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사진=HD현대)
■ “기밀 유출 기업에 수의계약?” vs “과거의 불법과 현재 고용은 다르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정부의 추진 방식이 흔들리면서 조선·방산업계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사실상 ‘최종 결승전’을 치르는 구조에서 최근 대통령 발언이 특정 기업의 과거 보안 문제를 다시 소환하며 판세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통령 발언 직후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11일 소식지를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과거 불법과 오늘의 노동자 생존권이 뒤엉킨 채 정책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특정 기업에만 유리하게 기울어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한 “기밀 유출 사건은 이미 사법적 절차가 끝난 사안이며 현장 노동자들은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기술력을 지켜가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고용불안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KDDX는 총 6척 규모의 대형 구축함 사업으로 2030년대 이후 해군 전력의 핵심 축이 되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7~8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설계 주도권을 확보하는 회사가 장기적 생산 경쟁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두 회사 모두 사활을 걸고 있다.
■ HD현대중공업 vs 한화오션…KDDX 둘러싼 ‘보이지 않는 전선’
HD현대중공업은 전통적 기술 기반을 갖고 있다. KDX-III Batch-I 등 다수의 해군 주력함을 건조해온 경험, 선행 연구 참여 이력 등은 분명한 강점이다. 그러나 그 기술의 그림자 뒤에는 ‘기밀 유출’이라는 상처가 남아 있다.
한화오션은 조용하고 꾸준하게 ‘보안 무결점 기업’의 이미지를 쌓아왔다. 특히 한화그룹 편입 이후 방산 계열사들과의 통합 개발 체계는 ‘보안·전투체계·스텔스’라는 KDDX의 핵심 키워드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오는 22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설계 세 가지 방식 중 하나가 확정될 예정이다. 수의계약은 기존에 대형 프로젝트처럼 한 업체만 선정하는 것으로 이지스함 등 수행 경험이 있는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보안 문제 언급이 변수다.
■ 방사청, 22일 3개 방식 중 결정…‘수의계약·경쟁입찰·공동설계’
경쟁입찰은 두 기업의 보안·설계 능력을 정면 비교하게 되는데 한화오션이 상대적으로 안정적 평가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공동설계는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절충안이지만 기술 책임·분업 구조 설정이 복잡하다. 조선업계는 “사업 지연으로 산업계 전체만 혼란스러울 것"이라 우려한다. 결정 방식에 따라 조선소별 생산 물량·고용·지역경제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만큼 노조의 목소리가 한층 거세지는 배경이다.
KDDX는 단일 함정 사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해군 전력, 조선산업 생태계, 방산 수출 경쟁력까지 걸려 있어 정부의 최종 판단이 향후 10년 한국 함정산업의 방향을 사실상 결정짓는 셈이다. 22일 방추위에서 내려질 한 장의 결론은 기술보다 더 큰 무게를 지닌 ‘정책 신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