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예비 안내견들 모습. (사진=삼성화재)
"삼성이 처음 개를 기른다고 했을 때 일각에선 사람도 못 먹고 사는 판에 개가 다 무어냐. 차라리 직접 가난한 사람들이나 복지 단체에 기부나 하라는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멀리 내다 보고 시작한 안내견사업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 복지 마인드를 한 단계 높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어느덧 32주년을 맞았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념에서 시작된 안내견 사업은 오랜 세월 시각장애인 곁을 지키며 자립을 도왔다. 사회 곳곳에 배려와 포용의 가치도 전파하는 역할도 했다. 이날 기념식에선 안내견들의 새로운 출발과 은퇴를 축하하는 분양식과 은퇴식이 함께 열렸다.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을 비롯해 여러 국회의원과 자원봉사자들도 참석해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삼성화재 안내인학교 개교 32주년 기념식 기념 촬영. (사진=삼성화재)
삼성화재는 26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개교 32주년 기념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시각장애인의 독립적 생활을 돕는 안내견 사업의 성과를 돌아보고,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한 동행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념식에는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 가족, 안내견학교 훈련사 등 안내견의 전 생애를 함께해 온 이들이 참석했다.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 등 주요 인사들도 함께했다.
(왼쪽 부터) 김소현 해마루 반려동물의료재단 이사장,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이수성 장애인 먼저 실천운동본부 이사장,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장. (사진=삼성화재)
■ "작은 시작으로 사회 전체 변화"…이건희 회장의 혜안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3년 6월 7일 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직후 설립된 세계 유일의 기업 운영 안내견학교다. 설립 이후 매년 15두내외의 안내견을 양성 후 분양해 현재까지 총 308두의 안내견을 배출했다. 이 중 85두의 안내견이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함께 활동 중이다. 이 밖에 시각장애 체험 행사, 인식 개선 교육 등 사회적 변화를 위한 활동도 병행해왔다.
당시 이 회장은 먼 미래를 바라보고 안내견 사업을 직접 추진했다. 그는 생전에 “비록 시작은 작고 보잘것 없지만 이런 노력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감으로써 우리 사회의 의식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보자"고 말했었다. 또한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인을 배려하고, 같은 일원으로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이건희 회장은 이러한 공로로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 공로상을 수상했으며, 안내견 학교는 2024년 대한적십자사 '적십자 인도장 금장'도 받았다.
故 이건희 삼성 회장과 리트리버 모습. (사진=삼성화재)
■ 모두가 함께 만든 안내견 문화
안내견학교에선 안내견 양성을 위해 건강하고 적합한 성품을 지닌 부모견들부터 선발한다. 강아지가 태어나면 부모견들과 함께 8주간 안내견 학교에서 관리한다. 이후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일반 과정에서 맡겨지는 ‘퍼피워킹’, 최대 22개월 동안 통과율 35% 안팎의 안내 훈련 과정을 거쳐 시각 장애인 파트너와 매칭된다. 파트너와 함께 7~8년 동안 활동하고 은퇴 뒤 자원봉사 과정에 위탁된다.
삼성화재 안내견 모습. (사진=삼성화재)
탄생부터 은퇴하기까지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삼성화재는 정부·국회·지자체·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안내견 사업을 지속해왔다. 지금까지 퍼피워킹, 은퇴견 홈케어, 부모견 돌봄 등 다양한 형태의 자원봉사에 누적 2800여 가구가 참여했다. 정부와 국회는 안내견 동반 장애인의 대중교통 및 공공장소 출입을 보장하도록 법을 개정했으며, 이 덕분에 올해 4월부터는 무균실·수술실·식품 보관구역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안내견 출입이 가능해졌다.
삼성화재 안내견이 앉아있는 모습. (사진=삼성화재)
■ 김예지 의원 "안내견, 32년동안 가족이자 든든한 친구"
이날 기념식에선 안내견 분양식과 은퇴식도 열렸다. 이날 안내견 8두가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새롭게 인연을 맺었으며 5두의 은퇴견은 홈케어 봉사자 가족과 함께 노후를 보내게 된다. 특히 안내견 ‘태백’은 김예지 의원의 네 번째 안내견으로 활동을 시작해 주목받았다.
내외빈들도 안내견학교의 성과에 대해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시각장애인 파트너이기도 한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은 “안내견은 32년 동안 파트너의 눈이자 가족, 그리고 든든한 친구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장애인 보조견 양성과 인식개선을 위해 힘써준 안내견학교 및 자원봉사 가정과 훈련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인식개선과 함께 제도적 지원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은 “오늘의 성과는 자원봉사자와 정부, 사회 각계가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시각장애인의 독립적 삶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내견학교 개교 기념식에서 축사하는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 모습. (사진=삼성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