 참가했다"며 "금융과 거리가 먼 전공자도 채용이 가능하다는 현장 분위기를 알게 돼 관심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아트홀 1·2관 사이 컨퍼런스 홀에선 참가자들을 위한 여러 주제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채용 준비를 위해 해커스 강사들의 필기·면접 전략과 취업 Navigate 특강도 진행됐다. 여러 금융권 현직 직원들의 모티베이션-핏 발표에선 기업별 공채일정과 사내 조직문화, 선호하는 인재상이 공개됐다.
이밖에 1:1 맞춤형 컨설팅관에서는 면접 이미지 컨설팅, 고졸·해외취업 컨설팅 등 개인 필요에 맞는 다양한 면접지원 부스를 조성했으며, 방문이 어려운 구직자를 위해 화상 모의면접 부스도 운영됐다.
증권(왼쪽), 금융 공기업 부스 풍경. (사진=문재혁 기자)
■ "차별화된 지원자 찾습니다"…선호하는 인재상은?
금융권 채용 담당자들은 공통적으로 자소서와 면접에서 자신만의 특별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의 채용 목적에 맞게 자기 경험을 기반으로 채용해야 할 이유를 논리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합격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신입 공채담당자는 "대부분의 지원자 이력서가 비슷하기 때문에 훌륭한 스펙을 자랑하기보단 눈에 띌만큼 차별화된 자기경험을 강조하는 걸 선호하다"고 밝혔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면접은 결국 구직자가 면접관을 설득하는 과정"이라며 "자기 경험과 성향을 논리적으로 채용 목적과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학을 좋아하기에 계리직을 지원했다는 정도의 일차적 접근으로는 왜 수학자를 제쳐두고 지원했냐는 반문이 들어올 수 있다"며 "발언에 대한 꼬리를 잇는 질문을 미리 예상해 답변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용 지원자에게 기대하는 핵심 역량은 부문별로 차이를 보였다. 은행·증권·보험사 등 민간금융권은 직원들의 실적 압박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직원의 역량개발을 위한 사내지원을 언급하면서 구직자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교보생명 인사지원팀 관계자는 "실적 압박에 자유로운 회사는 없지만, 신입에게 요구되는 것은 당장의 성과보다 업무역량 성장 잠재력"이라며 "사내에 다양한 직무가 있는만큼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한라이프 인사팀 관계자는 "선호하는 직무를 체험해볼 수 있는 직무공모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리더십, 디지털 역량 개발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석사과정 지원, 자격증취득 격려금 등 자기계발을 위한 여러 사내지원 제도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사의 경우 계리, 손해사정, 자산운용 등 직무가 다양해 직무별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전문성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메리츠화재 채용담당자는 "자격증 등 업계 관련 전문성을 갖출수록 서류전형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이를 따라잡을 수 있는 개인 역량을 보여줘 합격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어 필수요소까진 아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과 공기업 부스가 마주한 모습. (사진=문재혁 기자)
반면 금융 공기업이나 협회가 선호하는 인재상은 사뭇 달랐다.
서민금융진흥원 성과인사실 관계자는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지원이 주 업무인 만큼 공익실현에 보람을 느끼는 인재를 선호한다"며 "민간금융에 비해 고용안정성이 높고 실적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 인재경영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등 기업특성상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역할이 크다. 공익성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인재상을 밝혔다.
금융관련 협회 한 채용 담당자는 "여러 기관과 협의가 필요한만큼 소통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를 선호한다"면서 "민간 금융권과 달리 실적 압박에서 자유롭다는 점, 이에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현직자 코칭챗에서 강의하는 예금보험협회 관계자 모습. (사진=문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