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 관련 불공정 계약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관련주들이 급락세다. 특히 주도주로 부각됐던 원자력 관련주들은 개인들이 직접 투자 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서도 투자했던 만큼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일봉 차트. 토스증권 WTS 캡처)


■ 두산에너빌리티, 시총 7조 '증발'

20일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전일 애프터마켓에서 12.5%까지 추락하며 5만6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43조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7조원 이상 급감하며 시가총액 순위 12위까지 떨어졌다. 한전기술과 한전KPS도 각각 12.5%. 10.4%씩 하락하는 등 관련주들이 일제히 폭락세다.

20일 정규 시장 개장 직후에도 관련주들은 급락세를 이어가며 두산에너빌리티 9.5%, 한국전력 5% 등 하락 흐름을 이어간다.

원전 관련주는 올해 4월 이후 빠른 속도의 랠리를 이어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6월 한달간 무려 70% 가량 급등하며 개인 순매수 종목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만년 저평가주로 2만원대 묶여 있던 한국전력 주가 역시 지난 8월 4만2450원의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원전 확대 수혜주로 꼽혀왔다.

하지만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의 계약 당시 한수원과 한전은 50년간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을 개발 및 수출할 때 1기당 6억5000만달러 규모를 발주하고 1억7500만달러 수준의 기술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주들의 폭락으로 이어졌다. 체코 원자력발전소를 수주하기 위해 WEC와 비밀 합의를 맺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관련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 국내 원전관련주 ETF들 '휘청'

각 자산운용사들도 현재 상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ETF 거래대금은 전체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의 48.6%를 차지할 정도로 투자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상장된 원자력 관련 ETF는 총 7개로 이 중 4개가 올해 상장됐다. 불공정 계약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까지 ‘HANARO 원자력iSelect ETF’는 3개월 수익률 1위를 기록하는 등 관련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최대 70~80%에 육박하면서 개인들의 순매수세 역시 수조원 규모에 달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9일 기준 두산에너빌리티를 가장 높은 비중으로 편입하고 있는 ETF는 ‘TIGER 코리아원자력’으로 편입 비중이 26.56%를 차지한다. 공교롭게도 이 ETF는 원전 계약 관련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19일 신규 상장되면서 거래 첫날 5%대 하락을 기록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외에도 한전기술(12%), 한전KPS(8%) 등을 합치면 비중은 46.6% 수준으로 늘어난다.

‘KIWOOM K-2차전지북미공급망 ETF’도 전체의 25.9%를 두산에너빌리티로 채우고 있고 ‘HANARO 원자력iSelect ETF’는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전력 편입비중이 각각 14.63%, 18.77%를 유지 중이다. 19일 상장된 신한자산운용의 'SOL 한국원자력SMR'도 두산에너빌리티(22%), 한국전력(12.1%), 한전기술(11.7%), 한전KPS(8.9%)의 비중이 54.7%에 달한다. 그외 ‘ ACE원자력테마딥서치’의 두 종목 편입비중은 10.85%, 12.35%다.

이번 사안에 대한 시장의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당 논란과 관련해 “이미 지난 1월 한국전력과 웨스팅하우스의 합의 당시 유출됐던 내용”이라며 “전부 사실이라고 해도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한전KPS의 기업가치 산정에 있어 바뀌는 부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바이 사이드’에선 다소 경계감을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모멘텀 등은 큰 틀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면서도 “현재 주가는 원전에 대한 글로벌 열풍, 향후 수주 확대에 대한 전망 등에 기댄 수급효과가 컸던 만큼 관련주들이 풀어내야 할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