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도청 앞 거리에 걸린 정부의 전남권 차세대 전력망 혁신기지 조성 방침을 환영하는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세부계획을 내놨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페이지는 길어졌지만 구체적 실행 방안은 빠졌고,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기후테크 역시 재원·조직·거버넌스의 빈틈을 메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세부계획에서 ‘기후테크(Climate Tech)’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AI·데이터·수소경제·에너지저장장치(ESS)를 앞세워 기후위기 대응과 신산업 창출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 시범사업 수준의 지원…실행 수단 ‘흔적만’

계획에는 ▲AI 기반 전력 수요관리 ▲가상발전소(VPP) 활성화 ▲청정수소 생태계 구축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 ▲히트펌프 산업 육성 등이 담겼다. 정부는 이를 통해 산업 입지와 지역 성장지도를 재편하고, 재생에너지 인근에 첨단산업을 유치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러나 세부과제는 나열식에 그쳤다는 비판이 우세하다. ESS는 화재 안전성 논란이 여전하고, 수소경제는 충전 인프라가 미비하다. 데이터 활용은 규제 벽에 막혀 있고, 지역별 전기요금제는 산업계 반발이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재원이다. 총 210조원 규모의 국정과제 예산 중 기후·에너지 분야 배정액은 7조 원에 불과하다. AI(25조원), 산업르네상스(22조원)와 비교해도 비중이 현저히 낮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약 500조원 이상을 쓰는 미국이나, ‘그린딜 산업계획’으로 수백조원을 집행하는 EU와 비교하면 한국은 사실상 부처별 시범사업 수준에 불과하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계획 無…책임 떠넘기기 가능성 커져

예산 부족과 더불어 제도적 기반도 취약하다. 대선 공약이었던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이번 세부계획에서 빠졌다. 그 결과 산업부, 환경부, 국토부, 과기정통부 등으로 과제가 분산되면서 칸막이식 정책 추진이 불가피하다. 현재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 자리가 두 달째 공석이고, 전력거래소·에너지공단 등 주요 에너지 공공기관장 인사도 지연된 상태다. 조직이 없는 상황에서 범정부 추진체계를 내세우는 건 책임 떠넘기기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화려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예산·제도·조직이라는 실행 3박자가 모두 취약한 상황에서 정권마다 반복된 ‘신성장동력’ 구호가 이번에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 없이는 이번 계획 역시 ‘비전은 있으나 실행은 없는’ 정치적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