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한 가전업체가 광고에 사용했던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전에 경영자와 임직원은 수 많은 고민과 검토, 논의를 거듭한다. 그렇게 결행한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은 10년 후 기업을 바꿔놓는다. Viewer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지난 10년 전 내렸던 판단이 현재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아울러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지스타 2024 현장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누는 넷마블·코웨이 방준혁 의장. (사진=넷마블)

2015년 1월, 국내 게임업계의 양대산맥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약 1개월간 국내 게임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 사건은 넷마블이 ‘백기사’로 등장하면서 사실상 마무리가 지어졌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는 경영권을 지켜냈다.

그해 2월 17일, 넷마블 방준혁 의장은 김택진 대표와 기자회견을 열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공동 사업 및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하지만 언론의 시선은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갈 무렵, 방준혁 의장은 이런 분위기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마이크를 고쳐잡은 그는 “지금의 넷마블은 과거의 넷마블이 아니다”며 “경영권 이슈에 활용되기 위해 지분을 투자한다거나 이런 제휴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 넷마블, 모바일 시장 선점하며 ‘매출 1조’ 시대 시작

2015년은 넷마블에게 잊을 수 없는 한해로 기록됐다. ‘세븐나이츠’, ‘레이븐’, ‘마블 퓨처파이트’ 등 모바일 게임들의 연타석 흥행에 힘입어 창사 이래 첫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방준혁 의장이 자본금 1억, 직원 8명으로 회사를 차린 지 15년 만의 일이었다.

지난 2006년 건강 악화를 이유로 경영에서 물러난 방준혁 의장은 5년 후인 2011년 다시 복귀했다. 당시 넷마블은 궁지에 몰려있는 상태였다. 방준혁 의장이 부재했던 5년간 19개의 개발작 중 11개가 흥행에 실패했고, 그중 8개의 게임은 출시조차 하지 못한 채로 개발이 좌초됐다. 당연히 회사는 적자 상태였다. 연간 매출은 2000억원에 불과했다.

돌아온 방준혁 의장은 ‘모바일 게임’을 새 성장 동력으로 점찍었다. 그리고 2016년엔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계획을 전 직원에게 공언했다. 당시만 해도 업계에선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그렇게 높게 보지 않았으며, 개발자들조차 모바일 게임 개발을 기피하던 시절이었다. “넷마블이 모바일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관련 조직도 확대했다.

하지만 방준혁 의장의 전략은 적중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며 모바일 게임 시장이 만개하자, 타사보다 한발 먼저 움직인 넷마블은 이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2012년 ‘다함께 차차차’를 시작으로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가 연달아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2015년에는 ‘세븐나이츠’, ‘레이븐’, ‘마블 퓨처파이트’ 등이 연속으로 흥행하며 사상 첫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방준혁 매직’의 시작이었다.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 전략에 방점을 찍은 건 2016년 12월 출시한 초대형 모바일 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이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은 출시 1개월 만에 2060억원의 매출고를 올렸으며, 이에 힘입어 넷마블은 2017년 연 매출 2조 4248억원을 기록하면서 국내 게임 업계 1위 자리에 등극했다. 그리고 당해 코스피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