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 현대차 아이오닉 5 N. (사진=미 의회, 현대차)

현대차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이 수입품 추가 관세,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을 외치면서 자동차 산업에 큰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20일 개최되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장재훈 부회장을 파견하고,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부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이뤄진 것으로,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경쟁사들의 기부에 현대차가 발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취임식 비용으로 100만달러를 넘게 기부하거나 200만달러 이상 모금한 개인·기업에 특별석과 부대 행사 입장권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에 있어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커뮤니케이션 구축은 올해 실적을 위한 핵심 과제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기자동차 의무 해제, 내연기관차 비중 확대 등 자동차정책 기조 변화를 예고한 데 이어, 모든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관세'를 주장해 '관세 폭탄'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한국 자동차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산업연구원은 "이번 보편관세 부과가 시행되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 효과는 최소 7.7%~최대 13.6%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본 바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대미(美) 대응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미국통'으로 알려진 호세 무뇨스 사장을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로 선임, 사장단 인사에서도 성 김 고문역을 현대차 대관·홍보 총괄 사장으로 임명했다. 성 김 사장은 미 국무부에서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맡았던 최고위급 외교관 출신 인물이다.

여기에 현지 자동차 생산을 늘려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복안이다. 현대차는 앨래바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등 미국 현지 생산거점 3곳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의 전기·하이브리드차 생산 역량을 기존 연간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에 세 거점의 연간 합산 생산능력은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는 인센티브가 아니라 사업 기회를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하며 미국 시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며 "향후 미국 조지아주에서 가동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활용하고, (이곳에서) 올해 아이오닉5 생산을 시작으로 아이오닉9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170만8293대를 판매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다만 이 중 절반 가량은 국내 공장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