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제공=토스

결제의 끝판왕이라 할만한 '페이스페이(Face Pay)'가 결제 시장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프라인 결제 시장을 장악하려는 플랫폼들 경쟁이 치열하다. 토스와 네이버도 '페이스페이'가 가능한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를 두고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선 향후 결제 시스템이 제도적·기능적으로 소비자 눈높이에 얼마나 맞게 작동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 단말기 승기 잡은 네이버페이?

페이스페이 결제 시장에 먼저 깃발을 꽂은 건 토스다. 토스는 결제 단말기 제조·결제 솔루션 공급 자회사 토스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 시장을 공략 중이다. 2022년엔 카드단말기 설치·유지 전문기업인 아이샵케어에 투자, 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토스는 지난 6월 서울 시내 2만 개 가맹점에서 페이스페이 시범 운영에 나서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페이스페이에 사전 가입한 이용자 중 일부에게 먼저 서비스를 오픈하고, 결제 가능 대상은 점차 늘려간다는 전략이다.

핀테크 기업들이 오프라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시장의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데이터의 활용성 또한 높아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일평균 대면 결제액은 1조7550억원으로, 비대면 결제액(1조2100억원)보다 45% 크다.

결제 시장이 페이스페이로 넘어가는 데 핵심 요소는 바로 '단말기'다. 페이스페이의 기술적 기능을 담으면서도 디자인적 요소와 비용의 효율성까지 갖추기도 쉽지만은 않다.

국내 업체 가운데에서는 SCSpro가 '페이스페이'에 적합한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토스가 지난 4월 제휴를 맺고 단말기 선점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돌연 SCSpro 측이 토스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네이버파이낸셜과 새로운 제휴를 맺으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토스 측은 계약 해지 과정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의 개입이 있다고 판단, SCSpro를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편 네이버페이는 결제에서 예약과 주문, 리뷰까지 온·오프라인을 연결해주는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인 '커넥트'를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는 설계 마무리 단계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 단순히 단말기 문제가 아니다?

업계 안팎에선 토스와 네이버의 이번 경쟁이 표면적으로는 '단말기' 싸움이지만, 그 이면에는 개인정보 보호 등 각종 정책적 이슈가 잠재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페이스페이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극복해야 하는 가장 큰 쟁점은 개인정보 등 보안 이슈다. 안면인식 기술은 홍채, 지문, 목소리 등 다른 생체 정보와 비교해 노출과 수집이 쉬운 편인 데다, 딥페이크 등 기술 발전으로 인해 도용 등 문제도 잠복해 있다.

단말기 확보전에서 토스가 네이버에 밀린 것으로 보이지만, 제도와 정책적 측면에 있어선 네이버가 토스보다 한발 늦은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경쟁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그야말로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

토스는 페이스페이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 사전적정성 검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적정성 검토는 신기술이나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려는 기업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통해 신기술이 실제 운영됐을 때 문제가 없는지 사전에 검토하는 절차다. 토스는 이 프로세스를 거쳐 안면식별정보, 고유식별정보 등을 개인정보보호법상 안전하게 처리할 방안을 마련했다.

한편 네이버파이낸셜은 관련 서비스에 대해 개보위의 사전 적정성 검토를 아직 받지 않은 상태다. 개보위의 사전적정성 검토는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이 절차를 통하면 향후 행정처분을 면제받을 수 있어 정책적으로는 '안전판'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개보위의 사전 적정성 검토를 통과하려면 1년여 가량 시일이 소요되는만큼, 올 하반기 네이버 커넥트 출시를 예고한 네이버로서는 해당 절차를 밟기에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이에 네이버페이는 얼굴 인식 결제 서비스의 생체정보를 금융결제원 인프라에 분산 저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정책당국의 우려를 사전에 불식시키기 위한 대응으로, 민감정보 보호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한 보안 체계 정비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소위 '네이버 출신'들이 이재명 정부 요직에 포진돼 있는만큼, 향후 정책적으로도 네이버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한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이 대표적인 네이버 출신 인사들이다.

다만 역으로 이러한 상황이 네이버에는 오히려 리스크 요인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세간에 보는 눈이 많은 만큼 오히려 네이버 출신들이 친정과 '거리두기'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등 야당 측에서는 네이버의 주가 폭등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특정 기업에 정부의 특혜가 제공되지는 않을지 눈에 불을 켜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경쟁은 표면적으로는 단말기 싸움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개인정보 등 관련 금융당국의 이슈를 해소하는 절차와 방법의 문제도 얽혀있다"며 "향후 실제로 결제 시스템이 고객들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작동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