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개포우성7차 단지에 제안한 루프탑 정원 '더 파크 가든'.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치열한 경합은 결국 이주비(이주자금) 제안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삼성물산은 개포우성7차와 삼호가든5차를 같은 날 확보하면서 1조원에 육박하는 수주고를 기록했다. 비결은 6·27 규제 속 추가 이주비와 공사기간 단축 등 비용을 아낀 덕분이다. 여기에 브랜드 신뢰도까지 더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이 까다롭기 소문난 강남 재건축 시장을 주도하면서 성수·압구정·여의도·목동 재건축 수주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 표결 가른 비결 '이주비'…6·27 대출 규제 부담 해소
25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지난 23일 개포우성7차 재건축조합 총회에서 삼성물산이 403표(54.3%)를 얻어 대우건설(335표, 45.0%)을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사업비는 6757억원, 지하 4층~지상 35층 10개 동, 1112가구 규모다. 삼성물산은 같은 날 2개 동 306가구의 반포 삼호가든5차도 수의계약을 체결해 2369억원을 수주했다. 이로써 단 하루만에 1조원에 육박하는 9126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주택 정비사업 누적 7조828억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6·27 대출 규제 이후 기본 이주비는 감정가의 50%라 해도 한도 6억원으로 제한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우성7차의 가구당 감정평가액은 최소 18억원 수준. 규제 이전 9억원까지 가능했던 기본 이주비가 6억원으로 줄어든 것. 이에 시공사 신용 기반의 ‘추가 이주비’가 평가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 셈이다.
대우건설은 LTV 50%, 삼성물산은 LTV 100%(+α)를 제안했다. 동일 가정(평가액 18억원) 시 대우안은 기본 6억원에 추가 9억원으로 총 15억원이다. 반면 삼성안은 기본 6억원에 추가 18억원으로 총 24억원으로, 가용자금 총액이 크게 벌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 강남권은 이주와 임시거주, 생활자금 수요가 크기 때문에 추가 이주비의 규모가 표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개포우성7차 재개발 제안 래미안 루미원 야경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 시간도 비용…공사기간 43개월과 인허가 리스크 관리
여기에 공사기간 단축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공사기간 43개월을 제시해 경쟁사 47개월보다 4개월 단축했다.
재건축에서는 이주비 이자와 임시거주 비용, 자재 및 노무 단가 변동이 기간에 비례해 누적된다. 삼성물산은 정비계획과 서울시 심의 기준을 선충족하는 대안 설계와 착공 전 공정 시뮬레이션으로 비효율을 줄였다. 심의 쟁점인 스카이브릿지 배제 등으로 인허가 지연 위험을 낮췄다. 이처럼 공기 단축과 리스크 관리가 결합하며 조합의 총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노렸다.
금융 패키지도 결이 달랐다는 평가다. 대우건설은 필수사업비 조달금리를 CD금리 이상으로 제한해 금리 상단 관리의 합리성을 내세웠다. 삼성물산은 확정금리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업계 유일 AA+ 신용도로 사업비 전액 최저금리 책임 조달, 분담금 4년 유예, 환급금 30일 내 100% 지급, 착공 전 물가상승분 최대 100억원 자체 부담 등을 묶어서 제시했다. 이를 통해 현금흐름 안정성을 강조했다.
■ 강남 잡고 성수·여의도 등 노려…안전 관리비 등 공사비 변동은 변수
반도체 등 하이테크 건설 둔화를 겪고 있는 삼성물산은 올해 초부터 정비사업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했다. 연간 목표를 5조원으로 상향하고 올 상반기 한남4구역·신반포4차·장위8구역·송파 대림가락·한양3차 등 굵직한 사업을 연속적으로 확보했다.
이번 강남·서초 동시 수주로 누적 7조원대에 진입하면서 성수·압구정·여의도·목동 등 핵심 대형 사업에서도 선호도 우위가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물산이 펼친 추가이주비·공기단축·인허가 리스크 관리 전략이 6·27 대출 규제 이후 먹히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부담은 있다. 속도를 제시한 만큼 실제 인허가 일정과 공정관리에서 지연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대재해 문제 등 안전이 중시되는 때에 안전관리비 등 공사비 변동 리스크도 여전히 있다. '착공 전 물가상승분 최대 100억원 자체 부담'을 내세웠지만, 착공 전 구간에 한정되므로 착공 후 원가관리와 분양가, 수요 관리도 중요할 전망이다.
삼성물산 김상국 주택개발사업부장(부사장)은 "개포우성7차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차별적 제안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라며 "조합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약속한대로 개포 일대 최고의 아파트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