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치솟는 가운데 제네릭(복제약) 약가인하까지 겹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불확실성만 점점 커지는 가운데 일부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안을 전면 재검토 하고 있다.
12월8일 오후 3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67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올해 7월 만해도 1350원대였으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불확실한 정치 상황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러한 높은 환율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수 중심의 전통제약사들은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특히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의약품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제약사들은 원료의약품의 수입의존도가 높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31%에 불과하다. 대부분 가격이 저렴한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 불안은 곧 원료의약품 수입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격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제네릭 약가인하까지 예고되어 있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보건복지부는 혁신 생태계 안착, 필수의약품 공급체계 안정화, 합리적인 약가제도 확립을 목표로 하는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개선방안에는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제고, 약가 유연계약제 도입, 퇴장방지의약품 제도 내실화 등과 함께 신약을 제외한 의약품의 약가 산정기준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과거의 일괄적인 약가 인하 정책에서 벗어나 혁신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산업 구조상 제네릭 비중이 가장 높은 중소 제약사들은 약가인하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매출의 70% 이상이 복제약에서 나오는 제약사들이 적지 않은데 약가가 10%이상 낮아진다면 제네릭 처방이 많은 국내 제약사들의 경영 부담은 더욱 커진다.
실제 제네릭 처방액은 전체 약품비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공개한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약품비 25조9000억원 중 제네릭 처방액은 53%인 1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많은 국내 제약사들은 제네릭 매출을 기반으로 회사 운영자금과 신약 R&D 비용을 마련해 약가 인하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크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실제 국내 제약사 100곳의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4.8%, 순이익률은 3%에 불과하다. 업계는 약가를 추가로 낮추면 많은 중소업체가 생산을 포기하고 이로 인해 필수의약품 공급망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과 약가인하의 영향으로 내년 사업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해가 갈수록 전통제약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어 원료의약품 자급률 상승과 환율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