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민관합동 미국 관세조치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업계와의 공동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자료=산업통상자원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여파로 은행 주가가 크게 빠졌다. 금융 부문이 받을 타격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만큼 전문가들은 선제적이고 냉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 주가는 전일 대비 3400원(4.22%) 하락한 7만7100원으로 정규 장을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올해 최저가(7만6600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외국계 창구에서 끊임없이 매도 물량이 나오며 거래량(155만주)이 전일(87만주)의 두 배에 육박했다.

KB금융만큼은 아니지만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일 대비 각각 2.36%, 2.81% 빠졌다. 우리금융지주(-0.72%)만이 1% 미만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BNK금융지주(-4.36%)는 은행주 중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자동차부품 등 경남에 기계업종 중소기업들이 몰려 있어 거래업체 여신의 부실 우려가 주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美신정부 관세정책의 글로벌 및 우리 경제 영향' 보고서 중에서(자료=한국은행)

이날 미국이 발표한 상호관세 조치는 1990년대 세계화 흐름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 겪는 변화여서 신뢰할 만한 통계 데이터조차 확보하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신에 찬 기대와 달리 학자들은 대체로 상호관세 시행에 따라 미국의 경제성장이 후퇴하고 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 다이와증권은 몇몇 가정 하에 미국의 실질 GDP가 최대 0.7%포인트 하락하고, CPI가 최대 0.8%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의존형 경제인 우리나라 역시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저강도 관세 전제 하에서 국내성장률이 올해 0.1%포인트, 내년 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는 고강도 관세율이 발표됐으므로 추후 협상 여지를 감안하더라도 숫자는 더 비관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농후하다.

산업 분야의 피해 규모도 추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시차를 두고 발생할 금융 부문에 미칠 파장은 숫자보다 우선 방향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다.

한국금융연구원 구본성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은행은 기업 부문의 부실 확대 우려과 가계 및 내수에 미치는 효과, 글로벌 자금흐름 변화에 따른 자산시장의 변동성 증가 등을 고려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는 자본비율의 지속적 상향, PF 등 부동산 관련 잠재 손실의 선제적 처리, 고유동성 외화자산 확보 등을 통해 손실완충력을 높이고 유동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기를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유의미해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정민정 입법조사관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존 국제분업구조의 변화로 반도체·바이오의약품·자동차·배터리·방위(우주항공)·조선·에너지(석유·원자력)·가전·섬유·철강·화학 부문의 수출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선도적 입지를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한미간 교역조건의 상호성에 대한 총체적인 진단을 통해 미국의 안보 청구서와 국가 산업 포트폴리오 전체 관점에서 손익을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자료=한국무역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