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기(사진=CGV아트하우스)
[뷰어스=남우정 기자] 놀라웠다. 진짜 19살이 맞나. 무심결에 나오는 말 한마디 한 마디에서 세상을 통달한 어른을 만난 기분이다. 수능을 앞두고 만났던 김향기는 이미 수시 합격 소식을 접했고 수능은 응시하지 않는다고 밝혔었다. 혹시나 자신 때문에 다른 수험생이 불편할 수도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일에 있어서도 아역배우에서 성인연기자로 넘어가면서 겪는 고민과 연기를 임하는 자세까지 성숙했다.
“슬럼프는 아직 안온 것 같아요(웃음) 물론 연기를 계속 할 거라서 ‘그럴 때가 오겠지’라는 생각은 해요. 일단은 현재로서는 연기가 나에게 너무 소중한 부분이에요. 행복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잖아요. 어떤 큰 어려움이 올지는 모르겠으나 이겨내고 싶을 만큼 소중해요. 그런 순간이 온다면 잘 이겨낼 수 있을만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2006년 영화 ‘마음이’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김향기는 어느덧 13년차 배우가 됐다. ‘늑대소년’ ‘우아한 거짓말’ ‘눈길’ 등 다양한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지난해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배우에 등극까지 했다. 그리고 이제 20살, 아역배우에서 성인배우가 된다. 많은 아역 배우들이 해왔던 고민을 김향기도 했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자연스럽게’였다.
“성인이 되면 역할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1년 사이에 큰 변화를 주는 건 물리적으로 힘들 것 같아요. 대중들과 작품을 전해주는 분들이 누구보다 날 잘 알고 있잖아요. 성인이 된다고 다른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진 않아요. 확 달라질 거라는 기대는 없어요. 아마 빠른 변화는 대중들이 눈치 챌 거고 맞지 않는 옷을 입는다고 볼거예요. 지금까지도 기회가 많았다고 생각해요. 성인이 되어도 교복을 입을 수 있잖아요. 어느 순간이 되면 그런 역을 안 주겠지만(웃음)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어요”
워낙 작품에서 선하고 밝은 역할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선택에 제약이 올 수도 있지만 김향기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작품 ‘영주’가 그 중심에 있다. 김향기는 ‘영주’에서 부모를 잃고 동생과 살아가는 소녀가장 영주를 맡았다. 자신의 부모를 죽게 만든 가해자를 만나면서 혼란을 겪는 영주는 김향기였기 때문에 완성됐다. 그는 ‘영주’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줌과 동시에 성장했다.
“영주’를 찍으면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 다른 톤을 보여줄 수 있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시기에 개봉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의미가 있어요. 사실 ‘김향기는 아는데 거기도 나왔어?’라는 말을 많이 듣거든요. ‘여왕의 교실’에 나왔던 애가 나인지 몰랐다는 말도 들었어요. 이미 대중들이 다양한 모습을 봐줬다고 생각해요. 당연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거기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진 않아요. 현재 장르적으로도 다양해지고 있잖아요.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김향기가 처음으로 내놓는 타이틀롤 작품이기도 하다. 부담이 안 될 수 없는 자리다.
“처음에 작품 들어갔을 땐 부담이라는 생각을 못 했어요. 어느 작품에 들어가도 떨고 긴장하고 예민해지거든요. 근데 부산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긴장해서 식은땀까지 나더라고요. 그 때 느꼈어요. 이게 부담이구나(웃음)”
김향기는 영주가 갖는 외로움과 불안감을 온전히 표현했다. 그간 선한 이미지는 뒤로 숨겼다. 그 얼굴이 낯설지만 어색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김향기가 가지고 있던 한 면을 외면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김향기와 영주는 19살 동갑이다. 김향기는 있는 그 자체로 영주를 이해했다.
“영주의 겉모습을 봤을 때 행동이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어 보이잖아요.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영주는 ‘어른아이’라는 표현 그대로 어른과 아이의 중간 부분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냥 철이 든 아이보단 오히려 스스로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어려움을 겪는 아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가 본인을 바라볼 수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영주’의 마지막 장면, 영주는 다리 위에서 엄마를 부르며 오열한다. 그리고 눈물을 닦고 다리 위를 걸어 나간다. 관객들에게 영주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줬다. 김향기도 영주의 이후 삶을 떠올리며 응원을 보냈다.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죠. 마지막에 ‘엄마’를 부르면서 울고 자기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데 진짜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고통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것보다 아픈 부분과 슬픈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고 느끼면서 오히려 단단해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이 성장했을 것 같고 잘 살아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