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현 현대카드 대표 후보자./사진=현대카드

최근 카드사들이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현대카드도 예외는 아니다. 김덕환 대표가 사의를 표하면서 후임에 조창현 카드영업본부장이 낙점됐다. 갑작스러운 리더십 교체로 전임 대표가 남긴 과제들이 신임 대표에게 남겨졌다. 전체 카드업계는 카드 수수료 인하라는 고난 아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으로 인한 지급 결제 시장의 변화,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설까지 구조적 난제를 떠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카드는 그간 점유했던 PLCC 파트너십과 애플페이 결제 시장을 경쟁자들에게 침식당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 제휴사들과의 흔들린 우정?

김덕환 대표 사임을 두고 일각에선 스타벅스와 현대카드의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제휴 연장 결렬이 주요 이유라는 소문이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결국 삼성카드가 스타벅스의 새로운 제휴 카드사로 선정되면서 풍문은 현실이 됐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최근 삼성카드를 새 PLCC 파트너사로 확정하고 캐시백과 경품 이벤트 등을 담은 제휴 카드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스타벅스 PLCC 제휴 종료가 현대카드의 파트너십 전선에 '이상 신호'로 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현대카드의 스타벅스 PLCC 단독 제휴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정용진 신세계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직접 홍보에 나설 만큼 상징적인 파트너십이었다. 현대카드의 스타벅스 PLCC 카드는 출시 3주만에 5만장 이상 팔리는 등 PLCC 역사를 만들었다. PLCC 성장세는 현대카드를 신용판매액 1위 자리에 앉힐 정도로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PLCC 분야에서 최근 현대카드 입지가 줄어드는 추세다. 스타벅스와의 단독 제휴가 끝난 것과 함께, 배달앱 1위 업체인 '배달의 민족'도 현대카드와의 제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신한카드를 새로운 파트너로 정했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측은 "스벅과 배민 모두 정상적인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타 카드사와 복수 파트너십의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현대카드 앞에 놓인 핵심 과제는 바로 PLCC 생태계를 견고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PLCC 경쟁력 구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조 본부장이 차기 대표로 낙점된 이유 중 하나. 조 신임 대표에게는 치열해진 금융 산업 환경 속에서 미래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성과를 창출하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조 본부장은 PLCC본부장 재임 당시 파트너사 확대뿐 아니라 기존 파트너사와의 관계 강화, 상품·서비스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며 사업 고도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글로벌 브랜드 20여 곳과의 제휴를 성사시킨 데 이어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등 PLCC 사업 전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다만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고객 충성도가 높고 반복 구매 구조가 뚜렷한 PLCC 카드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향후 경쟁구도는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박창훈 대표 체제 실행력 중심의 협업 구조로 조직을 재편하고 PLCC를 포함한 주요 전략의 실행 속도를 높이고 나섰다. 신한카드의 PLCC 제휴 확대, AI 기반 서비스 고도화 등 전략은 현재 현대카드의 전략적 지향점과도 일치하는 만큼 향후 양사 경쟁은 뜨거워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 약발 다한 애플페이 독점, 다가오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전쟁

2023년 현대카드가 카드사로는 유일하게 애플페이를 전격 도입한 것은 그야말로 선견지명이었다는 평가다. 다른 카드사들이 수수료 부담 등을 느끼며 애플페이 도입에 주춤한 사이 현대카드는 해외 결제 등에서 애플페이 효과를 봤다.

2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달라졌다. 애플페이 수수료 부담을 딪고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도 애플페이 도입에 나섰다. 신한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애플페이 내 현대카드의 위상도 흔들릴 수 있다. 신한카드는 지급결제 중심의 구조 개편과 수익원 다변화에 사활을 걸면서 애플페이를 과감하게 도입 중이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의 경우 금융당국 승인 조건이 독점계약 포기였기 때문에 타 카드사들의 서비스는 예상했던 일이다. 다른 카드사들이 애플페이에 동참하면 국내 EMV기반 결제 시장이 확대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한편 카드업계에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떠오른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역시 현대카드에게는 난제 중 하나다. 금융권에선 향후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둘러싼 카드사들 경쟁이 불이 붙는 게 아니냔 관측도 나오지만, 그나마 이에 대비하고 있는 카드사는 '은행'을 등에 업은 카드사들이다. 신용공여 기능 없이 즉시 결제되는 스테이블코인이 카드 결제의 상당수를 대체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은 은행과 긴밀히 협력해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준비에 나섰다. 은행과 동맹이 가능한 카드사의 경우 '디지털자산법' 등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레거시 은행에 우호적으로 펼쳐진다고 해도 대비가 가능해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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