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번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이어, 높은 관세를 적용받는 중국산 배터리 대비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는 최근 북미에서 각광받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확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3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국 등 주요 교역국과 진행한 무역 협상 결과를 반영해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조정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한국의 상호관세율이 15%로 설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대표 배터리 3사의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미국·유럽은 국내 업체들의 주요 수출국으로, 특히 미국의 경우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거부감이 낮은 유럽보다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업계는 미국 ESS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미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고도화, AI·데이터센터 증가 등의 영향으로 ESS 분야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 말 미국에서 약 6조원 규모의 역대급 리튬인산철(LFP) 계약 수주를 따낸 바 있다. 계약 상대 등 상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서 ESS용 LFP 양산 체계를 구축한 만큼 ESS용 LFP를 공급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와 이번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실적 컨콜에서 LFP 배터리 수급과 관련해 중국이 아닌 미국 내 기업으로 공급처를 찾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월부터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LFP 기반 ESS 양산체제를 운영 중이다.

미국 조지아주의 SK배터리아메키라(SKBA) 공장 전경. (사진=SK온)

SK온 또한 조지아주에 SK배터리아메리카(SKBA)를 가동하는 한편, 켄터키·테네시주에 포드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특히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이 본격화됨에 따라 가동률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SK온은 지난 31일 2분기 실적 컨콜에서 "현재 미국 공장의 모든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며 "미국 현지 고객 수요는 1분기 대비 증가했고, 판매량도 17% 수준으로 대폭 늘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포드사와 건설 중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 1공장 역시 올해 하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을 두고 있다. 다만 3사 중 현지 생산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만큼, 공장 라인 일부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용으로 전환해 가동률을 회복할 계획이다. ESS 배터리를 북미 현지에서 생산한 뒤, 세액공제까지 받아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적대적 정책 기조·주요 소재 관세 부과는 '변수'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에 적대적인 정책 기조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미국에서 시행한 대규모 감세법안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서는 오는 9월부터 전기차 세제 혜택을 전면 폐지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해당 법안의 영향으로 미국 내 전기차 제조사(현대차 포함)의 판매량이 최대 37%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총 판매량(12만대)을 기준으로 보면 최대 4만5000대의 수요가 감소하는 셈이다. 이는 매출로는 19억5508만달러(약 2조7000억원)에 달한다. 동시에 국내배터리 업계에도 전기차 수익성 악화의 여파가 닿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또한 배터리 셀 등 제품을 만드는 핵심 소재들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들 소재는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오는 만큼 관세 영향이 제조 원가에 곧바로 반영되는 구조다. 최종 제품에 대한 관세는 부과되지 않더라도, 이로 인한 간접적인 부담은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