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폭만 8200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현대차는 정부의 협상을 적극 지원하며 관세 대응 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현대차는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인 48조286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3조6016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3.3% 늘어난 26만2305대를 팔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자동차 관세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다.

현대차그룹 사옥.(사진=현대차그룹)


현재 한국 정부는 통상 대표단을 꾸려 미국 정부와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단은 이날 '한미 고위급 2+2 통상협의'에서 약 1000억달러(약 137조원)규모의 현지 투자 계획을 세워 이를 제안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상은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으로 취소됐다. 양국은 조속한 시일 내 일정을 재조정할 방침이다.

만약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자동차업계에는 오는 8월 1일부터 25%의 상호 관세가 지속 적용된다. 그간 현대차는 현지 가격을 동결하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해 왔지만, 재고 물량이 소진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동시에 현지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현대차는 글로벌 대관 조직을 중심으로 워싱턴에서 TF(태스크포스) 팀을 꾸려 정부의 협상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는 공화당 4선 출신 드루 퍼거슨 전 연방 하원의원을 워싱턴 사무소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와 호세 무뇨스 사장 등 대미 네트워크가 강한 인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이들 경영진은 현지에서 정부 대표단과 긴밀한 공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운영 방향성으로는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이승조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 24일 2분기 실적 컨콜에서 "미국 시장에서 가격 정책은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라며 "가격 조정을 주도해 나가기보다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어떤 면이 고객 가치에 부합하는지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대응책으로는 공급망 및 생산 현지화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이 본부장은 "재료비와 가공비 절감, 부품 소싱 변경 등 생산 효율을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며 "핵심 사업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기존 전략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3분기부터 생산 효율성 강화를 통한 가공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미국 앨라배마공장(HMMA)에서 20여년간 쌓은 생산 효율화 방법론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로 수평 전개할 것"이라며 "관련 효과가 3분기부터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R&D), 생산, 품질 등 전사 협업과 구조조정 등은 물론 부품 현지화를 추진한다. 사전 수립한 시나리오별로 현지 생산 확대를 고려하고,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승조 본부장은 "관세 여파는 3분기와 4분기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부품 관세 영향이 어느 정도 차지하느냐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완성차에 지원금을 주는 제도를 발표한 만큼 전체의 20% 정도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 23일 미국과 협상을 통해 자동차 품목 관세를 기존 25%에서 절반인 12.5%까지 낮췄다. 일본 자동차는 기존 세율의 2.5%를 더해 15%의 관세가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