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IGER 200위클리커버드콜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남기 ETF운용부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17% vs 7%.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또한번 정면충돌했습니다. 한편에서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의 무리한 분배율을 문제삼고 나서자 다른 한편에선 상품 운용의 특성을 문제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양측 갈등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 과도한 분배율, 원금 손실 불가피
포문을 연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입니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23일 새롭게 상장하는 ‘TIGER 200위클리커버드콜’을 소개했습니다.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위클리 콜옵션을 매도하는 커버드콜 ETF는 경쟁사들이 한발 앞서 출시한 상품입니다. 그중에도 지난해 12월 상장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위클리커버드콜’은 연 17% 라는 높은 목표 분배율을 제시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 중입니다.
하지만 미래에셋운용이 이번에 내걸은 목표 분배율은 그 절반도 안되는 7%. 후발주자임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분배율을 설정한 것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을까요. 김남기 미래에셋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현금이 중요하다고 당장 높은 분배율의 상품을 선택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다”며 고분배율의 부적절성을 꼬집었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상품을 잘못 오해하고 사용하고 있지만 어떠한 커버드콜 전략도 기초지수를 이길 수 없다”는 얘깁니다.
윤병호 미래에셋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은 “그 어떤 나라도 연평균 18% 성장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무리한 분배율은 장기적으로 원금을 훼손시킬 수밖에 없다”고 단언합니다. 그는 “올해 국내 증시가 연초 대비 40% 가량 올랐기 때문에 체감이 안되지만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수익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제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입니다.
사실 미래에셋운용이 이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올해 진행된 두차례 웹세미나를 통해서는 물론, 현재 TIGER ETF 홈페이지에도 ‘월분배 투자의 정석’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커버드콜의 분배율 관련 해외 사례 등을 게재하며 “과도한 분배율은 내 원금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역시 미래에셋운용의 지적에 공감하는 목소리들이 나옵니다. A운용사 ETF본부장은 “커버드콜 상품은 목표 분배율을 유지하면서 원금이 늘어야 수익으로 분배금을 창출했다는 것이 입증되는 상품”이라며 “이재명 정부정책 효과로 파티가 열리고 있지만 모든 것이 지나고 물이 빠진 뒤 누가 수영복을 입고 있는지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상품의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라고 전합니다.
또다른 운용사 ETF본부장도 “일반 투자자들이 커버드콜 상품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지 의문”이라며 “커버드콜이란 상품이 분배율이 높아지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고분배율을 쫓는 경향이 짙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공감합니다.
■ 다양한 니즈, 적정성 언급 자체가 부적절
다만, 다른 한편에는 미래에셋 역시 고분배율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힘들지 않냐는 지적도 합니다. 현재 커버드콜 시장에서 높은 분배율의 상품들을 중심으로 절반 가량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미래에셋 현실을 감안하면 분배율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가 자기부정이라는 얘기죠.
앞선 본부장은 “지난 2년여간 커버드콜 시장에서 10% 이상 높은 분배율의 상품을 내세워 투자 자금을 흡수해온 미래에셋운용이 올해 들어 적정 분배율을 주장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투자자들 반응이 있다”고 전해옵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일본 월지급식펀드 실패 사례를 들며 국내 커버드콜 시장의 분배율 경쟁에 뛰어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올해 미래에셋운용의 커버드콜 전략 방침을 수정하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또한, 투자시장내 다양해지는 투자자 니즈를 고려할 때 특정 운용사가 분배율에 대해 적정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한 ETF본부장은 “투자자에 따라 원금은 보존만 되더라도 높은 분배율이 중요하다는 수요, 금리+알파 수익만으로 충분하다는 수요 등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가 있기 때문에 현재 ETF 시장이 다양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이 추구하는 것의 반대 급부는 감내해야 하는 것임에도 어떤 것이 적절하다, 부적절하다를 언급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짚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이 상황이 불편한 건 삼성운용입니다. ‘KODEX 200위클리커버드콜’은 올해 시장 변동성 확대로 프리미엄 수익 또한 높아진 덕분에 해당 상품은 낮은 옵션 매도 비중으로도 타겟 프리미엄을 수취하고 있습니다. 커버드콜 ETF 시장의 원조격인 미래에셋을 누르고 최초로 순자산 1조클럽에 진입한 것 역시 비약적인 성과입니다.
삼성자산운용 고위 관계자는 “타켓 커버드콜은 원하는 수준의 프리미엄 옵션을 찾아서 매도하면 타겟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기본 구조”라며 “원금에 대한 상승분을 포기하고 충분히 운용의 영역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옵션인데, 미래에셋에서 커버드콜의 구조를 모르는 것이 아님에도 이런 논란을 일으킨 것 자체가 이해 되지 않지만 앞으로 성과를 통해 증명해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렇잖아도 말 많고 탈 많은 ETF시장에서 미래에셋이 같은 구조의 상품을 출시하지 않고 문제제기를 했다면 좀 더 진정성이 짙어졌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지만 이미 새로운 경쟁은 시작됐습니다. 7% vs 17%. 그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갈린 양사의 전략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차이를 보여줄 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