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내려앉은 경기 이천 ‘시몬스 테라스’ 앞마당에 크리스마스트리와 몬스터, UFO 조형물이 화려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내미림 기자)
#. 24일, 경기도 이천 ‘시몬스 테라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몬스터들이 점령한 크리스마스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잔디 정원에는 UFO가 불시착한 듯한 8미터 트리와 캐릭터 조형물이 밤빛 속에서 형태를 드러냈고 중정에서는 퍼플·핑크 조명 아래 몬스터들이 연말 파티를 벌이는 장면이 펼쳐졌다. 가족·연인·지역 주민이 자연스럽게 따라 걷는 동선에는 스토어의 몬스터 디저트, 뮤지엄 전시까지 이어지는 체류형 경험이 배치됐다.
시몬스 테라스는 침대 브랜드 시몬스가 2018년 이천에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카페·뮤지엄·기술 체험 공간·포토존·로컬 마켓 등 브랜드의 취향과 스토리를 한곳에 모은 일종의 ‘브랜드 테마파크’다. 지역 상생을 위한 문화 나눔 행사로 시작된 이곳의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은 매년 대형 트리와 조형물이 설치되고 브랜드 세계관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확장되며 이제는 이천의 ‘겨울 여행지’로 자리매김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단순히 ‘예쁜 조명’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변화를 거듭하는 하나의 겨울 문화를 체험하고 있었다.
올해의 콘셉트는 ‘크리스마스 몬스터 인비테이션(CHRISTMAS MONSTER INVASION)’. 캐릭터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주도하는 설정 아래 트리·조명·조형물·스토어·뮤지엄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꾸몄다. 8년째를 맞은 올해 시몬스 테라스는 ‘어떤 크리스마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브랜드 경쟁력의 기준이 된 시대 변화를 현장에서 담았다.
■ 불이 켜지는 순간, 현장 전체가 ‘세계관’으로 바뀐다
저녁 6시자 되자 입구의 레드 트리가 점등되자 방문객들의 시선이 동시에 쏠렸다. 눈알 장식과 붉은 조명이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처럼 작동했고 사람들은 줄을 서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잔디 정원으로 흘러들었다. 최대 8미터의 메인 트리와 작은 트리들 그리고 UFO 조형물이 어우러지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연말 풍경을 만들어냈다. 캐릭터 ‘바코(Vako)’, ‘버보(Bubbo)’, ‘피지(Fizzy)’, ‘포포(Popo)’가 곳곳에 자리하며 연말 장식이 하나의 이야기 구조로 재편됐다.
이 장면들은 SNS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시몬스테라스는 이미 12만 건을 넘겼다. 스토어에서는 몬스터 컵케이크·마카롱·야광 파티 굿즈가 판매되며 일루미네이션 감상→디저트 구매→뮤지엄 관람으로 이어지는 순환형 체류 동선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브랜드 세계관이 공간–상품–경험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현장에서 만난 방문객들의 반응은 '규모'보다 '느낌의 차이'에 집중돼 있었다. 서울에서 아이와 함께온 주부 문혜림(35)씨는 “조명도 화려하고 트리만 있는 곳보다 캐릭터가 많아 아이들이 훨씬 즐거워한다”며 “처음 와봤는데 규모가 꽤 크고 이색적이라 오래 머물렀다”고 말했다.
연인 방문객 김백훈(29) 씨는 “연말 데이트 코스로 추천받아서 왔는데 조명 색감이 건물이랑 잘 어울린다“며 “굿즈나 디저트까지 연결돼 있어서 단순 구경이 아니라 ‘체험’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천 지역 주민 황광영(63) 씨 역시 “멀리 가지 않아도 겨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다“며 “해마다 달라지고 주민들 입장에서도 이런 공간이 옆에 있다는 게 참 고맙다”고 전했다.
■ 지역경제와 여행 동선을 동시에 바꾼 ‘시몬스 테라스 효과’
시몬스의 수면 연구·개발(R&D) 센터 ‘팩토리움’ 내부에서 매트리스 내구성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내미림 기자)
시몬스 테라스의 일루미네이션은 단순 조명 행사를 넘어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실제 행사 기간 동안 이천 지역 식당 매출은 평소보다 30% 이상 증가하고 이천시가 운영하는 시티투어 노선 중 테라스가 포함된 코스는 가장 먼저 예약이 마감된다. 주변 카페·로컬 마켓도 연말이면 늦은 시간까지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관광 동선도 변화했다. 과거 이천 여행은 도자기 축제·설봉공원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시몬스 테라스–시몬스 팩토리움’이 기본 코스로 자리 잡았다. 후기 사이트에서는 “이천 가면 테라스를 먼저 들른다”, “아이와 가기 좋은 루트”라는 반응이 반복된다. 단일 브랜드 공간이 도시의 여행 동선을 재편하는 흔치 않은 사례다.
특히 시몬스 팩토리움은 브랜드의 기술·연구·생산 시스템이 집약된 공간으로 수면 연구 R&D센터·매트리스 제작 공정·내구성 테스트룸 등 내부 시설을 둘러볼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도 이색 체험 코스로 받아들여진다. 테라스의 문화 경험과 팩토리움의 기술 체험이 결합되며 이천 관광의 구조 자체가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시몬스 테라스와 인접한 ‘시몬스 팩토리움(SIMMONS Factorium)’은 약 10년의 준비 끝에 2017년 문을 연 시몬스 기술력의 핵심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제품 기획·원자재 관리·제조·테스트·물류까지 모든 공정이 자체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시몬스 관계자는 “크리스마스·연말 시즌이 본격화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방문객들의 직접적인 매출보다는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심어주고 지역 농가와의 상생을 꾸준히 모색하는 등 지역 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