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가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압박에서 한숨을 돌렸다.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된 영향이다. 다만 일본·EU에 비해 다소 불리한 조건인만큼, 앞으로도 수익성 개선에 대한 고민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대통령실은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고, 대미 수출 자동차에 대해서도 기존보다 낮은 15%의 관세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한국이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며 "우리는 한국에 대해 1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미국은 관세를 부과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협상 타결로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미국은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핵심 수출국으로, 지난해 대미 수출량은 143만대(약 48조원)에 달한다. 만일 관세가 그대로 유지됐다면 대미 수출 자동차 규모가 약 20.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던 만큼,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는 지난 2분기 역대 최고 미국 판매량 기록(28만대)을 세웠음에도 관세로 인한 손실은 약 828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아 역시 같은 기간 7860억원의 관세 손실을 기록, 2분기 현대차그룹 합산 관세 부담은 1조6142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이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현대차그룹은 호세 무뇨스 사장 등 미국통을 내세워 정부의 협상을 적극 지원했다. 아울러 지난 30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워싱턴으로 이동해 막판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 일본·EU 대비 이점 사라져…현지 경쟁력 확보가 관건

다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관세 협상을 타결한 일본·EU은 이전부터 수출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었지만, 한국 차는 한미무역협정(FTA)로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었다. 이에 주요 경쟁국와 관세 수준을 맞추기 위해 12.5%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러한 부분은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자동차 품목 관세를 일본·EU(유럽연합)와 동일한 12.5%로 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15%에 만족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결국 현지 생산 확대 및 부품 조달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국 시장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 실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현대차·기아는 기존 '패스트 팔로워' 전략에 따라 사업 효율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2분기 실적 컨콜에서 "가격 조정을 주도해 나가기보다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어떤 면이 고객 가치에 부합하는지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재료비와 가공비 절감, 부품 소싱 변경 등 생산 효율화를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200여개 부품사로부터 견적서를 받았고, 이를 품질·고객 안전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 생산·제조·구매 부분에서 다각도로 점검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