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attery-America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 SK이노-E&S 합병 1년…아쉬운 성적표

SK이노베이션이 SK E&S와 합병하며 자산 100조 원 에너지 공룡으로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성적표는 썩 좋지 않다. 정유·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는 예상 밖의 호재를 마주하고 있다.

지난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매출은 21조14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446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연간 1조원 이상의 현금을 창출하는 SK E&S와 합병했음에도 실적 반등에는 실패했다. 석유화학 계열사 SK지오센트릭은 1143억원 적자, SK에너지도 정제마진 약세 등으로 363억원에 그친 실적을 내놨다.

■ IRA 개정에 예상 밖 기대감…SK온, 세액공제 유지

미국에서의 상황은 다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개정 이후 북미 친환경 산업의 전략적 수혜자로 SK이노베이션이 재조명되고 있는 분위기다.

SK온은 조지아 공장을 전진기지로 삼아 북미 시장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1분기 AMPC 세액공제 수령액은 1708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무려 1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990억 원으로 여전히 적자지만 전년 대비 330억 원 전분기 대비 601억 원 개선되며 회복세를 보였다.

조지아 공장은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물량 75% 이상을 책임지고 있으며, 가동률은 10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수산화리튬 6000톤 공급 계약을 맺으며 IRA 개정안의 핵심인 중국산 배제 조항(PFE)에도 선제 대응하고 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30D)이 향후 최대 180일 내 종료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존재하지만, SK온은 미국 내 조기 생산기지 구축과 현대차 연계 공급망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우측)과 크리스 바먼(Chris Barman) 슬레이트 최고경영책임자(좌측)가 4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열린 슬레이트 신차 공개 행사 중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온)

■ 그린 예산 감소 기조에도 굳건한 CCS…장기적 안정성 확보

SKI E&S는 수소, 탄소포집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모델을 구축해 자원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 SKI E&S는 미국 컨티넨탈 리소스 등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CCS(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프로젝트에 참여키로 했다. 미국 중서부 지역 5개주, 32개 옥수수 에탄올 생산설비 시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연간 1200만톤 포집하는 사업은 IRA법 시행에 따른 세액공제를 기대하고 추진됐다. 톤당 60~85달러의 세액공제를 적용받는다면 연간 7억~10억 달러(1조~1.4조원) 가량의 세액이 공제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그린 산업 예산이 깎이는 와중에도 탄소포집 지원책에는 변화가 없어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 美 로비 비용 80억원 효과 ‘톡톡’… 2분기 반등 기대

IRA 개정안이 시장 우려를 벗어나면서, SK이노베이션 전반의 하반기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SK그룹이 2023년 미국에 집행한 로비 비용은 559만 달러로 우리 돈 약 8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IRA 및 공급망 대응 관련 이슈에 집중됐다. 단기 실적 부진으로 인한 비판 속에서도 선제 대응의 결과는 점차 드러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배터리 사업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고, 세액공제가 당초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된 만큼 2분기부터는 수익성 개선 흐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