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개포동 '개포우성6차' 재건축이 30여년 넘게 이어진 상가 갈등을 정리하며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강남권 재건축의 마지막 대어로 꼽히는 만큼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현장설명회에 참여하며 수주 경쟁이 본격화됐다. 상권·주거 갈등을 법원 조정으로 정리하고 사업 속도를 높인 이번 사례는 강남권 소규모 재건축 시장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개포우성6차 (사진=네이버지도 갈무리)
■ 상가 소유주와 갈등, 법원 중재로 재가동
1987년 준공된 개포우성6차는 총 8개동, 270가구(지상 5층)로 이뤄진 저층 단지다. 오래전부터 재건축 목소리가 꾸준했지만 조합 설립 후 최대 난제였던 상가 분양 및 보상 문제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어왔다.
상가 소유주들은 권리가액과 분양자격, 상가와 아파트 간 진출입로 분쟁 등 실익 배분을 둘러싸고 조합과 오랜 기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아파트만 우선 추진이라는 조합안이 등장하기도 했다.
전환점은 올해 10월 법원의 중재로 마련된 강제조정안이었다. 상가조합원에게는 권리가액 1.75배, 정관상 분양 비율 0.1 적용, 진출입로 확보 등이 제도권 절충안으로 제시됐다. 이 안은 조합원 총회에서 97% 넘는 찬성률로 통과돼 해묵은 갈등이 전격 해소됐다. 이에 따라 미뤄졌던 사업 의사 결정 구조도 일사천리로 정비됐다.
■ 시공사 경쟁 본격화…대우·GS·포스코·HDC현산 등 대거 현설 참석
조합은 11월 중순 현장설명회를 열어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제일건설 등 5개 대형 건설사의 참석을 이끌어냈다. 다만 삼성물산의 경우 이번 현설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검토는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은 내년 1월19일까지 입찰 참여사를 확정하고 최종 총회는 3월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재건축은 지하4층~지상25층, 417가구(임대 22가구) 신축, 대지면적 2만831㎡, 용적률 249.9%, 예상 공사비 2154억원, 3.3㎡당 920만원, 근린생활·문화공원 인프라 신설 등, 고밀도 중형단지로의 대전환이라는 시장 평가를 받는다.
특히 정비사업 빅5 가운데 4곳이 실질적으로 뛰어든 이번 입찰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강남권 정비사업의 마지막 본류 단지라는 점과 소규모라 해도 상징적 포트폴리오 확장 기회, 재건축·리모델링 실적을 쌓으려는 대형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렸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대형사 입장에서는 브랜드 파워와 시장 지위, 강남권 본거지 구축이라는 명분이 중요할 것 같다"며 "후속인 수서, 도곡, 일원 등 정비사업에 영향력과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사업성보다 정비시장 현장 장악이 우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강남권 정비시장 재가동…대형사 수주 경쟁·정부 공급 기조 맞물려
포스코이앤씨와 GS건설이 강남~성수~여의도권 정비사업에서 일감을 적극 확보하고 있다. 대우건설도 송파 잠실 미성·크로바 등 강남 핵심지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들며 정비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압구정·반포 등 과거 강남권 재건축 실적을 앞세워 수주 저변을 넓히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제일건설은 신규 정비사업 참여를 통해 시장 저변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강남구 내 재건축 사업장은 올해 전후로 이미 다수 착공·일부 준공에 들어갔다. 개포주공 1·4·7단지, 대치삼성, 도곡현대, 일원 현대 등 주요 단지 대부분이 사업권·인허가를 마친 가운데 마지막 남은 우성6차가 정비시장 대미를 장식하는 격이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도 강남권·수도권 공급방안으로 공공 및 정비사업, 분양가 상한제 유지, 고품질 도시환경 재생 등 후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개포우성6차는 내년 입찰 마감과 시공사 선정, 향후 3~5년 설계·인허가·시공·입주에 돌입한다. 입찰 참여사가 1곳일 경우 수의계약 전환과 경쟁 다수시 본입찰 프레젠테이션 및 총회표결 등 단계마다 이해관계가 첨예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