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차량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25% 수입차 관세 시행 이후 현지 재고를 활용해 가격 동결을 유지해왔으나, 재고 소진이 임박하면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앞서 현대차그룹이 밝힌 '6월 2일까지 미국 가격 동결'의 시한이 도래했다. 미국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기준 현대차·기아의 현지 재고 소진일수는 각각 94일, 62일이었다.
현지 재고가 소진되면 관세 인상분에 따른 영업손실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재고 소진 시 현대차·기아는 관세를 내고 한국·멕시코 등에서 차량을 미국으로 수출해야 한다.
이에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현대차가 이르면 다음주부터 미국 내 모든 모델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약 1%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보도한 바 있다. 다만 현대차는 "이는 연례 가격 검토 기간으로 시장 환경과 소비자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이라며 관세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업계는 현대차그룹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룹의 대미 수출량은 전체 현지 판매량 중 약 65%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 등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경쟁업체 토요타나 르노자동차, 닛산 등은 약 50%, 혼다는 35%다.
관세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5월 수출 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급감한 18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교보증권은 현대차의 연간 관세 부담액을 약 6조원으로 추산했으며,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7.5%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심은 가격 인상 시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동성이 높은 만큼 섣불리 가격을 올렸다가 되려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법원은 지난 5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을 월권으로 판단했으며, 현재 이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시장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호세 무뇨스 사장은 "엔트리 레벨의 차랑 가격을 3000~4000달러(약 413만~550만원) 이상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승조 현대차 부사장도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6월 2일까지는 가격을 동결할 방침"이라며 "향후 가격은 시장 원칙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급격한 인상보다는 점진적인 가격 조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해외 경쟁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는 가장 먼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3개 차종에 최대 2000달러(약 275만원) 수준의 가격인상을 결정했다. 페라리는 관세 발효 후 미국 판매가를 최대 10% 인상, 폭스바겐도 늘어난 관세만큼 수입 수수료를 추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