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한 가전업체가 광고에 사용했던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전에 경영자와 임직원은 수 많은 고민과 검토, 논의를 거듭한다. 그렇게 결행한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은 10년 후 기업을 바꿔놓는다. Viewer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지난 10년 전 내렸던 판단이 현재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아울러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한화 건설부문 김승모 대표. (사진=한화 건설부문)


10년 전, 한화건설은 여전히 시공 중심의 전통적 건설사였다. 하지만 오늘날 (주)한화 건설부문은 도시와 산업의 미래를 기획·개발·운영하는 ‘디벨로퍼형 건설사’로 변모하고 있다.

김승모 대표가 이끈 전략적 전환은 복합개발, 데이터센터, 아레나, 환경 인프라 등 미래 산업을 포괄하는 포트폴리오로 구체화됐고, 이제는 도시 그 자체를 설계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벨로퍼를 넘어 도시 플랫폼 기업으로’ 향하는 한화의 다음 10년이 기대된다.

■ 10년 전환의 출발점, ‘한화건설’에서 ‘디벨로퍼 한화’로

2010년대 초중반, 한화건설은 주택시장 침체와 수익 구조 한계 속에서 사업 다각화가 절실했다. 이에 따라 2018년 한화그룹은 한화건설을 (주)한화 건설부문으로 편입하고 정체성 재정립에 나섰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기존 단순 시공 중심의 조직을 벗어나 도시 공간의 기획과 운영까지 아우르는 복합개발 전문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했다.

당시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는 ‘디벨로퍼형 기업’으로의 진화가 가속화되고 있었다. (주)한화 건설부문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모델로 전환했다. 도시 단위의 공간 재편, 수익 다변화, 지역 특화 개발이라는 3대 축을 전략의 중심에 놓았다.

무엇보다 건설업계 최대 화두가 생존일 정도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 만큼 현금흐름을 경영의 중심에 두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한 내실경영에 집중해온 점도 눈에 띈다.

㈜한화 건설부문 김승모 대표이사(오른쪽 두번째)와 주요 내빈들이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착공식 기념 시삽식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건설부문)


■ 서울역부터 잠실까지…복합개발 ‘대표 기업’으로 도약

전략 전환 이후 (주)한화 건설부문은 초대형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디벨로퍼로서 입지를 강화했다. 대표 사례로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인스파이어 리조트, 수서역 환승센터,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개발이 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은 도심 한복판 유휴 철도 부지를 스마트 복합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재생 프로젝트다. 전시·컨벤션, 오피스, 호텔, 상업시설 등이 집약되며, 서울 도심에 새로운 복합문화 중심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공연장, 호텔, 워터파크, 카지노가 집약된 초대형 문화·관광 시설이다. 2023년 말 부분 임시 개장을 시작했으며, 2024년 3월 정식 개장을 통해 한화의 관광·엔터 개발 역량을 집약했다. 이곳은 약 2조원 규모의 동북아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허브로서 ㈜한화 건설부문의 복합개발 마스터피스로 꼽히고 있다.

수서역 환승센터 개발은 서울 동남권의 복합 교통 거점으로서 SRT, GTX-A, 지하철 3개 노선을 연결하는 환승 허브로 구축된다. 여기에 백화점, 호텔, 업무시설, 오피스텔 등이 어우러진 도시 복합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단순 교통 연결을 넘어서, 주거와 상업, 문화 기능이 결합된 미래형 도시 플랫폼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잠실 스포츠·MICE 복합단지는 기존 종합운동장 일대를 전시·스포츠·문화·상업 기능이 결합된 ‘도시형 융합지구’로 재편하는 프로젝트다. 야구장을 포함한 스포츠 인프라 외에도 컨벤션 센터, 호텔, 문화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며, 서울 동남권의 새로운 비즈니스 중심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이러한 사업은 기획·개발·시공·운영을 통합한 전형적인 디벨로퍼 모델로 전환하는 것으로 단순 시공사가 아닌 ‘도시를 설계하는 기업’으로서의 한화 위상을 높이고 있다.

약 2조원 규모의 동북아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허브로서 ㈜한화 건설부문의 복합개발 마스터피스로 꼽히는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리조트. 이곳은 공연장, 호텔, 워터파크, 카지노가 집약된 초대형 문화·관광 시설이다. (사진=한화 건설부문)


■ 전략적 전환과 통합 도시 가치 실현

전환의 중심에는 김승모 대표의 리더십이 있었다. 한화그룹 전략·재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A+급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고위험을 배제하고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대규모 복합사업의 연이은 수주는 이러한 전략의 결과이며 디벨로퍼로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한 상징적 성과다.

김 대표는 복합개발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환경, 아레나 등 미래 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확대에 힘을 실었고, 디지털 전환과 ESG 경영을 그룹 전략과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구체적으로 (주)한화 건설부문은 2004년 KT 강남 IDC를 시작으로 신한금융, 카카오, 삼성SDS 등과 협업하며 11개의 데이터센터를 준공했고, 현재도 2개소 공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창원 IDC 클러스터는 하이퍼스케일급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로, 개발 참여형 디벨로퍼 모델의 실현 사례다.

아레나 부문에서는 필리핀 아레나, 인스파이어 아레나, 서울아레나 등 국내외 공연장 건설 실적을 확보했고, K-콘텐츠 산업과 연계한 도시 재생 모델로 확장하고 있다.

환경 부문에서는 평택 통복하수처리시설을 비롯해 대전, 천안 등 대규모 공공 민자사업을 수행 중이며 바이오가스 활용 수소생산, 청정수소 기술 협력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AI 관제, 디지털 트윈, 친환경 신기술 공법(PRO-MBR) 등을 접목한 스마트 환경 인프라 구축도 가시화되고 있다.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 ‘한화 포레나’는 2019년 론칭 이후 80여개 단지를 공급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해 기준 부동산R114 베스트 브랜드 TOP7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전국 6개 단지에서 공동시공을 포함해 약 8000가구 분양을 예고하고 있다. 정비사업 중심으로 5400세대 공급도 예정돼 있다.

ESG 경영에서도 주목된다. MSCI ESG 등급 ‘AA’(산업군 내 최상위권)를 획득했다. K-RE100(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달성) 가입 등으로 외부 평가를 받고 있다. H-HIMS(고위험 통합관제시스템)과 근로자 안전 앱, AI 기반 스마트 시공관리 등 디지털 기반 안전시스템을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국 128개 현장을 실시간 연동하며 중대재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세계불꽃축제, 포레나 도서관, 자립준비청년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갤러리아 포레. 최고급 주거공간이자 랜드마크 건축물로, ㈜한화 건설부문의 주거 마스터피스다. 116만m2(35만평)의 대형 생태공원 서울숲이 정원처럼 이어지고 한강을 남향으로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입지 환경을 갖춰 글로벌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와 비교된다. (사진=한화 건설부문)


■ 다음 10년, 도시 플랫폼 기업으로

지금까지의 10년이 디벨로퍼로의 전환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도시 자체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확장이 목표다.

김승모 대표는 최근 “한화는 건물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의 생태계와 삶의 방식을 통합 설계하는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기술과 ESG, 디지털을 핵심 축으로 도시의 미래를 리드하겠다”고 강조했다.

도시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은 단순한 개발을 넘어 도시 기능을 통합 설계·운영하는 데 방점을 둔다. 스마트시티 기술과 탄소중립 인프라, 디지털트윈 기반 도시관리 솔루션 등 차세대 기술을 앞세운 전략이 동반된다. (주)한화 건설부문은 공간을 넘어서 삶의 질과 도시의 방향성을 설계하는 ‘도시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