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서브컬처 축제 'AGF 2025'에 몰린 인파. (사진=김태현 기자)

내년도 서브컬처 시장에서 게임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이제는 서브컬처가 주류로 자리잡았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3N(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을 비롯한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시프트업 등 다수의 국내 게임사들이 서브컬처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서브컬처는 일본 애니메이션풍 그래픽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이용자와 캐릭터 간 교감을 특징으로 삼은 장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 인텔렉트에 따르면 글로벌 서브컬처 시장은 지난 2023년 209억달러(약 30조8066억원)에서 오는 2031년 485억달러(약 71조489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서브컬처 팬덤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충성도다. 이 중 서브컬처 게임은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 게임 속 캐릭터와 교감하는 경험을 적극 내세운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높은 몰입도를 통해 대형 팬덤이 형성되고, 각 작품들이 게임사들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거듭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 시프트업 '승리의: 니케' 등이 대표 흥행 사례로 꼽힌다. 센서타워 집계 기준 '블루 아카이브'는 서비스 4주년을 맞은 지난 2월 글로벌 누적 매출 6억5000만달러(약 9568억원)을 기록했다. '니케' 역시 지난 1월까지 글로벌 누적 매출 10억달러(약 1조4721억원)를 돌파했다.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대표 이미지. (사진=엔씨소ㅡ트)

이에 국내 게임사들도 앞다투어 서브컬처 신작을 준비 중이다.

먼저 엔씨소프트는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로 본격적인 서브컬처 시장 진출에 나선다. '브레이커스'는 빅게임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엔씨가 퍼블리싱하는 작품으로 오는 2026년 상반기 글로벌 출시가 목표다. 현재 니코니코 초회의, 도쿄게임쇼, 파리 게임 위크, AGF 등 주요 게임쇼에 참가하며 사전 인지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넥슨은 자회사 넥슨게임즈를 중심으로 차기 서브컬처 신작 '프로젝트 RX'를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서브컬쳐 게임 개발을 총괄하는 IO본부를 신설, '블루 아카이브'를 만든 김용하 PD 사단을 중심으로 신규 IP를 선보인다는 목표다.

넷마블은 '몬길: 스타 다이브'로 서브컬처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몬길: 스타 다이브'는 지난 2013년 출시된 모바일 수집형 RPG '몬스터 길들이기'의 정식 후속작으로 몬스터를 포획·수집·합성하는 요소로 차별화를 꾀했다.

크래프톤도 올해부터 서브컬처 모바일 수집형 RPG '프로젝트 AA' 개발에 착수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 게임은 유쾌하고 가벼운 스타일을 지향하며, 개발을 맡은 프로젝트팀 '아테나 디비전'을 분사해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 프로젝트를 넘어 서브컬처 장르를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 대표 이미지. (사진=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는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로 '에픽세븐'에 이은 서브컬처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 컨트롤나인이 개발 중인 수집형 RPG '미래시'는 소녀들과 함께 시공간을 넘나들며 멸망의 위기에 처한 시대를 구원한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최근 AGF에서 진행된 시연에서는 실시간 턴제 전투 및 타임 트립을 활용한 이색적인 시스템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시프트업은 지난 11월 26일 텐센트와 신작 '프로젝트 스피릿'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프로젝트 스피릿'은 서브컬처 장르의 PC·콘솔·모바일 크로스 플랫폼 게임으로 텐센트 계열사와 함께 공동 개발 중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차별화 전략이 각 작품들의 흥행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브컬처 게임은 높은 충성도만큼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는 이용자의 비율이 적은 만큼, 기존 인기작들을 넘어설 색다른 재미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 시장의 흥행은 이제 매력적인 비주얼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스토리, 캐릭터, 전투 등 차별화된 팬덤 형성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