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소재 기반 화장품 원료 기업으로 출발한 현대바이오랜드가 의료기기와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유통을 새 성장 축으로 삼으며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 심화된 화장품 소재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바이오랜드는 1995년 설립된 이후 2001년 코스닥에 상장하며 천연 유래 바이오소재를 기반으로 화장품 원료,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등을 제조해왔다. 화장품 소재가 여전히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지만, 최근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영역은 의료기기와 건강기능식품 유통이다.
의료기기 사업은 특히 높은 영업이익률로 주목받는다. 현재 전체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지만, 3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주력 품목은 치과용 멤브레인 '오스가이드'와 창상 피복제로 사용되는 콜라겐 제품이다. 특히 오스가이드는 해외 수요가 높은 제품으로, 오스템임플란트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해당 제품군은 이미 연간 80억 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콜라겐류 제품도 연간 50~6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회사 측은 의료기기 사업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CAPA) 증설을 완료했다. 오는 2025년 하반기부터 신규 설비가 본격 가동되며, 2026년에는 의료기기 부문 매출이 2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고정비 부담이 낮은 구조에서 매출이 증가할 경우, 영업레버리지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크게 기대된다.
또 하나의 성장 축은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유통 사업이다. 현대바이오랜드는 2024년부터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국내에서 독점 유통하며 브랜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Solgar, Vital Proteins, Puritan’s Pride 등 총 6개 브랜드, 25종 이상의 제품을 국내에 공급 중이다. 2024년 기준 약 20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사 실적에 20% 가까운 성장 기여를 했다.
초기 비용과 투자로 인해 3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사업 초기 국면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손익분기점은 연매출 350억~400억 원 수준으로, 2026년부터 본격적인 흑자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회사는 현대백화점 그룹의 유통 인프라를 바탕으로 홈쇼핑, 백화점, 올리브영, 카카오 등 다양한 유통 채널 확대를 추진 중이다.
한편, 그동안 수익성에 부담을 줬던 해외 법인은 과감히 정리했다. 중국에서 운영되던 해문 법인은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2024년 매각을 완료했고, 2025년 2월 최종 청산을 마무리했다. 연평균 70억 원 수준의 연결 기준 적자를 기록하던 법인이었기에, 이번 정리를 통해 실질적인 고정비 축소와 손익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 상하이 마케팅 법인 또한 실질적인 기여도가 낮아 정리를 검토 중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과 동시에 회사는 핵심 고수익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주력하고 있다. 2025년 2분기 기준 매출 346억 원, 영업이익 55억 원을 기록했으며, 상반기 누계 매출은 683억 원, 영업이익은 10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8% 증가했다. 다만, 원재료 및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인해 영업이익은 6.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중국 법인 매각에 따른 이연 법인세 자산 제거로 인해 상반기 기준 19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회사의 화장품 소재 사업은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국내 천연 화장품 소재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지만, 화장품 전체 가치에서 천연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이다. 유행에 따라 수요 변동성이 크고, 대체제가 풍부해 높은 영업레버리지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주요 고객사로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코스맥스 등이 있으며, 상위 고객사 매출 비중은 35~40% 수준이다. 과거 60% 이상이던 아모레퍼시픽 의존도는 현재 20~25%로 낮아졌지만, 고객 집중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결국 현대바이오랜드의 향후 성장은 의료기기와 브랜드 사업의 확장 속도에 달려 있다. 구조조정과 CAPEX를 마친 지금이 실질적인 수익성 전환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방송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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